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는 최근 '트럼프 2기, 지난 1년의 변화와 향후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단기 협상용 수단을 넘어 외교·안보 전략과 결합된 상시적 통상 정책 도구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관세율 자체보다 언제든 재조정이 가능한 정책 환경이 기업 경영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알루미늄, 제약·바이오, 조선 등 5대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영향을 점검한 결과 산업별로는 명암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대미 수출이 줄었지만 유럽연합(EU)과 중동, 아시아 시장 확대 및 미국 현지 생산 증가에 힘입어 전체 수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로 비교적 선방했다. 후공정 현지화 전략도 관세 부담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확대 가능성 등 장비·소재 분야 규제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바이오·제약 산업은 한때 100% 고율 관세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CMO·CDMO 설비를 확충하며 대응에 나서 수출 흐름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조선업의 경우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군수, 상선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확대되는 등 수혜 산업으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올해 주요 리스크로 △관세 재인상 가능성 상시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관세 부과의 적법성 논란 △AI·반도체·전기차 등 전략 산업 맞춤형 규제 확대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증가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한 정책 변동성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상호관세 및 품목별 고율 관세 체계가 정치 일정과 밀접하게 연동되면서 기업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을 핵심 위험 요소로 꼽았다.
이에 한국 기업이 단순한 생산지 분산을 넘어 핵심 공정 중심의 선택적·전략적 현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세와 환율 변동성이 구조화되는 가운데 가격·조달·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시나리오 기반 의사결정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해 통상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최혜국대우(MFN) 기준이나 예외 조항 등 통상 이슈에서는 정부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길주 삼일PwC 마켓 담당 대표는 "관세는 단순한 수출 비용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산업 전략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우리 기업은 이제 비용 절감 중심의 단기 대응보다 중장기적 산업 전략을 재정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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