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과 지정학적 리스크, 금리 불확실성이 겹치며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BOJ) 금융정책회의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과 반도체 실적 개선 흐름은 유효한 만큼 단기 변동성 이후 실적 중심 장세가 재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359.67포인트(4.63%) 오른 8123.62에 거래를 마쳤다. 한 주(8~12일) 동안 코스피는 0.45% 하락했고 코스닥은 2.65% 상승했다. 코스피는 8일 8.29% 급락한 뒤 9일 8.18% 급등하는 등 큰 변동성을 나타냈으며, 8일 7400선까지 밀렸다가 12일 장중 84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글로벌 금리 상승 우려, AI 투자 둔화 논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반면 낙폭이 컸던 코스닥 시장에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일부 내수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가 나타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의 본질을 지정학 리스크보다 5월 이후 이어진 반도체 쏠림 현상 완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헤드라인 부담에도 근원 물가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AI 투자 둔화 우려 역시 공급 제약과 프로젝트별 병목에 따른 일시적 노이즈라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반도체 수출 호조도 실적 개선 기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의 명분은 전쟁·유가·금리였지만 본질은 5월 이후 과도했던 쏠림 해소였다"며 "AI 투자 사이클 우려도 추세 훼손 신호로 보기 어렵고 반도체 수출이 야기할 주당순이익(EPS) 상향이 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AI 슈퍼사이클과 반도체 EPS 개선이 유지되는 구간으로 이번 하락은 경기 침체 신호보다 과열 해소 이후 압축 대응 구간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차주에는 글로벌 통화정책 이벤트가 증시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15일부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16일에는 일본은행 금융정책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어 18일에는 미국 FOMC와 영국 영란은행(BOE) 통화정책회의가 동시에 열린다.
특히 시장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처음 주재하는 FOMC 결과와 기자회견에 주목하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우세하지만 최근 견조한 고용과 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매파적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시 의장의 발언 수위와 점도표 변화 여부에 따라 글로벌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간 내내 이어지는 AI 관련 글로벌 행사도 관심사다. 데이터브릭스 AI 서밋과 구글 클라우드 서밋, 비바테크 등에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투자 계획과 자본지출(CAPEX) 전략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AI 밸류체인 전반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19일 미국 휴장으로 선물·옵션 만기일이 18일로 앞당겨진 점도 단기 변동성을 키울 요인으로 지목된다.
증권가는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기 방향성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적 모멘텀이 견조한 반도체를 비롯해 반도체 소부장, 금융, 유통 업종에 대한 관심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동시에 2차전지와 프리미엄 소비주 등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으로 순환매가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중첩되는 환경이지만 유가가 안정될 경우 미국 물가도 하반기에는 하향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다음 주 BOJ와 연준의 정책 기조를 확인할 필요는 있으나 기존보다 강한 인플레이션 대응 기조가 아니라면 하반기 긍정적인 펀더멘털 전망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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