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산업구조 새판 짜서 인력 미스매치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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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교수
입력 2023-08-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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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교수
[이학노 교수]


 
작년 2월 이후 16개월 연속 적자이던 무역수지가 지난 6~7월 흑자를 보였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무역수지는 수입국 경기나 환율, 통상정책 등에 좌우되기 때문에 잠깐 좋아졌다고 기뻐할 일은 아니다. 또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경제의 기초 경쟁력, 소위 펀더멘털(fundamental)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체크해 보아야 한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항목인 투자와 기술 인력 사정을 보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수출은 2021년 25.7%, 2022년 6.1% 증가하였지만 금년 1~7월에는 작년에 비해 13% 감소하였다. 수입도 비슷한 패턴을 밟고 있지만 가격이 올라간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인하여 그동안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 6~7월에는 에너지 수입이 줄어들어 무역수지가 흑자로 바뀌게 되었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그나마 일본이 가장 양호하고 중국, 대만 모두 어렵다. 일본의 수출은 2021년 21.5%, 2022년 18.2% 증가하였지만 금년 6월까지 3.1% 증가하고 있다. 엔화 약세 덕택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의 상대적 수출 호조는 금년 경제성장률 6% 전망으로 연결되고 있다. 대만 수출은 우리와 숫자도 비슷하다. 2021년 28.9%, 2022년 6.7% 증가하였지만 금년 5월까지 16.6% 감소를 보이고 있다. 대만 수출이 부진한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반도체와 관련 부품 수출이 부진한 것이 주 요인이다. 중국은 타격이 빨리 왔다. 중국 수출은 2021년 29.7% 증가하였지만 2022년 7.1% 증가하는 데 그쳤고 금년 1~7월에도 4.8% 감소를 보이고 있다.
 
우리 수출의 주종 품목들은 자동차(2022년 수출 비중 7.9%, 금년 1~7월 42.4% 증가)를 제외하고 모두 부진하다. 반도체(18.9%, -36.4%), 석유제품(9.2%, -23.5%), 석유화학(7.9%, -23.5%), 철강(5.6%, -12.2%) 등이 감소 계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유럽(2022년 수출 비중 13.3%, 금년 1~7월 6.3% 증가), 미국(16.1%, -0.7%)에 대한 수출이 그나마 선전하고 있고 대중국(22.9%, -25.8%), 아세안(18.3%, -21.1%) 수출 등이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역별·품목별 수출 동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등에 대한 자동차 수출과 개도국의 공장 신증설에 따른 일반기계류 수출을 제외하면 중국과 아세안 등에 대한 소재와 부품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중국의 개혁·개방과 포스트 차이나로 한국을 먹여살렸던 아시아 중심의 개도국 현지 가공 수출 방정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는 나아질까? 투자 동향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는 2019년 6.6% 감소하였다가 2020년 7.2% 증가하여 전년 수준을 회복하였고 2021년 9.3% 증가하였으나 2022년에는 다시 0.9% 감소하였다.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2021~2022년 100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제 투자도 국내 성장잠재력 축적에 불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밖으로 나가는 제조업 해외 투자는 연간 260억 달러(약 30조원) 수준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 60억 달러(약 7조원)보다 네 배 정도 많다. 우리 기업의 제조업 해외 투자는 아직까지 아시아가 제일 많지만 2021년 이후에는 북미 투자가 바짝 따라잡고 있다. 국가로는 그동안 대중 투자가 제일 많았지만 2021년부터 대미 투자가 선두로 나섰고 대유럽 제조업 투자도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 버금가던 대베트남 투자는 2020년부터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유럽 등으로 제조업 해외 투자가 전환된 것은 미·중 무역 갈등과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시아 지역 중심의 조립 가공 패턴에서 미국과 유럽 등 지역에 대한 첨단산업 위주의 투자로 중점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오는 외국인의 제조업 투자는 화공, 전기전자, 운송용 기계, 기계장비 및 의료정밀 등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 늘고 있는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도 S기업 등을 보고 온 첨단산업 투자 중심이다.
 
기술 인력 사정은 어떠한가. 2022년 국내 전문대학 등을 포함한 고등교육기관의 이공계 졸업생 수는 28만명 수준인데 대학에서 발표한 취업률을 인정하더라도 70% 수준에 턱걸이하고 있다. 이공계 졸업생 7만명 정도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 해외 유학도 2011년 26만명 수준에서 2022년에는 12만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하였다. 귀국 후 국내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해외 유학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외국인의 국내 유학은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말 현재 국내 유학 외국인은 유학비자 13만3000명과 일반연수 6만명을 합쳐 20만명에 이른다.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많다. 일부 유학생들은 학업에 전념하기보다는 취업을 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2022년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25만명이고 불법 체류 외국인도 40만명을 넘는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등의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현재 25만명 수준인 고용허가제(E-9 비자) 쿼터를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졸업 후에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 많고 인재 풀이 작아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취업 문호는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이공계 취업난을 겪고 있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노동집약적 산업보다는 첨단산업이다. 현장에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외치는 상황에서 이공계 졸업자 실업이 높다는 것은 구인과 구직 업종 간 불균형과 처우의 미스매치에 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 등 일부 업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외국인 도입을 추진하는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산업구조 조정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미취업 상태로 있거나 실업수당을 받는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가고 싶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 도입 확대 정책도 공감대가 넓어질 수 있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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