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7일 청구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에 착수한 지 36일, 김 여사에 대한 첫 소환조사가 이뤄진 지 불과 하루 만의 조치다. 같은 날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2차 집행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으로 또다시 무산됐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8월 8일 오후 1시 21분께 김건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적용된 죄명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라고 밝혔다.
김 여사는 전날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약 11시간가량 조사를 받았으며, 진술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청구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향후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어 구체적인 혐의 사실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과정에서 자금을 제공한 ‘전주’로 가담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은 권오수 전 도이치 회장을 포함한 공범 9명이 유죄를 확정받았고, 법원 판결문에는 김 여사 및 모친 최은순씨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적시돼 있다.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은 명태균씨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불법 여론조사 81차례를 실시해 윤 전 대통령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국민의힘 공천을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이 도왔다는 의혹이다.
알선수재 혐의는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을 청탁받고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했거나, 이에 부응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다음 주 초로 예상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김 여사를 추가로 소환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등까지 수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특검은 신속한 신병 확보를 택했다.
같은 날 특검은 오전 8시 25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2차 집행을 시도했으나, 약 한 시간 반 뒤인 오전 9시 40분께 중단했다. 오 특검보는 “검사·수사관이 현장에 참여했고, 교도관 등 10여명이 최소한의 물리력을 행사했다”며 “피의자의 격렬한 거부와 부상 위험이 있다는 현장 판단에 따라 집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체포영장 기한이 이날까지였던 만큼, 특검은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특검은 지난달 31일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이후 이달 1일과 7일 두 차례 집행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강제력 행사가 반복됐고,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집행방해 운운하며 변호인을 강제로 배제하고 협박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체포영장 기한이 만료된 만큼 특검은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을 대면 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