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8주룰' 공전 속 보험금 누수…국민 부담만 커진다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경상환자 치료기간을 관리하기 위한 이른바 '8주 룰'이 논의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자동차보험 과잉진료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도 오래다. 정부와 보험업계, 의료계 모두 현행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해 왔다. 경미한 사고 이후 장기 치료가 반복되면서 자동차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문제의식 역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8주 룰'은 여전히 제도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이해관계자 간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길어지는 사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상승하고 보험금 지출도 계속 늘고 있다. 문제의식은 반복되지만 제도 개선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손해보험사 5곳의 올해 4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단순 평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포인트 상승한 85.8%에 달했다. 연초 5년 만에 보험료를 인상했음에도 손해율 악화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전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실 규모는 7080억원에 달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 가입 상품이다. 차량을 소유한 이상 가입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사실상 공공재에 가깝다. 따라서 보험금 누수는 개별 보험사의 손익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손해율 악화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전체 가입자에게 고스란히 분산된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가입자 약 85%가 무사고 운전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선량한 운전자들이 늘어난 비용을 함께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과잉진료 논란의 중심에 한방진료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경상환자 치료가 한방진료에 집중되면서 관련 비용 증가에 대한 논란 역시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교통사고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방진료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빠르게 비중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한방진료에 지급된 자동차보험금은 1조6972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60.4%를 차지했다. 경상환자 1인당 치료비 역시 100만원을 넘어 양방(35만5000원)의 약 3배 수준까지 벌어졌다.

일부 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는 '교통사고' '자동차보험 적용' '본인 부담금 없음' 등 광고 문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의료기관은 사고 접수부터 치료, 합의 전 관리까지 강조하며 환자를 유치하기도 한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안내라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교통사고 치료를 일종의 '보험 혜택'처럼 인식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보험 진료는 일반 건강보험 진료와 달리 환자 본인 부담이 거의 없고 치료 횟수에 대한 체감 비용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경미한 사고 이후에도 장기간 치료가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결국 논란의 본질은 한방진료 자체가 아니다. 비용 부담을 체감하기 어려운 현행 구조가 과잉진료를 유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8주 룰' 도입에 가장 강한 우려를 제기하는 곳도 한방의료계다. 대한한의사협회는 8주 제한이 시행되면 자동차보험이 부담해야 할 치료비가 건강보험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8주 룰'은 치료를 일률적으로 8주에서 끊겠다는 제도가 아니다. 사고 후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때는 추가 심사를 거쳐 필요성을 확인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제도 도입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자동차손해배상법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해관계자들의 우려와 반발을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정이 길어질수록 제도 개선은 늦어지고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책은 검토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결론으로 이어져야 한다. 갈등이 있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사이에도 보험금은 지급되고 손해율은 오른다. 그리고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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