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尹정부,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 설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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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교수
입력 2022-12-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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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대우교수]


북한은 올해 각종 탄도미사일을 총 37차례 발사하였고 “서울이 과녁”이라며 핵 공격을 협박하면서 한반도 위기상황을 고조시켰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악화하고 있으며,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ICBM)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9월 핵 무력 법제화를 시행하였고 11월 ICBM 시험발사장에 어린 딸과 함께 나타났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으며 “핵을 세습하겠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북한은 ‘ICBM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했으며, “내년 4월까지 군사 정찰위성을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제 북한의 전략무기 5대 과업 중 극초음속 미사일, 다탄두 유도기술, 고체연료 ICBM이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했으며, 핵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개발만이 남아 있다. 5대 과업이 완성될 경우 북한은 게임체인저 전략무기를 확보하게 되며, 한반도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미사일 공격이 가능하게 된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027년이면 핵무기 200기 이상을 보유할 것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대량 확보하게 되면 미국을 상대로 비핵화 문제가 아니라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할 것이 틀림없다. 한반도 정세가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의 핵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 구축으로 맞대응을 하고 있다. 11월 3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배치하는 수준으로 전개”하기로 합의하였으며, 11월 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핵우산을 강화하고, 북 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기로 하였다. ‘3국 간의 경제안보대화’도 신설하였다. 한일 관계가 불편했던 문재인 전 정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들이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이 강화되고 있는데 반발하여, 지난 몇 달 동안 수없이 많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안보 불안감을 최고로 조성하였다. 북한은 5년 전에도 미국과의 협상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와 유사한 도발 행위를 자행하였으며, 문 정부의 지원을 받아 두 차례에 걸쳐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문 정부는 북한의 속임수에 넘어가 이용만 당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2017년 당시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 러시아는 북한의 6차 핵 실험과 ICBM 발사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동참하였으며, 국제사회도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 한목소리로 대처하였다. 그러나 2022년 유엔 안보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의 심각한 도발 행위에 아무런 제재도 취할 수 없다. 대신 한·미·일 3국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단행하고 있다. 현재 국제정세는 5년 전과 달리 중국·러시아와 미국 간의 심각한 갈등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한반도와 연계된 새로운 상황을 살펴보자.
 
첫째,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 촉발되었던 미·중 갈등이 현재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한 이후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시진핑 정부와 충돌 직전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정학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대만 문제를 놓고 치열한 대결 양상을 보인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2027년까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시진핑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한 이후에도 여전히 대만 통일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단호하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으로 인해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비롯한 각종 도발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둘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간의 대립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핵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푸틴 대통령의 입장이 북한의 핵 도발을 부추길 소지가 있어 우려스럽다. 북한이 러시아·중국과의 결속력을 강화함에 따라 향후 북한이 7차 핵 실험을 강행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가 어려울 것이다.
 
셋째, 북한의 ICBM 타격 능력이 미국 본토를 겨냥하고 있어 바이든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2월 14일 주한미군에 우주군이 창설되었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미 정부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북한의 핵 선제공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으며, “현재 수준의 대북억지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비대칭 핵 위협을 한국군의 무기체계로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북한은 이러한 취약점을 노려서 더욱 과감한 도발을 자행할 것이며, 정부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는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미군사훈련 기간에 전략자산을 보냈으며, 미국의 핵우산 정책의 확고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를 향할 때 “과연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안보전문가들 간에 꾸준히 생기고 있다. 북한의 핵 도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라는 논리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한 이후 미·소 간의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도 변화되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이루어지고, 미군의 전술핵무기가 한국에서 철수되었다. 그러나 현재, 세계는 또다시 신냉전 시대로 빠져들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주의, 북한의 핵 위협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동북아 지역에서도 차가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중국·러시아·북한의 동맹과 한국·일본·미국 간의 3각 연대가 구축되었으며, 북한의 핵 위협을 놓고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동북아에서 북핵 위협과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은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새로운 동북아 지형 속에서 북한의 핵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서 한·미 정부 간에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 북한의 7차 핵 실험이 감행되더라도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땅치 않다. 신냉전 시대의 국제정세 속에서 북한의 핵 선제공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 해법은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남북한 간의 핵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NATO식 핵공유, 전술핵 반입, 자체 핵무장 등의 선택이 있다. 현재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은 적다. 도미노 현상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핵무장 국가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 정부가 노력만 한다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명분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북한은 각종 탄도미사일을 쉴 새 없이 발사하였다. 신년에도 북한은 바이든 정부를 핵 군축협상 자리로 끌어내기 위해 7차 핵 실험은 물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각종 도발 행위를 저지를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탄도미사일 발사, 핵 실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남북연락사무소 건물 폭발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를 협박하였다. 정부는 레드팀을 가동하여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국민의 안보 인식을 높이고, 핵 민방공 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윤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안보 및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만큼, 이를 지렛대로 삼아 바이든 정부에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페이스(Pace)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특임 강의교수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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