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를 유예 기간 없이 실시하면서 수도권 청약시장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잔금대출 한도가 6억원을 초과할 수 없게 되면서 청약 수요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자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청약 대기자들의 자금조달 계획이 틀어지게 되면서 분양가가 높은 수도권 일부 분양 사업장의 경우 경쟁률 하락과 청약 미달 우려 등 대출 규제 후폭풍도 예상된다.
30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6·27 대책 이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분양시장은 자금 동원 능력을 보유한 실거주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등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빠르게 상승한 상황에서 잔금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서울에서 공급된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17억6735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금 대출은 예외지만, 입주 시점에 실행하는 잔금대출은 최대 6억원까지만 가능해 분양가가 높을수록 잔금을 현금으로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 분양을 앞둔 후분양 단지들의 경우 자금 조달 일정이 짧아 직접적인 규제 영향권에 들게 됐다.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20억원대로 예상되는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의 경우, 후분양 단지라는 점에서 이번 대출 규제로 청약 경쟁률이 비슷한 조건의 단지들보다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신천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장 전용 84㎡ 기준 20억원 초중반 수준인데다 12월 준공되는 후분양 단지라 기존에 청약을 준비한 사람들 중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포기 가능성이 높다”면서 “무주택자 중 자금 여력이 확실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단지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 규제지역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수분양자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쉽지 않게 됐다. 전세를 통해 보증금으로 잔금을 조달하는 것이 원천 차단됐기 때문에 수도권 청약 일부 단지 역시 경쟁률이 하락하는 곳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백새롬 부동산R114 리서치랩 책임연구원은 “매매시장과 달리 청약 시장의 경우, 잔금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대출 제한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주로 서울에 우선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가 서울 등의 청약이 시장에 미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하반기 분양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건설사들 역시 수도권 일대에 예정했던 하반기 공급 일정을 조정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 시장은 매매 시장과 달리 잔금까지 기간이 어느 정도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비교적 덜하다”면서도 “강남권 최상급지 같은 경우는 시세 차익이 워낙 커서 영향이 적겠지만 없고 전용 84㎡ 기준 15억원 넘어가는 서울 및 경기 지역 단지의 경우 경쟁률이 감소하거나 초기 미분양까지 발생하는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6678가구로 이 가운데 수도권 미분양 물량도 1만5306가구에 이른다. 악성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에 2만7013가구, 이 중 수도권은 4616가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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