"작은 흠집은 불량 아냐"…원자재 난에 '깐깐한 품질' 손보는 日 자동차

  • 토요타·혼다·닛산 등 부품 불량 기준 통일 추진


  • 나프타 조달 불안에 폐기 줄여 원자재 절약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의 한 닛산 자동차 전시장사진EPA연합뉴스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의 한 닛산 자동차 전시장[사진=EPA·연합뉴스]


토요타자동차와 혼다, 닛산자동차 등 일본 자동차업계가 자동차 부품의 불량 판정 기준을 통일하기로 했다. 기능에 문제가 없고 차량에 장착했을 때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흠집이나 반점은 불량품으로 보지 않고 실제 생산에 활용하는 방향이다. 중동 정세 악화로 플라스틱과 내장재 원료인 나프타 조달 불안이 커지자, 일본 제조업 특유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일부 완화해 원자재 낭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토요타 등 일본 승용차 업체 8곳과 부품업계가 자동차 부품의 불량 판정에 관한 통일 기준을 마련한다고 1일 보도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 14곳이 가입한 일본자동차공업회와 약 450개 부품업체로 구성된 일본자동차부품공업회가 공동으로 마련한다. 양측은 2026년 안에 부품별로 새 기준을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새 기준의 핵심은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미세한 결함을 과도한 불량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품업체들은 부품 표면에 작은 검은 반점이나 흠집이 발견되면 기능상 문제가 없어도 자체 판단으로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국가 기준을 충족하고 기능이나 외관상 큰 문제가 없으면 완성차 업체가 해당 부품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지나치게 엄격했던 불량 판정을 줄여 부품 수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플라스틱 접속 부품의 불량 판정 가운데 약 60%는 검은 점이 있다는 이유인데, 이를 불량으로 보지 않도록 기준을 통일하면 일본 국내에서 매달 1만 개의 폐기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검사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전조등 부품도 작은 기포가 있더라도 기능과 외관에 문제가 없으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자동차업계가 품질 기준 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중동발 원자재 불안이 있다. 중동 정세 악화로 나프타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플라스틱과 내장재 등 자동차 부품 원료의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부품의 안정적인 생산과 조달을 위해 폐기율을 낮추고 원재료 사용 효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인력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도 부품업체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제조업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월 37만 엔으로 10년 전보다 약 20% 올랐다. 해외 신흥 업체와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EV) 업체는 빠른 개발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중국 부품업체도 자국에서 원자재를 확보하고 해외 제조사 출신 기술자를 영입해 값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만들고 있다. 일본 부품업체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한편 친환경·전동화 흐름에도 대응해야 한다.

토요타는 전담 조직을 만들어 부품업체와 함께 통일 기준에 따른 부품 판정을 시작했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가 참여하는 공동 판정 회의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토요타그룹에 내장 부품을 공급하는 하야시텔렌프는 본사 건물 안에 관련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실을 마련하고, 협력 중소업체에도 새 기준을 확산시키고 있다.

일본자동차공업회와 부품공업회는 통일 기준을 중소·영세 부품업체까지 확산시켜 일본 자동차 관련 산업 전반의 생산 효율과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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