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원 부부·모자 전투대원…정부, 6·25 비정규군 공로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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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3-03-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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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부, 6·25 비정규군 보상 시행 1년…1792명 공로금 전달

  • 올해 10월16일까지 비정규군 공로금 신청…"적극 홍보 노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 집안 5형제, 첩보원 부부, 모자(母子) 전투대원 등 6·25전쟁 중 비정규군으로 활약한 사례가 공개됐다.
 
국방부는 ‘6·25전쟁 전후 적 지역에서 활동한 비정규군 공로자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 후 약 1년간 1792명을 6·25 비정규군 공로자로 인정하고 공로금 총 176억원 지급을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6·25 비정규군 보상법은 6·25전쟁 당시 국군이 아닌 신분으로 특정 부대·조직에 소속돼 적 지역에 침투, 첩보 수집 및 유격 활동 등 비정규전을 수행한 사람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공로금을 지급하고자 2021년 10월 시행됐다.
 
미국 극동군사령부 한국연락처였던 ‘켈로부대’(KLO), 미군 8240부대, 미 중앙정보국 첩보부대였던 ‘영도유격대’, 미 극동공군사령부 첩보부대였던 ‘6004부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방부는 2021년 10월 ‘6·25 비정규군 보상지원단’을 설치해 지난해 2월부터 월 1회 위원회 심의를 진행했다. 심의에서는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다양한 이들의 활동상이 확인됐다.
 
먼저 한 집안 5형제가 모두 비정규군으로 활약한 사례가 눈길을 끈다. 황해도 연백군 출신 이영일, 이영이, 이영걸, 이영우, 이영익이 주인공이다.
 
3남 이영걸은 8240부대 예하 ‘울프팩’ 부대에 입대해 적 지역인 황해도 일대로 침투, 비정규전을 수행했다. 울프팩 부대는 강화도 교동도에 사령부를 두고 옹진반도 동쪽과 남쪽에서 한강 어귀와 인천 앞바다를 관할하던 부대였다.
 
2남 이영이는 울프팩1부대 대대장을 맡아 1951년 3∼12월 여러 차례 개성 인근 개풍군 일대에 침투해 개성 탈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뒀고 정전 후 육군 장교로 임관했다.
 
장남 이영일은 작전관, 4남 이영우와 5남 이영익은 유격대원으로 활약했다. 현재 3남 이영걸과 막내만 생존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실제 주인공인 첩보원 부부 사례도 있다.
 
‘팔미도 탈환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켈로부대원 이철과 최상렬은 임무 수행 중 만났다.
 
팔미도 탈환작전은 연합상륙부대가 인천항의 원활한 진입을 위해 그 길목인 팔미도를 탈환해 등대를 점등함으로써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발판이 된 작전이다.
 
이철은 영화에서 배우 정준호가 연기한 서진철이라는 인물의 모티브가 됐으며 팔미도 탈환작전의 핵심이었다고 한다.
 
이철은 최상렬집 지하실에 첩보기지를 구축하고, 인민군 또는 피난민 부부로 위장해 서울 일대 인민군 사령부 동향과 인민군 배치 등 중요한 첩보를 수집해 보고했다.
 
이철과 최상렬은 1951년 11월 30일 서울시장 주례로 열린 켈로부대원 12쌍 합동결혼식을 통해 실제 부부가 되면서 남편과 아내의 인연을 맺었다.
 
적진 한복판에서 활약한 모자 전투 대원도 공로가 확인됐다.
 
박정숙은 전쟁 전인 1949년 켈로부대 창설 초기부터 부대 소속 첩보원으로 활동했고 피난민·행상인으로 위장해 인민군 관련 첩보를 수집했다.
 
전쟁 발발 5일 전 적 지역에서 소지하고 있던 첩보 보고서가 발각돼 포로가 됐고, 이후 전쟁 중 납북 또는 처형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현충원에 위패가 모셔진 상태다.
 
박정숙의 아들 윤종상은 모친의 생사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전쟁이 터지자 홀로 피난을 갔다가 교동도에서 8240부대 예하 울프팩2부대에 입대해 황해도 연백군 봉화리 전투, 경원선 철로 파괴 등 다수 유격 작전을 수행했다.
 
윤종상의 아들 윤철씨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이 소식을 들으셨으면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할머니와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럽고 이분들의 희생을 기억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비정규군 공로자 중 형제 사례 12건, 부부 사례 24건, 부자 또는 모자 사례 2건 등을 확인해 공로금을 지급했다.
 
6·25 비정규군 보상법상 비정규군 공로금은 올해 10월 15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국방부는 대한요양협회·대한노인회·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과 협력해 대상자를 최대한 많이 찾아낼 방침이다.
 
임천영 국방부 비정규군 공로자 보상심의위원장은 “공로자 대부분이 85세 이상의 고령자임을 감안해 신속한 보상으로 이분들의 명예회복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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