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안전 기준 강화된 '소상공인의 발' 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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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3-04-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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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수 퓨처이브이 대표

김경수 퓨처이브이 대표 [사진=퓨처이브이]


“성공이라는 이름의 밴(Van) 코치!”
1991년 대우자동차에서 출시한 경형 상용차인 다마스 광고에서 일식집, 어린이집 등에 종사하는 실제 소상공인들이 출연해 다마스를 배경으로 성공을 외쳤다.

다마스가 소상공인들의 성공을 위한 최적의 차량임을 강조하고자 했을 것이다. 실제로 다마스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경형 트럭 라보와 함께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의 대표적인 영업용 차량으로 인식돼 왔다.

다마스와 라보는 소형인 1톤급 트럭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1만원이 채 안 되는 저렴한 가격, 높은 적재성, 각종 경차 혜택 등이 소상공인들에게는 매력적이었다. 2021년 두 차량이 단종되기 전까지 30년 동안 연간 1만2000대 정도 판매되며 누적 판매량 약 37만대를 기록했고 단종된 최근에도 여전히 수요가 높다. 그 덕분에 중고차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소상공인의 발’로 뛰어온 두 차량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과거 정부는 생계용 소형 화물차에 대해 깐깐한 충돌 시험 없이도 판매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두 차량은 에어백도 설치되지 않은 채 출시됐고, 엔진룸이 시트 아래에 있는 구조여서 전방 충돌 시 상당한 충격을 운전자가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차체 강성도 약했으며 차체 안정화 제어 장치와 같은 안전 기능 역시 적용되지 않았다.

두 차량의 위험성은 통계로도 잘 나타난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1년 화물차 교통사고 치사율은 2.63%로 승용차 1.02%에 비해 약 2.6배 높았다. 해당 통계는 적재량이 5톤 넘는 대형 화물차부터 엔진 1000㏄ 미만 경형 트럭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비교적 취약한 차체 강성을 지닌 라보와 다마스는 치사율이 화물차 평균치보다 높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간 미뤄져 왔던 경형 이상 화물차의 안전 기준이 드디어 올해부터 강화됐다. AEBS(자동비상제동장치) 설치 등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했고 고정벽 정면충돌 등 갖가지 사고 상황에 대한 충돌 시험도 필수적으로 통과하도록 했다. 자동차·자동차부품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새로 출시되는 경형 이상 화물차는 강화된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판매할 수 있다. 기존에 출시된 차들은 구조 변경 등에 따른 연구 기간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안전 강화 기준을 적용받는다.

다만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없는 초소형 자동차는 해당하지 않는다. 경형 상용차는 근거리 배달, 청소, 소방용 특수차, 레저 등 용도가 다양해 시장 규모가 국내 연 3만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뾰족한 시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2020년 38만대 시장으로 집계되는 등 해외 시장은 매우 큰 시장이다. 전기자동차를 제조하고자 하는 중소기업들에는 매우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중소 업체들이 강화된 안전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고도의 자동차 핵심 요소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데 있다. 기계적인 충돌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산해석설계 등 차체에 대한 전문적인 설계뿐만 아니라 △에어백 △ABS(브레이크잠김방지) △ESC(차체 안정화 제어 장치) △AEBS 등 각종 첨단 안전 기능 탑재가 차량 설계 단계부터 고려돼야 한다.

나아가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모터제어와 배터리 관리시스템 기술은 해당 분야를 전공한 고급 인재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강화된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을 새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 수밖에 없다. 세계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필수적인 이유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경제성을 이유로 안전성을 어느 정도 타협해 왔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성공이 안전성을 가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강화된 안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동시에 정부는 경형·소형 상용차에 도전하는 중소기업들이 안전 기술의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안전성이 확보된 국산 상용차 개발은 향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국내 자동차업계 위상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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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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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이 안전성을 가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라는 대표님의 의견에 적극 동감합니다.
    우리나라의 중소 규모 전기차 스타트업에서도 이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중국에서 생산한 겉무늬만 요란한 저가 차량들은 국내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고, 자체 핵심기술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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