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로 경기 살리기, 부채 키울 수도"…한은, 日·中 사례로 경고

  • 버블 붕괴 뒤 건설 의존…日·中 모두 장기부진

  • 정부·가계 부채 누증, 소비 위축 악순환 초래

  •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선 건설 의존 탈피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설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한 경기부양책이 재정 악화와 민간소비 위축을 초래해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단순 경기부양 목적의 건설투자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6일 한은은 '일본과 중국의 건설투자 장기부진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두 나라의 건설투자 부진 원인과 그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日, 버블 붕괴 후에도 건설투자···재정악화·소비위축
표한국은행
[출처=한국은행]
먼저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정부의 내수 진작책과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맞물리며 건설투자가 단기간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플라자합의 당시 16.6%에서 버블경제 정점인 1990년 19.5%까지 상승했다.

건설경기 과열과 함께 자산가격이 급등하자 자산보유 계층은 혜택을 봤지만 일반 근로자 계층은 주택가격 상승과 물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부동산시장 과열이 심화되자 BOJ는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에 걸쳐 150bp(1bp=0.01%포인트) 인상했고, 대장성은 1990년 부동산대출 억제책을 내놨다. 이로 인해 주가와 토지 가격이 급락하며 버블이 붕괴됐다.

버블 붕괴 이후에도 정부는 공공투자를 확대해 단기 부양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재정 부담만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의 비주거용 건물뿐 아니라 토목·주거용 건설도 1990년대 후반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2010년까지 10년 이상 부진이 이어졌다.

한은은 버블 붕괴 직후 수년간의 건설 중심 부양책은 경기회복 효과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경제체질 악화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비효율적 공공투자 △지방경제의 건설 의존 심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 부진 △재정 여력 약화 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김보희 한은 아태경제팀 차장은 "당시 일본의 공공투자는 정치적 지역 배분 등으로 효과적으로 집행되지 못했다"며 "버블 붕괴 직후 공공건설 확대로 지방경제가 공공사업에 의존하는 체질이 됐고 지방의 자생적 산업 성장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투자의 본래 역할은 사회자본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것이지만, 일본은 내수 진작과 고용 대책의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했다"며 "장기적 계획 없이 추진된 공공투자가 인구 감소 시대에 유지·관리 부담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中, 부동산 규제에도 인프라 투자 의존
표한국은행
[출처=한국은행]
중국의 경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조업 기반 확충을 위한 공장 건설 등 건설투자가 빠르게 늘며 고도성장을 뒷받침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경기부양 수단으로 건설투자 의존이 심화됐다.

실제 명목 경제성장률이 2004~2007년 평균 18.6%에서 2008~2019년 10.8%로 둔화됐음에도, 명목 건설투자 증가율은 같은 기간 23.5%에서 16.7%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16년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33%로 정점을 찍었고, 2020년에도 3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부동산시장 과열이 심해지자 중국 정부는 2020년 이후 부동산투자 규제를 강화하며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추진했다. 그러나 급격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가 이어졌고, 3선 도시 중심의 투자 집중 등으로 투자 효율성 저하와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2010년 33%에서 2023년 82%로 급등했다. 특히 지방정부 재정의 주요 재원인 토지매각 수입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급감하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은은 중국 정부가 급격한 부동산 경기침체는 막으려 하면서도 적극적인 부양까지는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내부 사회 갈등 우려와 함께, 과거 일본의 부채 누증 경험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차장은 "일본과 중국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가계나 정부의 부채 누증으로 경기 회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건설투자의 장기 부진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하고 인구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때에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토대가 될 수 있는 건설투자를 확대해 나가되, 경기부양 목적의 건설투자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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