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출발했다. 8·2 대책으로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했으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예고했다. 대출 한도도 크게 낮춰 레버리지를 억제했다. 공식 명분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였다.그런데 4개월 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등록임대 인센티브를 열어줬다. 팔라고 압박하면서 안 팔아도 되는 합법 통로를 동시에 깔아준 셈이었다. 유인이 충돌하는 설계였다.
이후 대책은 ‘핀셋 처방’의 이름으로 더 촘촘해졌다. 9·13 대책은 종합부동산세를 높이고 다주택자 대출을 더 조였으며, 임대사업자 대출에도 규제를 걸었다. 12·16 대책은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막고, 9억원 초과분 LTV를 더 낮췄다. 세금, 대출, 청약, 재건축, 전매, 임대사업자 관리까지 규제 지도는 계속 넓어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만에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6억6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실거래가격지수 기준으로도 3년 누적 상승률은 45%를 넘었다. 같은 기간 국토교통부 장관은 바뀌지 않았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라는 기록을 썼다.
오진이 만든 장기 유임
김현미 전 장관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과거를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새 정부가 다시 강한 부동산 규제의 길을 택한 지금, 김현미 체제의 실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김현미 전 장관이 빠졌던 함정에서 자유로운가. 그리고 자신이 쥔 과제를 끝까지 완수할 수 있는가.
김현미 체제의 문제는 대책이 부족했던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대책은 넘쳤다. 문제는 진단을 고치지 못한 데 있었다. 당시 국토부의 판단은 비교적 분명했다. 만성적인 주택 물량 부족은 상당 부분 해소됐고, 주택보급률도 높아졌으며, 서울과 수도권 입주물량도 과거 평균보다 적지 않다는 인식이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공급 부족보다 투기수요, 다주택 보유, 갭투자, 유동성, 불로소득 기대에 있다고 봤다.
그 판단 위에서 정책 방향은 규제로 굳어졌다. 세금으로 조이고, 대출로 막고, 재건축 문턱을 높이고, 거래를 묶는 방식이 반복됐다. 공급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도권 30만호, 3기 신도시, 서울 도심 유휴부지, 공공시설 복합화, 역세권·준공업지역 활용 같은 카드가 나왔다. 그러나 서울 핵심 수요를 정면으로 받아낼 대규모 도심 공급이라기보다, 외곽 공공택지와 몇천~몇만 호 단위의 부분 공급이 반복되는 양상에 가까웠다.
시장 신호는 달랐다. 서울 핵심지 수요는 줄지 않았고, 선호 지역의 새 아파트 희소성은 더 커졌다. 규제가 늘수록 매물은 잠겼고, 수요는 더 안전한 자산으로 몰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동안 공급 부족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2020년 7월에도 김현미 전 장관은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물량 자체가 아니라 실수요자에게 제대로 공급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해 11월에야 아파트 공급 감소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교체 적기는 이미 몇 번이나 있었다. 대책이 수십 차례 나왔는데도 가격이 꺾이지 않고, 규제가 늘수록 매물이 잠기며, 공급 부족 논쟁이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왔을 때다. 2019년 후임 지명자가 낙마했을 때도, 2020년 총선 압승 직후도, 2020년 여름 뒤늦게 공급 전환이 거론됐을 때도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김현미 전 장관은 유임됐다. 유임은 결정이 아니라 디폴트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유임이 되는 구조에서 교체에는 명분과 후보와 타이밍이라는 3중 비용이 들었다.
진단이 틀렸으면 고쳐야 한다. 하지만 진단을 고치려면 먼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은 경질을 뜻하고, 경질은 실패의 공식화를 뜻한다. 그 등식이 성립하는 한 장관 교체는 정책 수정의 수단이 아니라 정권 실패의 선언이 된다. 문재인 정부는 그 등식의 포로가 됐다.
결국 교체는 2020년 12월 말에야 이뤄졌다. 정권 임기 1년 4개월을 남긴 시점이었다. 후임 변창흠 장관은 취임 5주 만에 83만6000호 규모의 2·4 공급대책을 내놓았다. 숫자는 컸지만 시간은 늦었다. 그러나 공급대책의 핵심 집행 주체였던 LH는 곧바로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휘말렸다. 정권에는 수습할 시간도, 정치적 자본도 부족했다. 뒤늦은 전환은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적기의 문제에서 무너졌다.
김현미 전 장관의 실패를 변창흠의 실패로 돌릴 수는 없다. 변창흠 체제는 이미 늦어진 전환의 결과에 가까웠다. 김현미 체제에서 공급 부족이라는 진단을 더 일찍 인정하고, 규제 일변도의 프레임을 더 빨리 수정했어야 했다. 장관 교체는 그 수정의 한 방법일 수 있었다. 그러나 교체는 실패 인정으로 읽혔고, 그래서 미뤄졌다. 그 사이 시장은 더 멀리 가 있었다.
