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러-우크라 전쟁 2년 …버티는 자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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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4-01-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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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차량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으로 차량이 파괴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2년을 곧 넘긴다. 러시아는 전쟁 초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밀려서 수도인 키이우 점령에 실패했다. 그러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을 포위 공격해 함락시키고 동부의 거점인 세베로도네츠크(Severodonetsk)와 리시찬스크(Lisichansk)를 차례로 점령했다. 현재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아우르는 지역) 지역 대부분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대략 20% 장악하고 있다. 또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육로를 점령하고 있는 것도 큰 성과로 꼽고 있다. 지난가을 내내 탄약과 미사일을 비축한 러시아는 새해 들어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북한에서 들여온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습에 사용한 정황을 여러 차례 포착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자신들의 첨단 군사 역량을 실험하며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구 우방에서 제공하는 탄약과 미사일의 공급 차질로 대부분 전선에서 방어 모드에 돌입한 형국이다. 최근 무기 조달과 관련해 전·현직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거액의 횡령 비리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러시아 침공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각종 제재는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다. 전시 경제 체제에도 불구하고 고용과 소비수요 등 러시아 경제의 각 부문은 되레 살아났다. 중국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시스템에 도전하고 교역과 생필품 조달 문제도 해결했다. 전쟁 초기 거셌던 반전 여론도 확산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굳이 전쟁을 서둘러서 끝내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미국이 이미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는 것도 러시아에는 유리한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와 바이든의 '리턴매치'가 예상되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미국의 우크라이나 방어에 대한 분명한 전략과 의지도 시험대에 올라 있다.  

장기전을 수행하려면 충분한 자원 확보와 인내심이 중요하다. 러시아가 느긋하게 장기 소모전에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자금 지원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승인을 요구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614억 달러 규모(약 81조원)의 추가 자금 지원안은 미국 남부 지역 국경통제 강화 법안의 우선적 처리를 요구하는 일부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에게 발목이 잡혀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이 지난 12월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논의한 500억 유로(약 72조원) 상당의 우크라이나 장기 지원안도 헝가리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제동을 걸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개전 후 3번째 미국을 방문해 미 의회 지도부에 신속한 지원을 호소했지만 공화당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공화당은 미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법안 통과를 방해하며 바이든의 재선을 견제하는 효과를 노리는 듯하다. 지난 12일 영국 리시 수낵 총리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예고 없이 방문해 올해 최대 25억 파운드(약 4조20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약속하면서 우크라이나는 한숨은 돌리게 됐다. 우크라이나에는 가뭄에 내린 단비였다.   

'전략적 이니셔티브'

푸틴 대통령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잡고 있다며 의기양양했다. 지난여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실패하면서 푸틴의 자신감은 커진 듯하다. 이번 전쟁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모두에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왔고 유럽 안보는 물론 공급망 질서와 세계 경제에 불안감을 확대시켰다. 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현재 형성된 전선을 토대로 양국이 종전 협정을 맺을 것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전쟁 목표를 '완전한 승리'에서 '종전 협상' 시 '유리한 위치 확보'로 기울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등 러시아의 점령지를 모두 되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EU 회원국인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과 함께  친러시아 정책을 표방해 승리한 로버트 피코 총리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쟁을  끝내려면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점령한 영토를 일부라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러시아가 돈바스와 루한스크를 떠나는 것? 아니면 크림반도를? 이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푸틴 대통령도 미 고위 당국자들에게 최근 비공식 채널을 통해 종전을 위한 논의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소련 해체 후 냉전의 산물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도 현시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출구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을 듯하다. 그는 2년 전 우크라이나 수도를 수 주 안에 함락해 젤렌스키 정권을 축출하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체면을 구겼다. 수십 년간 군사적 중립국을 지키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석 달 뒤 나토 가입 신청서를 내면서 푸틴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지난해 5월 핀란드는 나토의 31번째 회원으로 가입이 확정되었고 스웨덴도 헝가리의 비준만 거치면 가입이 확정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무기력했던 나토 동맹국들은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주도하에 결속을 강화했다. 나토 회원국은 지난주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한 '확고한 방어자(Steadfast Defender) 2024' 훈련을 개시해 5월까지 진행한다. 이번 훈련에는 31개 회원국과 스웨덴에서 약 9만명의 병력이 참가한다.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으로 인한 안보위기 해결을 명분으로 시작한 전쟁이 나토 결속과 무력시위라는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종전 협상 

