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반도체·증시 호조, 성장률 반등…경기 살렸지만 지속가능성 숙제

  • "성장률·경상수지 개선…내수 회복 체감도는 낮아"

  • "적극재정 효과 나타났지만 고물가·고환율 부담 여전"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출범 당시만 해도 내수 침체와 건설경기 부진, 미국발 관세전쟁 우려가 겹치며 한국 경제를 둘러싼 전망이 어두웠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한국 경제는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발판으로 수출과 증시가 급반등했고 성장률 전망도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다만 반도체 편중 성장과 고물가, 재정 부담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성장률 반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중동 전쟁과 글로벌 불확실성을 반영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낮췄다. 하지만 이후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면서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2%대 중반으로 높여 잡고 있다. 오는 4일 발표되는 OECD 경제전망에서도 한국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은 경제 회복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됐다. 지난해 수출액은 7093억 달러로 사상 처음 연간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90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자본시장도 달라졌다. 코스피는 정부 출범 이후 8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시가총액 역시 크게 증가했다. 정부가 추진한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과 국내시장복귀계좌(RIA) 도입,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도 커졌다. 경상수지 역시 1분기 기준 73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뒷받침했다. '전쟁추경'을 포함한 대규모 재정 투입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을 통해 내수 부양과 취약계층 지원에 나섰다. AI·반도체·에너지·지역균형 발전 분야 투자도 확대하며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경제 회복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생산능력지수가 최근 5년간 80%포인트 상승한 반면 비반도체 제조업 생산능력은 14%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과 내수 산업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의미다.

실제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철강·석유화학·건설업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역시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담은 최근 그린북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경기 하방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부담이다. 국제 유가는 중동 사태 장기화 영향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면 민생 부담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 건전성 문제도 숙제다. 경기 회복 과정에서 적극 재정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성장과 세수가 반도체 대기업 실적과 자산시장 호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연금·복지 지출 증가와 반복되는 추경 편성 가능성은 중장기 재정 운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세제 정책 역시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실거주 요건 강화와 임대사업자 세제 특례 축소 등을 추진하며 '실거주 중심·투자이익 과세'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거래세보다 실제 투자이익에 과세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재설계해 조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중장기적 위협으로 AI와 인구구조 변화를 꼽은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AI 시대에 맞게 개인정보·금융·노동시장 규제를 정비하면서 교육개혁을 통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반도체·바이오·배터리·원전·전력기기 등 미래 성장산업을 과감하게 육성하면서 기업들이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산업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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