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거장의 '청춘', 소금산 '울렁다리'… 예술·자연 품은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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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김다이 기자
입력 2023-12-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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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도 다다오 철학 담은 '뮤지엄산'

  • 개관 10주년 맞아 대규모 기획전

  • 200m 절벽의 소금잔도 아슬아슬

  • 신이 깃든 '성황림' 숲의 생기 가득

  • 원주8경 '용소막성당'서 인생 사진

비내리는 뮤지엄산 풍경 사진김다이 기자
비내리는 뮤지엄산 풍경. 안개가 잔뜩 낀 하늘 아래 높게 솟은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김다이 기자]
서울에서 1시간이면 만날 수 있는 강원도 여행지가 있다. 서울에서 이동하기 부담 없는 거리에 위치한 강원도 원주는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관광지다. 행정도시로만 생각했던 원주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오롯이 느끼고 왔다.
 
◆ 비 오는 날의 뮤지엄산 ‘안도 다다오’
 
‘뮤지엄산(Museum SAN)’은 원주에서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지정면 월송리에 위치한 뮤지엄산은 사계절 다른 풍경을 담아낸다. 뮤지엄산에서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뮤지엄산은 노출 콘크리트와 빛을 활용해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본관은 네 개의 구조물이 사각형, 삼각형, 원형의 공간으로 연결되어 대지와 하늘을 사람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담겼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방문한 뮤지엄산은 빗소리와 함께 차분하고 고요한 공기가 감돌았다. 비와 함께 거대한 안개가 내려앉은 풍경을 보고 있으면, 그간 눈에 띄지 않던 건물을 감싸고 있는 나무들이 한층 선명해진다. 맑은 날 푸른 하늘과 함께 만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안도 타다오의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김다이 기자
안도 다다오의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김다이 기자]
최용준 뮤지엄산 학예실장이 안도타다오전의 도슨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최용준 뮤지엄산 학예실장이 안도 다다오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현재 뮤지엄산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대규모 개인전 ‘안도 다다오-청춘’기획전이 진행 중이다. 오는 3일까지 연장 운영하는 ‘청춘’전에서는 안도 다다오의 ‘끝없는 도전’을 만날 수 있다.
 
뮤지엄산에서는 생각을 비우고 명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2019년 1월 문을 연 ‘명상관’에서는 돔 형태의 공간에서 싱잉볼과 함께 명상 체험이 가능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천장에 뚫려있는 한줄기 공간을 통해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까지 더해진다.
 
뮤지엄산의 두 번째 명상 공간인 ‘빛의 공간’왼쪽과 안도 타다오의 청춘Youth 작품 안도 타다오는 청준을 풋사과에 비유했다 사진김다이 기자
뮤지엄산의 두 번째 명상 공간인 ‘빛의 공간’(왼쪽)과 안도 다다오의 '청춘(Youth)' 작품. 안도 다다오는 청춘을 풋사과에 비유했다. [사진=김다이 기자] 
뮤지엄산의 두 번째 명상 공간은 지난 7월 공개한 ‘빛의 공간’이다. 십자 모양으로 열린 공간에 들어오는 빛은 바닥까지 이어지면서 거대한 회색 공간을 밝혀준다. 빛의 움직임으로 인해 시간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체험 요소인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도 뮤지엄산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공간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작품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원주 소금산 그랜드 밸리 사진지엔씨21
늦가을 원주 소금산 그랜드 밸리의 모습. [사진=지엔씨21] 
◆ 늦가을 정취와 자연을 몸소 느끼다
 
뮤지엄산과 함께 원주를 대표하는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산을 따라 원주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원주의 필수 관광지 중 하나다.
 
출렁다리를 출발해 데크 산책로-소금잔도-전망대-소금산 울렁다리를 거쳐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오는 코스다. 높이 100m, 길이 200m의 산악 보행교인 소금산 출렁다리를 건너다보면 아찔함도 잠시 먼발치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시선이 옮겨져 두려움도 잊게 된다.
 
소금잔도를 걷는 사람들 소금산을 따라 이어진 잔도 아래 아찔한 절벽이 펼쳐진다 사진지엔씨21
소금잔도를 걷는 사람들. 소금산을 따라 이어진 잔도 아래 절벽이 펼쳐져 있다. [사진=지엔씨21]
출렁다리보다 2배 긴 울렁다리 사진지엔씨21
출렁다리보다 2배 긴 울렁다리의 시작점에 서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다. [사진=지엔씨21]
출렁다리를 건너니 소금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하늘바람길 산책로를 따라 하산하는 길로 나뉘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더 높은 곳에서 가을 풍경을 담기 위해 소금산 정상부 아래 절벽을 따라 산벼랑을 끼고 도는 ‘소금잔도’로 가본다. 고도 200m 높이의 절벽 한쪽에 360m로 길게 이어지는 아슬아슬한 길을 걸으며 울렁다리로 향한다.
 