닮은 출발점, 다시 쌓이는 압력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출발점은 묘하게 닮아 있다. 기치는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과 생산적 경제구조 전환’이다.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고, 올해 5월에는 양도세 중과를 재개했다. 다주택자의 퇴로를 조이는 설계다.
그런데 시장은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거래가 위축된 자리에서 소수 매물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규제 이후 익숙하게 반복돼 온 역설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부동산원 기준으로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1년 상승폭을 웃도는 흐름이다.
전세 시장도 심상치 않다. 다주택자 규제가 임대 물량을 줄이고, 줄어든 임대 공급이 전세 불안으로, 전세 불안이 다시 매매 수요로 옮겨붙는 경로는 낯설지 않다. 2020년 임대차 2법 이후 이미 한 차례 목격한 사슬이다. 2026년과 2027년은 착공 절벽의 여파로 입주 물량이 더 줄어드는 시기다. 전세시장의 압력은 당분간 계속 쌓인다.
급기야 얼마 전엔 개각설까지 흘러나왔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부동산 정책 전면 수정론과 맞물려 국토부 장관 교체설이 거론된 것이다. 김윤덕 장관은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통상적인 교체 시점으로 보기엔 이르다. 다만 서울 부동산 시장의 매물 잠김, 과열, 전세 수급 불안을 둘러싼 책임론도 피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개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 부처를 어느 정도까지 세밀하게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윤덕 장관 유임을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즉각 교체론에 힘을 실은 발언으로 보기도 어렵다.
김윤덕 장관도 이런 책임론을 의식하는 듯하다. 그는 지방선거 다음 날인 6월 4일 밤 페이스북에 한국주택협회와 주택공급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주택공급에 대한 국민주권정부의 의지는 단호하고 확고하다”고 썼다. 9·7 대책 주택공급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공급 현장과 소통하고, 막힌 부분은 뚫고 필요한 부분은 빠르게 보완하겠다고도 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한 원인으로 부동산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토부 장관이 직접 공급 의지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국토부 장관에게 집값과 전셋값은 피할 수 없는 책임의 영역이다.
김윤덕의 또 다른 시험대, 균형발전
특히 김윤덕이라는 장관의 색깔은 부동산 시장 관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첫 전북 출신 국토부 장관이라는 상징성까지 감안하면, 그에게 균형발전과 국토 공간 재편은 단순한 부처 현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과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대표적이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거점을 다시 세우는 일은 새 정부 국토정책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이 과제들은 이미 장관 개인의 관심사를 넘어 국정 시간표 안으로 들어와 있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균형발전과 공공기관 이전의 중요성이 공개적으로 다뤄졌고, 국토부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을 균형성장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윤덕 장관도 9월 안에 윤곽을 잡겠다는 시간표를 밝히며 더 이상 장기 과제로만 미뤄두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간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이다. 총선 직전에 던지기에는 파장이 크고, 너무 늦추면 후속 절차를 소화하기 어렵다. 2028년 4월 총선을 역산하면 올해 안에 큰 틀을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자연스럽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역시 지방선거 이후로 밀려 있던 전국 철도 민원의 집합체다. 어느 노선은 들어가고, 어느 노선은 빠지는 순간 지역 정치권과 지방정부가 동시에 움직인다.
여기서 김현미 전 장관과 김윤덕 장관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난다.
김현미 전 장관은 부동산이라는 단 하나의 과제에 묶여 있었다. 그 과제가 실패할수록 장관 교체는 어려워졌다. 장관을 바꾸면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되고, 바꾸지 않으면 실패가 누적되는 구조였다. 오류를 고칠 수 없고, 전환을 실행할 수 없으며,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대책이 많을수록 실패도 커졌다.
김윤덕 장관은 다르다. 그렇다고 더 쉽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과제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하나는 집값과 전셋값의 불안을 관리하는 일이다. 규제로 시장을 묶는 동안 전세 불안과 매물 잠김이 커진다면 김윤덕 장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균형발전과 법정계획을 실제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것은 김윤덕 장관의 성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과제다.
결국, 김현미 전 장관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하나다. 장관의 평가는 얼마나 오래 버텼느냐가 아니라, 맡겨진 책무를 제때 실현했느냐로 갈린다는 것이다. 부동산 불안을 관리하면서 균형발전의 시간표까지 결과로 닫는 일. 그것이 김윤덕 장관이 증명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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