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이재명 '345', MB '747'의 전철 밟지 않으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내건 ‘345 비전’을 제시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다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경제정책에는 국민과 기업이 바라볼 분명한 목표도 필요하다. 다만 숫자가 선명할수록 그 숫자를 달성할 방법은 더욱 냉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345’는 20년 전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747’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정부는 연평균 7% 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을 약속했다. 국민이 기억하기 쉽고 국가적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구호였지만 결과는 목표와 크게 달랐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2.9%에 그쳤고 7% 성장은 한 차례도 달성하지 못했다.

물론 출범 첫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결정적인 악재였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한 상황에서 한국만 고성장을 이어가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747의 실패를 금융위기 탓으로만 돌려서는 교훈을 얻을 수 없다. 경제 규모가 이미 커지고 생산가능인구 증가세가 둔화하던 시기에 과거 개발연대와 같은 7% 성장을 전제로 삼은 것부터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

숫자를 먼저 정해 놓으면 정책도 숫자에 끌려가기 쉽다. 임기 안에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환율과 재정, 건설투자와 부동산 경기 등 단기 부양 수단에 의존할 유인이 커진다. 구조개혁은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크고 성과가 늦게 나타나지만, 재정을 풀고 토목사업을 벌이면 당장의 성장률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정책의 나침반이 아니라 정권의 성적표가 되는 순간 장기적인 경제 체질 개선은 뒤로 밀린다.

747을 구성한 숫자들 사이의 관계도 명확하지 않았다. 7% 성장하면 국민소득 4만달러와 세계 7대 강국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처럼 제시됐지만 국민소득은 성장률뿐 아니라 환율과 물가, 인구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세계 7대 경제강국’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할지도 모호했다. 기억하기 좋은 숫자가 반드시 좋은 정책 목표인 것은 아니다.

이번 345는 그래서 더욱 치밀해야 한다. 특히 잠재성장률 3%는 재정을 풀어 한두 해 실제 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저출생·고령화로 줄어드는 노동력을 보완하고, 기업 투자를 늘리며, 기술 혁신과 생산성을 높여야 가능하다. 노동·교육·연금·규제 개혁처럼 어렵고 인기 없는 과제를 피한 채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수출 4강도 반도체 호황에만 기대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특정 품목과 시장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서비스와 콘텐츠, 중견·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국민소득 5만달러 역시 환율 효과나 일부 대기업의 실적만으로 채워서는 의미가 없다. 생산성 향상이 임금과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국민이 생활의 변화를 체감해야 진정한 5만달러 시대라 할 수 있다.

정부는 3·4·5 각각에 대해 연도별 이행 경로와 정책 수단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대외 여건이 달라질 때 목표와 정책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밝혀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한 재정 지출이나 정책금융, 부동산 부양에 손을 댄다면 345는 747과 같은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345는 조롱하거나 미리 실패를 단정할 구호가 아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수출 영토를 넓히며 국민소득 5만달러에 진입하는 것은 한국 경제가 반드시 도전해야 할 과제다. 다만 야심 찬 목표일수록 낙관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747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목표를 낮추라는 것이 아니다. 숫자보다 실행 경로를 먼저 세우고, 단기 성과보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345가 747의 전철을 밟지 않는 첫 번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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