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현재 0.75%인 정책금리를 1.0%로 끌어올리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인상이 결정되면 일본의 정책금리는 1995년 이후 약 31년 만에 1%대에 진입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행이 오는 15~16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9일 보도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등 집행부가 회의에 금리 인상안을 제출하고, 정책위원 9명의 찬성 다수로 의결될 것으로 닛케이는 내다봤다. 아사히신문도 같은 날 일본은행이 6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1.0%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에너지 비용과 기업 간 거래 가격을 거쳐 소비자 물가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일본은행은 보고 있다. 일본은행이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보조 등 일시적 요인을 제외해 산출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월 전년 동월 대비 2.8% 올라, 3월의 2.5%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4월 기업물가지수도 전년보다 4.9%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일본은행은 금리를 올리면서도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도 함께 추진한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만큼, 과도한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인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현재 추진 중인 국채 매입 축소를 2027년 4월 이후 멈추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 이 방안은 정책위원 과반이 지지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정부 측과도 협의 중이다. 현행 계획에 따라 2027년 1~3월까지는 분기마다 국채 매입액을 2000억 엔씩 줄이되, 같은 해 4월부터는 월 2조 1000억 엔 규모의 국채 매입을 유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물가 대응을 위해 금리는 올리되, 국채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국채 매입 축소는 멈춰 정상화 속도를 조절하려는 절충안이다. 정책금리 인상은 단기금리를 중심으로 금융 전반의 금리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고,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줄이는 것도 채권 시장에서는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두 조치를 동시에 강하게 밀어붙이면 국채 금리가 더 빠르게 올라 시장 불안을 키운다.
일본은행은 2013년 이후 대규모 금융완화 과정에서 장기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 결과 국채시장에서 일본은행이 보유한 비중은 2023년 한때 54% 안팎까지 높아졌다. 일본은행은 시장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2024년 8월부터 국채 매입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왔지만, 최근에는 인플레이션과 재정 확대 우려가 겹치면서 장기금리가 급등하는 등 국채시장의 불안이 커졌다. 지난 5월에는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한때 2.8%대로 올라 약 29년 반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국채 매입 축소를 멈추더라도 일본은행이 금융정책 정상화 노선을 접는 것은 아니다. 과거 사들인 국채가 만기를 맞아 상환되면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잔액은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하면서도, 국채시장 불안을 키우지 않는 선에서 정상화 속도를 조절하려 한다.
이번 회의는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 국채시장 불안을 동시에 마주한 일본은행의 정책 운용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환율 시장에서도 엔저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 엔 환율은 1달 만에 다시 달러 당 160엔선을 넘어섰다. 금리 인상은 엔저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리는 부담도 있다. 반대로 국채 매입 축소를 멈추면 국채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늦어졌다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 물가 대응을 위한 긴축과 국채시장 안정 사이에서 일본은행의 균형 잡기는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확장 재정 정책을 펴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와의 정책 마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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