소금산 울렁다리는 출렁다리보다 2배 더 긴 404m의 보행현수교다. 건너가는 사람이 아찔해 마음이 울렁거린다는 뜻으로 ‘울렁다리’라 부른다. 실제 울렁다리는 보기만 해도 손에 땀이 쥐어질 정도다.
 
숲해설사님이 나무와 숲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성황림마을에서 나고 자란 고계환 숲해설가가 나무와 숲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사진김다이 기자
숲의 중앙에 있는 당집과 그 옆에 서있는 전나무가 숲의 주인이다. 숲해설가는 '산에 오른다'가 아닌 '산에 든다', '나무를 안는다'가 아닌 '나무에 안긴다'라는 표현과 함께 3분간 명상을 시작했다. [사진=김다이 기자]
이번에는 가을의 경치를 눈으로 담고 체험해 보기 위해 성황림으로 향해 본다. ‘신이 깃든 숲’으로 불리는 성황림에서는 낙엽을 밟으며 자연 속에서 고요하게 명상을 할 수 있다. 성남리 주민들은 치악산의 성황신을 마을 수호신으로 믿고 이 숲에 신이 깃들었다고 믿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92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는 이곳은 93종의 자연수종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숲의 중앙에는 수호수인 전나무와 엄나무가 웅장하게 서 있다. 고계환 숲해설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저 평범했던 숲에 생기가 더해진다. 거대한 나무에 안겨 기운을 받아보기도 하고, 말없이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다 보면 어느새 자연에 속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지붕이 높게 솟아있는 용소막 성당의 모습 사진김다이 기자
지붕이 높게 솟아있는 용소막 성당. [사진=김다이 기자]
◆ 뚜벅이 여행도 OK 원주의 ‘인스타그래머블’ 명소
 
원주시에서는 자차 없이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는 여행객을 위한 ‘시티투어버스’가 잘 구축된 도시다. 순환형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성인 기준 1일 5000원으로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뮤지엄산, 오크밸리, 소금산 그랜드밸리 등 관광지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뮤지엄산에서 시티투어버스 표를 제시하면 20% 할인 혜택까지 제공한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싶어 하는 젊은 여행객들에게도 원주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용소막성당 뒤편에 이어진 십자가의 길 14차까지 나눠져있는 조형물을 보며 묵상하는 성지순례길이다 사진김다이 기자
용소막성당 뒤편에 이어진 십자가의 길. 14처까지 나눠져 있는 조형물을 보며 기도하는 순례길이다. [사진=김다이 기자]
‘원주 8경’ 중 한 곳인 용소막성당은 벽돌로 지어진 뾰족한 지붕의 성당이다. 대형 건물이 주는 웅장함은 없지만 용소막성당이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만난 용소막성당은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을의 깊고 푸른 하늘과 함께 용소막성당을 카메라에 담으면 멋진 인생 사진이 완성된다. 이곳은 강원도의 유형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됐을 만큼 건축물이 주는 의미도 있다.
 
원주중앙시장, 자유시장, 도래미시장, 중원전통시장 등 원주 도심 상권에 모여 있는 4곳의 시장도 원주 여행 시 들러보면 좋은 관광 코스다. 소위 ‘원주의 MZ’들이 즐겨 찾는다는 미로예술시장은 청년사업가들이 모여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예쁘게 꾸며놓은 포토 스폿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장소부터 쿠키 공방, 도자기 공방 등에서는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다.
 
카페 서희 내부에는 작은 나무 조형물이 소설 토지를 연상케한다 사진김다이 기자
카페 서희 내부에는 작은 나무 조형물이 소설 토지를 연상케 한다. [사진=김다이 기자]
토지 사진김다이 기자
대표 음료 중 하나인 ‘토지’. 군고구마 우유 베이스 라떼에 커피 크림과 땅콩가루가 올려져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박경리문학공원에는 소설가 고(故) 박경리 선생이 살았던 집과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엔 ‘토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북 카페 ‘서희’를 만날 수 있다. 카페 2층 가운데에는 독특한 나무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빙 둘러진 벽에는 디지털 사이니지와 토지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테라스로 나가면 단풍나무 사이로 고인의 옛집을 바라보며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카페 서희에 왔다면 이곳에만 있는 음료를 꼭 맛보길 추천한다. 카페 주요 음료인 ‘토지’는 달콤한 군고구마 우유 베이스에 쫀득한 커피 크림을 올린 군고구마 라떼다. 부드럽고 달콤한 군고구마 향이 커피와 잘 어우러진다. 메밀차를 냉침한 우유와 쑥향이 가득한 크림을 올린 밀크슈페너 ‘서희’와 복분자 아이스티 ‘광복’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자연부터 예술, 문화, 음식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원주는 사계절 내내 둘러보기 좋은 관광지다. 가을 단풍의 멋을 느낀 원주의 새로운 계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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