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진영 분열 수면 위…美 우파 최대 행사서 공개 설전

터닝 포인트 USA 주최…트럼프 당선 축제였던 지난해와 대조

18일(현지시간) 보수 논객 벤 셔피로가 찰리 커크 사망 이후 처음 열리는 '아메리카페스트 2025' 행사에서 연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우파 진영의 최대 연례행사가 극언과 공개 비난이 난무하며 첫날부터 내부 분열을 노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한 '아메리카페스트 2025' 회의에서, 첫 연사로 나선 유력 우파 논객 벤 셔피로는 "사기꾼", "돌팔이" 등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터커 칼슨 등 다른 우파 인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셔피로는 칼슨이 팟캐스트에서 노골적인 반유대주의 극우 인플루언서 닉 푸엔테스를 인터뷰한 것을 두고 "(암살된 찰리 커크는) 닉 푸엔테스가 사악한 트롤(이상한 주장으로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를 키워주는 것은 도덕적 판단 능력이 결여된 행위라는 것을 알았다"며 "칼슨은 바로 그런 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엔테스는 백인우월주의와 반유대주의, 미국 기독교 우파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인물로, 그의 지지자들은 '그로이퍼'(groyper)로 불린다.

약 1시간 뒤 같은 무대에 오른 칼슨은 셔피로의 연설을 두고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을 연단에서 내쫓고 비난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하면서 이런 시도를 "지켜보고 비웃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라면서 백인 남성에 대한 편견은 반유대 증오보다도 훨씬 더 널리 퍼져 있고 지금까지 악영향도 더 크다고 주장했다.

칼슨은 트럼프 지지 진영 내부에 '내전'이 일어난다는 주장은 "완전히 가짜"라면서, JD 밴스 부통령이 공화당의 차기 지도자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세력이 이런 주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터닝 포인트 USA'(TPUSA)의 에리카 커크 최고경영자(CEO)는 그의 남편 찰리 커크의 피살 이래 우파 운동 내 분열이 극심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불타서는 안 되는 다리가 불타버리는 것을 봐왔다"(관계 회복이 불가능한 정도로 사이가 나빠졌다는 뜻)고 말했다.

터닝 포인트 USA는 찰리 커크가 공동 창립자이자 CEO로 활동하던 단체로, 그가 올해 9월 유타밸리대 강연 도중 암살된 뒤 에리카 커크가 CEO를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아메리카페스트가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 등이 연사로 나서며 축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과 달리, 올해 행사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평가다.

행사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연설할 예정이다.

AP통신은 "나흘간 열리는 회의의 첫날 저녁에 표출된 이런 극심한 갈등은 '미국 우선주의'의 의미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향후 방향에 대한 깊은 분열을 반영한 것"이라며 마가 운동이 특정한 이념적 프로젝트에 대한 충성보다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의 강렬한 개성에 의해 규정돼 온 측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AP통신은 갈수록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공화당 내부에서 추가적인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TPUSA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캔디스 오언스라는 우파 팟캐스트 진행자가 커크 암살 사건에 이스라엘 측 스파이가 개입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점도 이번 행사에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에리카는 "그만하라"며 자신의 가족이 겪은 비극을 오언스가 돈벌이에 쓰고 있다고 비판해왔으나 오언스는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수사 당국은 커크 암살 사건이 피의자로 체포된 타일러 로빈슨의 단독 범행이라는 점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