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미국 경제 훈풍이 트럼프 기세 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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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4-03-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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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81)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운명의 리턴매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기억력 문제를 제기한 특검보고서를 계기로 고령 리스크가 선거의 주요 이슈로 재부각되자 백악관은 지난 주 실시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건강검진 결과를 언론에 알리며 대통령 직무수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치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선거 캠프는 현 행정부의 정책적 성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의 베테랑답게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주의 동맹국들과의 연대 복원에 힘쓰고 미 의회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분야 성적표도 높은 물가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해 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서도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나름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미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인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 2% 아래로 아직 내려가지 못했지만 꾸준히 둔화하고 있다. GDP 성장률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팬데믹 이후 깜짝 회복세를 나타냈다. 고용시장도 놀라울 정도로 강세이고 주가도 신기록 경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경제의 고공행진은 바이든에 대한 대중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팬데믹 국면을 거치면서 미국인들은 정부가 쥐어준 현금 지원으로 가계는 막대한 저축을 보유하게 되었다. 연준이 2년이 채 안되는 기간 금리를 0~0.25%에서 5.25~5.5%까지 인상하면서 그동안 풀린 엄청난 돈을 회수하고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섰지만 미국인들의 소비 여력은 위축되지 않고 있다. 연준의 통화 긴축으로 건설 투자와 산업생산 위축 등 경기 하강 압력이 커졌지만 미 고용시장의 견고함은 전문가들도 어리둥절하게 만들 정도이다. 지난 1월의 신규고용은 35만3000명으로 시장 예상을 압도했다. 실업률은 올해 1월 3.7%로 집계되고 지난 2년동안 지속적으로 4%를 하회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조치에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이 빗나가며 고도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상무부는 최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3.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작년 3분기 성장률인 4.9%보다 둔화했지만 로이터의 시장 추정치 평균인 2%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 1분기는 4.2%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인 경제 회복 체감 못해 

데이터 상 미국 경제의 이러한 강력한 모습을 일반 국민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일련의 금리 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물가와 주택시장의 침체 등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고령에 따른 기억력 문제가 최대 리스크로 부각된 상황에서 경제 상황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지속되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된다. 현재 공화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듭하고 있는 트럼프는 바이든의 '치매 리스크'와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바이든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수많은 범죄 혐의에 형사 기소된 트럼프 대통령이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도 재판의 진행 결과에 따라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 대선이 8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미국 경제의 향후 움직임, 특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잠잠해지고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신규채용 등 고용시장 데이터까지 현재의 견고함이 유지되고 트럼프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다면 이번 대선의 향방은 누구에게 유리할지 쉽게 점칠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놀라운 실업률 데이터는 현재 미국 경제의 양호한 상태를 알려주는 여러 지표들 중에서 단지 하나에 불과하다. 미국의 대표적 상장 기업을 추종하는 S&P500 지수는 기록 경신을 거듭하면서 근로자들의 401k 퇴직 연금 계좌도 두툼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은 경제가 나쁘면  지나치게 비난을 받고 경제가 좋아질 경우 충분한 찬사를 받지 못한다는 오랜 정치적 격언이 있다. 바이든이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로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 또는 낙태 금지 문제에 대한 찬반 갈등을 비롯 여러가지가 거론되고 있다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은 승부를 가를 가장 결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1992년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유행시키며 현직 대통령이던 조지 H. 부시 후보를 물리쳤다. 경제는 국민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이고 지도자의 개인적 오점은 눈감아 줄 수 있어도 경제를 망쳐 놓으면 그대로 아웃이라는 미 현대사 선거의 법칙이 이번에도 통할까 관심사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경제가 살아난 것은 '바이드노믹스' 덕분이라고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바이든이 집권을 계속하면 경제가 얼마 안가 망가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현재 증시가 상승하는 이유는 자신의 집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금리정책의 키를 쥔 연준이 바이든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언급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연준의 입장은 금리 인하를 시작하려면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2%대로 다시 내려간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연방 노동부는 물가를 측정하는 핵심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월에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약 3년 만에 CPI가 2%대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인플레에션 압력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연준이 가장 주목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1월에 전년 동기 대비 2.4%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상승폭이 3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둔화된 모습으로 시장에서는 6월 금리 인하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미국 금융시장에는 호재이다. 일반인들이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고 무엇보다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고금리 모기지론에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예상을 압도하는 실적을 냈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경제가 아직 살아났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는 임금 상승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최근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부정적이다. 절반에 가까운 48%가 미국 경제가 아직 침체라고 믿고 있고 35% 정도만 잘 돌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또 26%는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여름 20%, 2022년 12월의 17%에 비해 높아진 수치이다. 미국인들의 경제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바이든에게 희망의 빛이다.    
 

재집권을 노리는 트럼프에게 열광하고 그에게 표를 주고자 맘먹은 유권자들에겐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경제를 잘 관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트럼프는 팬데믹 이전 자신의 집권 시 미국 경제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습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선거 캠페인 사이트는 트럼프 집권 시 미 전역의 가계소득 중간값과 아프리카 흑인들의 실업률이 역사상 최고로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은 바이든 행정부 집권 이후 더욱 개선되었다. 바이든은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집권 이후 미국이 팬데믹을 극복하고 기록적인 성장세로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둘 중에서 누가 경제를 더 잘 이끌었는가는 훗날 평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당선이냐에 따라 미국의 대외 무역과 경제정책 기조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트럼프 2기 경제정책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보호주의 무역에 대한 신념이 훨씬 강한 인물이다. 그는 관세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오랫동안 침체된 국내 제조업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 집권 시 무역전쟁보다는 법인세 대폭 감세(35%→21%) 등 세제개혁이 최우선 경제 어젠다였다면  2기는 무역전쟁이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다시 집권하면 현재 3% 아래인 '보편적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10%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모든 나라에 10%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통일하는 것보다는 무역 상대방에 따라 개별 협상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고 대신에 관세를 낮추어주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경제분야에서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가 말하는 '10% 보편적 관세'는 기존 관세에 추가로 10%가 적용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당선 시 대통령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미국 관세법의 338조(1933년 제정)를 소환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2018년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과 무역수지 불균형을 이유로 특정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해 미·중 관세전쟁을 야기했던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재집권 시 대중 관세율을 60%로 일괄 적용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이나 EU 등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들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각국의 보복조치와 공급망 교란에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큰 대외적 위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맹국이라도 미국의 이익이 없는 곳에 일방적 안보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트럼프는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2개의 전쟁을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재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는 나토 동맹국을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길 것"이라는 트럼프의 최근 발언은 그가 동맹의 가치까지 훼손하고 자국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물임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 시켜주었다.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트럼프의 집권 시 미국은 국방비를 늘릴 수밖에 없다. 세계 도처에서 적들의 도전을 물리치거나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IPEF(경제태평양프레임워크) 공급망 협정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파리 기후 조약의 탈퇴도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내에서 석유 등 에너지 생산을 크게 늘릴 것이다. 또한 반이민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모든 것이 그의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구호 아래에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너무 매파적이라는 이유로 파면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2020년 회고록에서 "그의 첫 4년은 나빴다면 , 두 번째 4년은 더 나쁠 전망"이라며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보복에만 관심이 있으며, 이는 두 번째 임기의 대부분을 소비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드노믹스'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인식이 우선 바뀌길 고대할 것이다. 또 세계 안보·통상 질서와 관련 트럼프 2기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선거 전략으로 부각시키며 트럼프와의 결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수완 필자 주요 이력 

▷코리아타임스 기자 ▷로이터통신 선임특파원 ▷로이터통신 편집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아주경제 글로벌본부장 ▷아주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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