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담] 아픔 딛고 일어선 이태원 '세계음식 클라쓰' 맛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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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부 부장
입력 202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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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교 건너편 1세대 할랄식당 '페트라' 후무스 등 레반 대표음식 맛볼 수 있어

  • 시장 아래편 퀴논길엔 '플러스84' 베트남서 공수한 생면 쌀국수 유명

  • 소방서 지나 대로변엔 튀르키예 디저트 세계음식거리 터줏대감 '타파스 바'

  • 앤틱가구거리선 주말까지 페스티벌 월말까지 매주 土 '녹사평역 음악회'

강태안 서울가스트로투어 대표가 이태원 가스트로투어 출발점인 녹사평 육교에서 이태원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이태원 참사 반년. 여전히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여전히 폐부까지 아픈 기억이다.

이태원 상인들은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 상권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제의 아픔을 기억하되 오늘을 생존하고 그리고 내일의 번성을 위한 몸부림이다. 

최근 강태안 가스트로투어 대표와 함께 이태원 일대로 반나절 미식여행을 떠났다. 가스트로투어는 음식뿐 아니라 지역 역사와 특성, 식당이 품은 이야기까지 깊이 있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무너진 이태원 상권 회복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이태원 참사의 아픔은 여전히 가슴 한쪽을 짓누르지만 상권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찬찬히 그리고 자세히 둘러봤다. 

이태원은 용산 미군기지, 각국 대사관저를 중심으로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 살며 이태원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다.

인천 차이나타운, 혜화동 필리핀 거리, 동대문 중앙아시아 거리 등 보통 특정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으나 이태원에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거주하고 있다.

녹사평역 육교에서는 남산타워와 해방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2020년 방영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주요 장면으로 등장해 관광명소가 됐다. 
 

중동 음식점 '페트라'에서는 레반스타일 앙트레인 후무스를 비롯해 팔라펠, 샐러드, 피타빵, 타볼리샐러드 등 할랄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육교를 건너자 중동 음식점 '페트라'가 눈에 띈다. 이곳은 요르단 출신인 야설 가나엠 사장이 20년째 영업 중인 1세대 할랄 식당이다. 이슬람교는 율법을 중시하는 종교로, 음식에도 할랄 인증을 받은 재료를 사용하고 할랄 방식으로 조리된 음식들만 섭취한다. 

페트라는 우리나라에 할랄 음식에 대한 개념이 정착하기 전에 국빈 만찬 등에 사용될 음식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페트라에서는 레반 음식의 대표적인 앙트레(entrée)인 팔라펠과 후무스, 타볼리 샐러드와 피타빵, 닭고기·양고기 케밥과 커리를 맛볼 수 있다. 
 

외국인 여행객이 단밤포차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이태원 언덕을 넘어가다 보면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단밤 포차가 등장한다. 현재는 박새로이도 없고, 상호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외국인을 비롯해 다양한 관광객이 찾는 '사진 명소'로 주목받는 곳이다. 

이태원 언덕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맞춤 옷이나 빅사이즈 옷을 판매하는 이태원 시장이 등장한다. 

기성복이 보편화하기 전에는 이태원 시장을 중심으로 세계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실력이 좋았던 서울 기능장들의 맞춤 정장 상점이 다수 성업했다고 한다. 실제로 외국 유명 아티스트나 고위 인사가 해밀톤 호텔에 숙박하며 이곳을 찾아 맞춤 정장을 제작하기도 했다고. 

이태원 시장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이태원 퀴논길이 나온다. 2016년 용산구가 주월 한국군사령부가 있던 베트남 해안도시 퀴논(꾸이년)과 자매결연을 하고 이 거리를 조성했다. 퀴논 시에도 용산길이 있다는 점이 퍽 흥미롭다.

퀴논길에는 베트남 호이안에서 볼 법한 등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밤이 되면 화려함이 배가된다. 흡사 베트남에 온 듯한 느낌이다. 
 

베트남 식당 '플러스84'의 쌀국수는 '생면'을 사용해 식감이 더 부드럽다. [사진=기수정 기자]

퀴논 길에는 다양한 음식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플러스84'가 유명하다. 플러스84라는 상호명은 베트남 국가번호인 +84에서 따왔다.

플러스84는 다른 베트남식 쌀국수 식당과 달리 베트남에서 공수한 생면 쌀국수를 사용해 식감이 더 부드럽다. 베트남에서 가장 대중적인 아침 메뉴인 반미도 이 식당 대표 메뉴다.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남매가 이태원과 인사동에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 모두 베트남 출신이다. 

