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탄원전' 신한울을 가다…지진·재해 철통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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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입력 2024-04-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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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 운영 가능해…내진성능 0.3g으로 강화

  • 외벽 두께 122~197㎝ 외부충격 철통방어

  • 터빈룸 열기 30도 달해…전기생산 문제없어

신한울1·2호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1·2호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세계 각국의 끊이지 않는 원전 사고들을 보면 '국내 원전은 안전한가?'란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기 마련이다. 지진 등 각종 재해로부터 건물은 안전한지, 내부 장비들은 이상 없이 작동이 가능한지 등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경북 울진군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신한울 1·2호기를 찾아가봤다.

신한울 1·2호기가 위치한 울진군 북면은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원자력발전소를 직접 보게 된다는 생각에 기대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들었다. 원자력발전소에 방문하려면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가보안시설이기 때문에 사전에 원전 운영 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출입신청을 한 후 신원 확인을 거쳐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발전소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아파트 27층과 맞먹는 원전 격납건물의 높이는 76.66m에 달한다. 신한울2호기는 1400MW급 신형경수로 APR1400 노형이다. APR1400노형은 기존운영허가기간보다 20년 긴 60년 동안 운영이 가능하며 내진성능은 기존 0.2g(약 진도 6.5 규모)에서 0.3g으로 강화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도 이와 같은 노형이다. 국내에는 새울 1·2호기와 신한울1·2호기가 운영 중이며 새울3·4호기와 신한울3·4호기가 건설 중이다.

일반적인 아파트의 외벽 두께는 20~30㎝라고 한다. 신한울원전의 외벽 두께는 아파트의 최소 4배를 뛰어넘는 122㎝다. 주증기배관 등 추가 보강이 필요한 곳은 두께가 197㎝에 달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원전 외벽과 같은 조건의 콘크리트벽에 27t의 팬텀기를 시속 800㎞ 속도로 충돌시킨 실험에서 비행기는 산산조각이 났지만 외벽은 약 5㎝ 정도 손상에 그쳤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안전장비를 착용한 뒤 신한울2호기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부에는 물과 불, 방사능으로부터 구조물을 보호하는 방호도장이 칠해져 있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원전의 핵심인 '주제어실'이다. 두께 6.7㎝, 무게 346㎏에 달하는 '방탄·방화문'을 넘어가면 3교대로 일하는 근무자들을 볼 수 있다. 총 6개 조가 있으며 11명이 1개의 조를 이룬다. 이들은 벽을 한가득 차지하고 있는 대형정보표시반 등을 들여다보며 원전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주제어실을 둘러보다 보니 한편에 자리한 아날로그식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한수원 관계자는 "디지털제어반이 고장났을 때 백업할 수 있는 아날로그 보드판"이라고 설명했다. 만일의 사태에도 꼼꼼하게 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반인은 볼 수 없는 '원전제어장치실'도 있다. 주제어실에서 상주가 불가능한 상황을 대비해 숨을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발전소를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다.

또 화재에 대비해 소방용 방화복과 소방 장비들이 갖춰져 있는 캐비닛도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순범 신한울제1발전소 기술실장은 "남자들은 군대 두 번 가는 꿈이 정말 최악이라고 하는데, 우리 발전소 직원 중에 발전소 고장나는 꿈 안 꿔 본 직원이 없을 것"이라며 "몇십 년 동안 발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아직도 그런 꿈을 꾸고 그럴 때는 정말 식은땀 흘리면서 깨곤 한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룸에 방문했다. 터빈룸에 들어간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덥다' 였다. 터빈이 회전하며 뿜어내는 열기에 터빈룸은 강추위에도 영상 30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약 70m 길이에 달하는 터빈을 눈으로 직접 보니 기술의 발전이 체감됐다. 원자력발전소에서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로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가 발전기에 연결된 터빈을 회전시키며 전기를 만들어낸다. 고압터빈부터 저압터빈, 발전기까지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시종일관 전기를 뽑아내는 것이다. 

끝으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신한울 3·4호기 부지를 찾았다. 넓은 공터에 꼿꼿하게 서있는 붉은 깃발은 3호기 원자로가 들어설 곳을 나타내고 있었다. 파란 깃발에는 4호기 원자로가 들어선다고 한다. 

신한울3·4호기는 지난해 6월 부지정지 착수를 시작으로 3호기 2032년, 4호기는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울3·4호기의 전체 건설공사비는 11조7000억원 규모다. 한수원은 건설기간 약 8년 동안 누적 총인원 약 720만명 참여를 통한 고용 창출과 운영기간 60년 동안 2조원 규모의 법정지원금을 비롯한 각종 직·간접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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