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중요한 건 벚꽃이 없어도 그냥 하는 벚꽃축제

[사진= 김호이 기자]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벚꽃축제가 진행됐지만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리면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벚꽃 만발 시기보다 늦게 벚꽃축제를 진행하는 지자체들에서는 벚꽃 대신에 풍성한 볼거리를 홍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전 동구 관계자들은 대청호 인근을 찾아 '중요한 건 꺽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청호 벚꽃축제 홍보에 나섰다.
대청호 벚꽃축제가 7일부터 9일까지 계획됐으나 꽃이 일찍 떨어진 탓에 '벚꽃 없는 벚꽃축제'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사진= 대전 동구청]

[사진= 대전 동구청]

[사진= 대전 동구청 SNS]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홍보실 직원 분이 생각 했던 아이디어"라며 "기온이 높아져서 벚꽃이 일찍 폈는데 축제 일정을 변동할 수 없어서 유튜브에서 박명수 님의 영상을 보고 착안해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 동구청의 유쾌한 홍보에 대해서 누리꾼들은 "정말 재치 넘치는 홍보네요. 대전에 살진 않지만 가고 싶은 정도예요", "오히려 좋아 마인드, 배우고 싶어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축제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의 석촌호수는 행사 전날 축제 이름에서 벚꽃을 빼기도 했다. 또 벚꽃 백리길로 유명한 군산시의 경우 개화 예측 시기가 어려운 탓에 2010년 전후로 벚꽃축제를 폐지했으며 전북 김제시도 2008년부터 진행해 온 모악산 벚꽃축제를 2014년부터 모악산 축제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2023년 4월5일 석촌호수 전경 [사진= 김호이 기자]

지난 2019년 4월5일 석촌호수 전경 [사진= 김호이 기자]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리는 이유는 이상 고온 등으로 인해 벚꽃 개화 및 절정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올해 벚꽃이 서울에서 지난달 25일에 개화했는데 이는 1922년 서울 벚꽃 개화 관측에 나선 이래로 두 번째 빠른 기록이다. 벚꽃이 없어도 축제가 그대로 진행되는 까닭엔 협찬이나 공연 계약 등으로 인한 문제도 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축제 관계자 뿐 아니라 시민들도 이른 개화가 아쉽다는 반응이다.

여의도와 인천대공원에 다녀왔다는 인천에 사는 사진작가 이병재 씨는 "항상 벚꽃이 축제보다 3주 정도 일찍 개화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정보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시기를 놓치는 것 같더라고요"며 "축제 시기를 잘 정했으면 좋겠어요. 막상 축제가 진행될 때는 벚꽃이 지고 있어서 아쉬움을 느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캠퍼스에 봄이 오면 시험기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올해 캠퍼스의 봄은 일찍 시작되고 일찍 끝났다. 동덕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고현서씨는 "시험기간에 유일한 낙이 학교 안에 있는 벚꽃을 보는 것이었는데 너무 빨리 떨어져서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