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성과급이 물가 자극"…한은, 임금發 인플레 경고

  • 상위 10% 대기업 성과급 확대 시 물가 0.05%p 올라

  • 한은 "임금 협상 거쳐 전 산업 확산 시 물가 자극 가능성"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임금 상승과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급된 대규모 성과급이 소비 증가 및 여타 업종의 임금 상승을 자극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향후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임금 상승과 소비 확대에 따른 수요 측 압력을 지목했다. 임금이 오르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지는 동시에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늘어나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은 최근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급된 대규모 성과급이 전반적인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정 업종의 높은 성과급이 소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임금 인상 기대를 자극할 경우 물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설명회를 열고 "임금 상승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방 압력이 지난 5월 경제전망 당시 예상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 호조에 따른 소득 개선이 향후 임금 협상 과정에서 전반적인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련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분석 결과 업계 상위 1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확대될 경우 소비자물가는 5개월 뒤 0.0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40~60% 수준의 평균적인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늘어날 경우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실제 올해 1분기 명목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했으며, 이 가운데 IT부문 성과급 기여도는 1.3%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2012~2025년 임금분포 기준 97% 분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내년 초 IT부문 상여금 기여도가 상위 1%를 웃도는 전례 없는 수준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성과급 확대가 다른 산업의 임금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정 업종의 임금 수준이 크게 높아질 경우 근로자들이 이를 준거임금으로 인식해 임금 인상 요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임금 상승 압력은 소비를 자극하고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경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주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최근 일부 IT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다른 산업의 임금 상승으로 확산될 경우 물가에도 추가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물가 흐름의 핵심은 특별급여 자체가 아니라 임금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확산이 본격화될 경우 수요와 공급 측 압력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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