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6년 만에 ‘투톱 체제’를 가동한다.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해 기업경영과 보험영업을 동시에 잡기 위한 포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20일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부회장)를 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내정했다. 공석이 된 한화생명 대표에는 권혁웅 전 한화오션 부회장과 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사장을 각자대표로 낙점했다.
권 부회장은 40년간 한화에너지,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오션에서 대표이사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이 사장은 한화생명 기획실장·보험부문장을 역임한 보험영업 전문가다. 이에 따라 권 부회장이 전반적인 기업경영을, 이 사장이 보험영업 전략과 상품개발 등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여 부회장이 ‘원톱’으로서 회사를 총괄하다가 새로운 각자대표가 동시에 선임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 한화생명이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할 때 선임 대표이사가 후임 대표이사의 연착륙을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여 부회장도 2019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될 당시 차남규 부회장이 단독 대표로 한화생명을 이끌고 있었다. 특히 제조·판매를 분리 운영하는 한화생명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대표를 신임 대표로 발탁했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전문경영인이 재무·건전성 등 지표를 관리하는 동시에 보험영업 전문가가 영업력 극대화를 통해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경근 한화생명 각자대표 내정자 [사진=한화생명]
한화생명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최고글로벌책임자·CGO) 행보에도 업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2015년 한화생명에 입사한 김 사장은 2019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를 거쳐 2023년부터 CGO를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권 부회장이 인수합병(M&A)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온 인물인 만큼 김 사장이 지금의 자리에서 해외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회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중책을 맡아온 김 사장 행보를 봤을 때 새로운 직책을 맡아 신시장 창출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시장 발굴, 재무건전성 확보, 영업문화 개선 등 최근 보험업계 전체가 마주한 현안이 많다”며 “각자대표 체제를 채택한 만큼 각자 영역에서 추진력을 갖고 과제를 해결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