이태원 퀴논길에서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가면 앤틱가구거리가 나온다.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는 한국에 주둔하러 온 미군 가족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사용하던 가구들을 판매하기 위해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거리가 형성됐다고 한다. 
 

이태원 앤틱가구거리.[사진=서울관광재단]

이태원 앤틱가구거리에는 고급 조명, 의자 등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가구를 판매하는 상점이 줄지어 있다. 거리 인근에 위치한 청화아파트는 실제로 가구점들이 가구들을 집에 들여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쇼룸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11일부터 14일까지는 ‘이태원 봄 앤틱&빈티지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태원소방서를 지나 위쪽 대로변에는 단맛이 강렬한 튀르키예식 디저트를 판매하는 케르반 베이커리&카페가 있다. 케르반 베이커리&카페는 이태원에서만 10년 넘는 세월 동안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으며 질 좋은 버터를 사용해 디저트 하나하나의 맛을 잘 살린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튀르키예식 디저트는 '바클라바'다. 얇은 밀가루 반죽과 버터를 겹겹으로 쌓아 구워낸 후 설탕시럽을 끼얹은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 다양한 튀르키예식 디저트를 이곳에서 판매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장소에 '추모공간'이 조성됐다. 이곳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한 후 투어를 다시 시작했다. [사진=기수정 기자]

다시 길을 건너 10·29 참사가 일어난 곳에 조성된 추모공간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한 후 세계음식거리로 향한다.  

세계음식거리에는 다양한 국적의 레스토랑과 바가 밀집해 있다. 과거 그리스, 불가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식당이 자리했던 이 거리에는 최근 다양한 테마의 바와 클럽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거리 터줏대감은 '타파스 바'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인 타파스는 음료와 함께 이른 저녁 시간 간단히 요기를 하는 음식이다. 타파스 바에서는 스페인 타파스의 대표 메뉴 격인 감바스 알 아히요와 샹그리아를 맛볼 수 있다. 
 

타파스 바에서 즐길 수 있는 샹그리아와 감바스 알 아히요.[사진=서울관광재단 ]

이곳 주인장인 고병철 사장은 현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고병철 사장은 "세계음식거리는 코로나19 타격 외에도 10·29 참사가 일어난 장소라 더욱 특수하다"며 "기존에는 세계음식거리 상인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상인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상인회를 조직하지 않았지만 10·29 사태 이후 상인들 의견을 취합하고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인회를 조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인회 조직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그림 전시회, 플리마켓 등을 열며 이태원 일대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음식거리에 위치한 대부분 음식점과 바에서는 이태원 상권 회복을 위한 이태원 사랑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세계음식거리에 위치한 대부분 음식점과 바에서는 이태원 상권 회복 상품권(이태원 사랑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용산구청은 이태원 상권 회복을 위해 ‘이태원 다시, 봄’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해당 상품권을 20% 할인된 가격에 발행했다. 

고 사장은 "상품권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면서도 "상품권 사용 비율이 식당이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는 높지만 바나 클럽 등에서는 사용률이 낮아 상인마다 효과를 체감하는 정도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투어 마지막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음식 전문점에서 장식한다. 2011년 이태원에 둥지를 튼 브라이 리퍼블릭으로, 남아공 바비큐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평택에 정육점을 보유하고 있어 남아공 바비큐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직접 정형한 양갈비와 스테이크 고기, 수제 소시지를 공급받아 요리에 사용한다. 정육점에서는 온라인 판매도 동시에 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양갈비다. 예전에는 외국인과 한국인 비율이 8:2 정도로 외국인에게 소문난 가게였지만 방송 출연 이후 그 비율이 5:5에 이를 정도로 한국인에게도 입소문이 났다.

이 밖에 남아공식 미트 플래터와 미트파이, 디저트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 용산구청은 오는 27일까지 이태원 치유, 회복, 화합 프로젝트인 ‘녹사평역 음악회’를 매주 토요일에 선보인다. 이태원 상권 살리기와 관광 활성화를 목적에 둔 행사다. 

11일부터 14일까지는 앤틱&빈티지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6월 중에는 이태원 ‘별헤는 밤’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9월에는 이태원 지역에서 서울 라이프스타일 체험 행사인 △서울뷰티트래블위크 △서울미식주간을 통해 이태원 상권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튀르키예식 디저트인 바클라바. [사진=서울관광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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