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미 정부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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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입력 2023-02-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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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북한은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며 핵 선제공격을 위한 ‘핵 무력 정책법’을 제정했다. 노동당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는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전술핵을 대량으로 생산하겠다”라고 밝혔다. 올해 2월 6일 김정은 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전쟁 준비 태세를 완료할 것”을 강조했고 2월 8일 군 창설 75주년 열병식에서 ICBM과 전술핵 운용부대가 등장하여 핵 공격 능력을 과시하였다. 향후 북한은 게임체인저 전략무기 발사, 7차 핵실험 등을 통해 한반도 위기상황을 고조시킬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란 세월이 지났는데도 북핵 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이며 북한의 핵 공격 위협만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24년에 실시될 미 대선에 재출마할 여부를 놓고 민심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현재까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전 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톱다운(top-down) 협상 방식의 미북정상회담을 두 차례 개최하였으나, 바이든 정부는 전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 ‘핵우산 공약’이라는 방패를 사용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라는 다자안보의 틀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북한은 미북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이후에도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고 북한의 핵 보유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내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정상화해 북한의 도발을 견제하고 있으며, 미 정부도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보내어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억지력을 보여 주고 있다. 현재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가 형성되어 다행스럽다.
 
국내외 외교안보전문가들이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미국의 주요 국방정책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한국 국민의 70% 이상이 독자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다”라는 여론조사와 함께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핵 확장억제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이 날로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 있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위원회는 1월 18일 “한국과 미국이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착수해야 한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냈던 랜들 슈라이버도 1월 25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 증대를 고려할 때 한·미가 한국의 핵무장을 논의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적절하다”라고 언급하였다.
 
바이든 정부에서 외교안보정책의 우선순위는 미·중 간의 패권경쟁에서 미국이 패권을 주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출범 때부터 글로벌공급망 재구축과 인도·태평양지역 안보문제를 강조해왔다. 과거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대외정책의 우선 과제로 여겼으나, 바이든 정부는 대만 문제를 놓고 시진핑 정부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대만 반도체 회사인 TSMC의 경제안보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대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지난 2월 7일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고 중국과의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경제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이는 북한 문제가 바이든 정부의 우선순위 밖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한반도에서 구상하는 바이든의 그림은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동북아 지역에서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안정적인 안보 틀로 활용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경제안보라는 이슈를 내세워 글로벌공급망을 재편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미 정부는 한국, 일본, 대만과 칩4 동맹을 맺어 세계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오커스(AUKUS), 쿼드(Quad)라는 안보동맹 카드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 한다. 바이든의 셈법은 글로벌공급망 재구축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오는 2024년 미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의 경제안보 추진을 통해 미국 내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안정된 공급망을 확보하여 전기차·전기차 배터리·반도체·바이오·희토류 등 미래 핵심산업에서 중국을 꺾고 미국 중심의 경제적 패권을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1위의 경제력을 유지해야만 이를 기반으로 군사 최강국으로서의 위치도 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핵 확장억제 강화’로 남북한 간의 핵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으며 ‘북한 비핵화’라는 대북정책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할 경우, 미·중 간의 역학 관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군사안보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 회원국들과 일사불란한 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하는 데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침공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문제까지 가세하여 ‘뜨거운 감자’로 부상될 경우, 그동안 바이든 정부가 주력해왔던 현안들에 집중할 수 없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향후 2년간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전망해본다. 첫째,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들과의 연합을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며, 글로벌공급망 재구축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다자주의를 통한 군사력 강화에 힘을 쓸 것이다. 둘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조속히 종료되도록 국제환경 조성에 노력할 것이다. 셋째, 중국의 핵심이익인 대만에 대한 미국의 경제안보 협력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7차 핵실험 등 더욱 공세적인 도발을 감행할 것이며 바이든 정부는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체제를 강화하면서 기존의 ‘핵 확장억제’ 수단에 의존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탄두와 전술핵이 대폭 늘어나고, 무력 도발 강도가 더욱 거세진다면 미 정부는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 공격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라는 카드를 사용해야만 될 것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종종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에 한국과 일본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동맹인 칩4와 쿼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세력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광범위한 동맹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가 필수적이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 정부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줄 때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페이스(Pace)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특임 강의교수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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