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평생 딱 한 번만.’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생애 한 차례로 제한하자는 아이디어가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나왔다. 집을 옮길 때마다 차익은 남기면서 비과세 혜택은 계속 누리는 게 공정하냐는 문제의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비과세 기회를 무한정 주는 데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관심을 나타냈다.언뜻 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평생 한 장뿐인 비과세 카드는 가장 큰 차익이 생길 때까지 아껴 쓰는 게 합리적이다. 작은 차익을 남긴 사람은 카드를 쓸지 망설이고, 비싼 집을 살 여력이 있었던 사람은 수십억원의 차익이 생긴 순간 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릴 수 있다. 공정을 위해 만든 제도가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더 유리해지는 역설이다. 미국도 주택 양도차익 비과세를 평생 한 번으로 제한하지 않고 일정 한도 안에서 요건을 갖출 때마다 반복 적용한다.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집을 짓고 싶다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도 시원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지를 대거 포함해 조성한 3기 신도시부터 제때 집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발표한 지 7~8년이 지났지만 보상과 인허가, 공사비와 자금조달에 막혀 착공과 입주가 줄줄이 밀렸다. 병목이 땅이 아니라 집을 올리는 과정이라면 새 땅을 풀어도 같은 자리에서 멈출 수 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없애자는 제안은 수도권 과열과 지방 침체를 달리 다루자는 취지에서는 타당하다. 그러나 지방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 가산 폭은 이미 수도권의 4분의 1 수준이다. 상환 능력을 보는 안전장치까지 없애면 미분양 문제를 지방 가계부채 문제로 바꿀 수 있다.
아이디어는 반론을 만나야 정책이 된다
세 제안 모두 문제의식은 선명하다. 그러나 문제의식을 해법으로 바꾸려면 반론과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누가 혜택을 보고 누가 비용을 치를지, 다른 정책과 만났을 때 어떤 반작용이 생길지 계산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반짝이는 발상에 호응했다고 곧바로 정책 신호가 되는 순간부터 얘기가 달라진다.
그 계산은 이미 끝나 있어야 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주재한 두 차례 대토론회만 6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앞서 공급·금융·세제 경청토론회도 열렸고, 27일 오후 기준 온라인으로 접수된 의견은 7153건이었다.
이제 방향을 정할 만큼은 들었다. 보유세와 거래세, 대출 규제와 실수요자 보호, 정비사업 활성화와 이주·멸실 관리까지 서로 충돌하는 선택지가 모두 나왔다. 이제 정부가 무엇을 선택했는지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진단과 아이디어는 충분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집값이 왜 올랐는지에 대한 진단을 한 번 더 듣는 일이 아니다. 공급이 부족하다거나 돈이 부동산으로 쏠렸다거나, 대출과 세제에 빈틈이 있다는 얘기도 낯설지 않다. 궁금한 것은 보유세를 어떻게 손볼지, 거래세는 함께 낮출지, 전세대출은 누구까지 조일지, 공급은 무엇부터 움직일지에 대한 정부의 답이다.
전문가와 정책 당국의 분석과 숙의도 진작 진행됐어야 한다. 각 제안의 전제와 법률·집행 가능성을 확인하고 세수와 재정, 집값과 전셋값, 거래량과 임대료, 착공과 입주 물량에 미칠 영향을 여러 경우의 수로 따져 선택지를 좁혔어야 한다. 전문가의 역할은 각 선택의 편익과 비용, 위험을 드러내 정부가 판단할 근거를 만드는 데 있다. 그 근거 위에서 무엇을 우선하고 어떤 부작용을 감수할지 선택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세제개편과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둔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지를 더 펼쳐놓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선택했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하는 일이다.
국민이 기다리는 해법은 개별 대책의 나열도 아니다. 보유세를 높인다면 매물 잠김과 임차인 전가는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전세대출을 조인다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과 비아파트 공급 감소는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정비사업을 서두른다면 이주와 멸실이 몰리는 시기의 전·월세 수요는 어디에서 흡수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하는 세제·금융·공급의 조합과 실행 순서가 해법이다.
공급도 물량뿐 아니라 기존 공공택지와 신규 택지, 정비사업에 행정력과 지원을 투입할 순서와 시간표를 보여줘야 한다. 27일 발제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금융·세제·인허가를 하나의 조합으로 묶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거비와 집값 안정을 바라는 무주택자와 자산가치 급락을 우려하는 1주택자, 임대료를 받는 집주인과 주거비를 낮추고 싶은 세입자의 이해는 원래 다르다.
그래서 정부가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첫 토론회에서 팩트를 확인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한 뒤에도 간극이 남으면 최종 결론에 이르게 하는 것이 공직자에게 맡겨진 권한이라고 했다. 그 결론으로 생기는 불만과 비난까지 감수하는 것이 책임이라고도 말했다.
한성숙 총리 역시 개별 사연을 세심하게 살피더라도 기준은 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1주택과 거주용·초고가주택의 기준을 정하는 일이 공직자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결론은 정답이 아니라 정책의 좌표다
모든 세율과 대출 한도, 공급 물량을 한꺼번에 확정하라는 뜻은 아니다. 무엇을 정책 목표로 삼고 어떤 원칙과 순서로 움직일지를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완벽한 정답이 아니더라도 국민이 판단하고 시장과 각 부처가 움직일 수 있는 좌표는 제시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집값을 몇 퍼센트 내리겠다는 장담이 아니다. 세금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대출 규제는 누구에게까지 적용될지, 공급은 무엇부터 언제 시작될지를 알아야 집을 팔지, 살지, 청약할지, 이사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두 번째 토론회에서도 보유세 인상 가능성만 거론되고 거래세 방향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이 커진다며 정확한 방향을 밝혀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정부가 방향을 밝힌다고 가격 불안이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제와 대출, 공급 정책이 어디로 향할지 제각각 추측하게 만드는 불확실성은 줄일 수 있다. 큰 방향이 정해져야 세제·금융·공급 대책이 서로의 효과를 깎아먹는 엇박자도 줄어든다.
추가 토론과 현장 소통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 정부가 백지를 들고나와서는 안 된다. 마련한 설계안과 선택의 근거를 먼저 공개하고 예상되는 피해와 집행 오류를 검증받아야 한다. 이미 큰 방향을 정했다면 선택의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발표를 앞두고도 기본 방향조차 정하지 못했다면 정책 결정 과정부터 돌아봐야 한다.
두 번의 대토론회가 끝났고 세제개편과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도 눈앞이다. 국민은 문제의 진단도, 가능한 아이디어도 충분히 들었다. 이제 정부가 어떤 해법을 택했고 어디로 갈 것인지 답해야 한다.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토론의 연장이 아니라 삶의 계획을 다시 세울 수 있는 해법과 결론이다. 마이크를 내려놓고 답을 내놓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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