지난여름 영토 수복을 노리던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장기소모전 양상으로 변한 이 전쟁은 어떤 결말을 보일지 미지수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에 더 많은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러한 지원들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바이든이 추구하는 동맹 외교가 실종되어 국제질서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방의 압력에 의해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 나선다 해도 이번에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의 일부라도 포기할까 미지수이다. 푸틴은 전쟁의 종식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세를 늦추지 않으면서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외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서방 분석가들은 러시아군이 전쟁 초 신속하게 키이우를 점령해 푸틴의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지 못할 경우 일련의 강력한 서방 경제 제재 때문에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지고 전쟁에서 오랫동안 버티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의 원유 수출을 대부분 중국과 인도로 돌리고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서방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이면서 전시경제 체제를 구축했다. 지금 서방의 제재를 비웃듯 음식점과 마트엔 고객이 넘치고 러시아인들의 경제 활동은 전쟁 전하고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연금과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도 인플레이션 상승분을 초과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우쿠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을 선호하는 러시아인들이 아직 다수이지만 현재 푸틴에 대한 지지율이 80% 선에서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러시아 경제는 3%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방위 산업의 호황으로 고용 상황도 개선되었다. 전쟁이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에서 3분의 1 이상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 대선  

향후 전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변수는 선거이다. 자신의 5번째 대통령 임기에 도전하는 푸틴(71)은 3월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강화하며 러시아가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선전하며 국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도 올해 대선을 치를 예정이지만 현재 계엄령을 연장하며 선거를 유예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중 일부는 러시아에 점령당했고 우크라이나 국민 수백만 명이 고향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선거를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지난해 러시아의 대표적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의 반란으로 푸틴 정권은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반란 2개월 만에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항공기 추락 사고로 숨진 후 더 이상 푸틴 정권을 위협하는 사태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푸틴은 이번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합법화하려 할 것이다.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이 승리하면 2030년까지 집권을 계속 하면서 소련의 악명 높은 독재 통치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29년 통치(1927~1953년) 기록도 깬다. 트럼프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전쟁을 오래 끌고 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는 자국 내 무기 생산 부족분을 메꾸기 위해 북한에서 무기를 지원받는 방법을 택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하겠다"고 결의했다. 북한으로서는 그동안 테스트에 그쳤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서 실제 사용해보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러시아는 북한에서 지원받은 탄약과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오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북한은 무기 제공 대가로 러시아에서 전투기나 장갑차, 핵잠수함 등 첨단무기의 도입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의 뉴스쿨(The New School)의 국제문제 교수인 니나 흐루시세바(러시아 태생 미국인)는 최근 기고문에서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째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애 대한 지원을 재약속하지만 미국에는 공화당, EU에는 헝가리라는 장벽이 있다. 이 장벽을 넘더라도 우크라이나는 전장에 투입할 새로운 병력 모집에 애를 먹는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일이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다른 EU 국가를 침공할 것이라는 명분으로 나토군의 진입이 정당화될 수는 있지만 러시아군이 총력 대응으로 맞서면서 유럽이 더욱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서방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정복당한 영토를 모두 되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 방어에 집중하면서 러시아와 현실적인 대화를 모색하는 일이다. 


이수완 필자 주요 이력 

▷코리아타임스 기자 ▷로이터통신 선임특파원 ▷로이터통신 편집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아주경제 글로벌본부장 ▷아주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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