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수산부와 HMM의 부산 이전은 물리적인 위치 이동을 넘어서, 해양수도 실현을 위한 구조적 전환이어야 합니다. 기능과 책임, 제도까지 함께 이전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변화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산하 오륙도연구소와 해양수도 부산 범시민추진회의는 24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해양수산부·HMM 이전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책토론회는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기반과 실행 전략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특히 시민사회, 전문가, 정치권이 각자의 위치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 의미를 더 했다.
먼저, 전재수 국회의원(해수부장관 후보자)은 영상로 보낸 메시지에서 “부산은 바다를 삶으로 살아온 도시”라며 “해수부와 HMM의 이전은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끝까지 이 과제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인호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사하갑 지역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해수부 부산 이전은 단순한 지방 이전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과제”라며 “임시청사를 올해 안에 확보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실질적인 이전을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9년 말 이전이라는 정부 보고안은 사실상 미루자는 것에 불과하다”며 조기 실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HMM 역시 해양수산부, 공공기관, 해운기업들과의 유기적 협업을 위해 본사를 반드시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금융·물류 클러스터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남기찬 전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부산이 지난 20년간 해양수도를 표방해왔지만, 실질적인 정책과 예산 배분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3년 기준 부산의 해양산업 매출은 약 60조원에 달하지만, 부산시의 해양산업 예산 중 항만·물류 분야는 1%에 불과하다”며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를 만들기 위해선 북항 재개발 부지 등을 활용한 임시청사 확보와 클러스터 조성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문범 부산YMCA 사무총장은 시민사회의 대응력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번 해양수도 패키지는 국토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는 기회인데, 부산시는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과거 엑스포 유치 운동에서 보여준 에너지와 결집력을 이번에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말까지가 사실상 골든타임인데, 이 시기를 놓치면 해양수도 프로젝트는 다시 표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 더불어민주당 부산진을 지역위원장은 구조적인 중앙집중 행정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부산은 바다와 항만을 갖고 있지만 해양 정책에서 실질적인 자치권이 전무하다. 예산과 정책결정은 여전히 해양수산부 눈치를 보며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수부 이전은 공간 배치를 넘어서 해양 자치의 첫걸음이 돼야 하며, 부산이 독자적인 해양정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구 한국지방정부학회 회장은 제도적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은 법령에 없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 해수부가 부산에 내려오더라도, ‘해양수도 실현’, ‘북극항로 개척’, ‘해양금융 육성’ 등의 과제가 고유업무로 명시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이러한 기능들을 법제화해 해수부와 부산시 각각의 역할이 명확히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산시도 이를 전담할 조직을 갖추고, 해수부와 공동 거버넌스를 구성해 시민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 한국해사컨설팅 본부장은 기능 집적의 중요성을 실무 차원에서 강조했다.
그는 “SM상선 본사는 서류상 부산이지만, 실제 핵심 인력과 금융 기능은 서울에 있다. 금융, 결제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는 기관의 주소 이전만으로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금융 기능 이전과 해운협회의 공동 입주 등이 병행돼야 하며, 산업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남기찬 전 사장은 “해양수도 실현은 정책 명문화, 기능 중심 이전,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가능하다”며 “이번 해수부 이전이 제대로 설계된다면, 부산은 해양도시를 넘어 국가균형발전의 전략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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