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약한영웅' 홍경, 설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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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12-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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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클래스1' 배우 홍경[사진=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의 '오범석'은 위태롭다. 폭력 속에서 자랐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 받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을 선택한다. 이 위태로운 아이의 감정은 8부작에 걸쳐 너울거리고 종국에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굽이친다.

극 중 '오범석'의 감정은 물결과 같아서 자칫하면 시청자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캐릭터로 전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우 홍경은 차근차근 '오범석'이라는 인물을 시청자들에게 설득해나갔다. 시청자들에게 '오범석'을 소개하고 설득했으며 이해시켰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범석'을 연기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어요. 실제로 고민하고, 고심하는 시간이 길었고요. 한준희 감독님보다 되려 제가 제 스스로를 의심했던 거 같아요. '못 할 것 같다'라고 손사래를 쳤는데 한준희 감독님과 유수민 감독님이 제 손을 잡고 일으켜주셨죠."

드라마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안수호'(최현욱 분), '오범석'(홍경 분)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차이나타운', 넷플릭스 'D.P.' 한준희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나서고 신예 유수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클래스1' 배우 홍경[사진=웨이브]


홍경이 연기한 '오범석'은 집 안팎으로 폭력에 노출되어있는 아이다. 제 이름보다 '국회의원 아들'이라고 불리며 불량 학생들의 표적이 돼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다. 명문 자사고인 '문강고'에서 따돌림 문제로 '벽산고'로 전학을 오게 되고 그곳에서 부조리한 폭력에 대항하는 '연시은'(박지훈 분), '안수호'(최현욱 분)와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을 동경하며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열등감에 그들과 등지게 된다.

"'내가 감히 이 친구(오범석)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겁이 났어요. 동시에 이 작품과 캐릭터에게 호기심을 느끼기도 했고요.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해서 더욱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제가 잔뜩 겁을 먹고 있었는데도 한준희 감독님과 유수민 감독님은 오히려 저를 믿어주셨고 기다려주셨죠."

앞서 언급한 대로 '오범석'의 감정은 작은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사춘기 소년이 느끼는 감성들을 오래 고민하고 치열하게 분투하며 '오범석'을 세공해왔다.

"10대는 참 어려운 거 같아요. 10대의 삶은 스스로 정의 내리고 환경을 만들 수 없거든요. 그게 참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아가 생기고 내 생각과 주관만으로 주변 환경을 만들 수 없으니까요. '범석'이 처한 상황이 그렇죠. 계속해서 꼬이기만 하고요. 그걸 마주 보는 게 참 버거웠어요. 제가 10대가 아니다 보니 그를 감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건 그 시기가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죠. 살면서 한 번쯤 느껴보았던 열등감이나 소속감 같은 거요."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클래스1' 배우 홍경[사진=웨이브]


홍경은 '오범석'에게 다가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어딘가에 숨어있는 그를 찾아내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여겼다.

"범석이 느끼는 걸 오롯이 느끼려고 노력했어요.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고 했죠. 어떤 거라고 콕 짚어 말하기 어려워요. 다만 그 아이의 속을 들여다보는 일. 그게 제가 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홍경의 진심은 통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가 그려낸 '오범석'에 마음이 쓰였다. 늘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하지만 발붙이지 못한 채 떠돌았고 누구보다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는 법이 없었다.

"이 친구가 마냥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말, 이해가 간다는 말이 참 감사해요. 물론 이 친구의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지만, 누군가 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의 마음에 공감해줄 수 있다면 제겐 참 고마운 일 같아요."

연기자가 아닌 인간 홍경이 보는 '오범석'도 궁금했다.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본 '오범석'의 감정들과 가장 마음이 아팠던 장면들을 물어보았다.

"'오범석'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나 어떤 그를 둘러싼 환경은 바꿀 수 없다는 점이 마음 아팠어요. 유독 마음이 시렸던 건 자신의 선택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였어요. 연기자가 아닌 인간 홍경으로서 그런 모습을 지켜볼 때 마음이 무거웠던 거 같아요."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클래스1' 배우 홍경[사진=웨이브]


'약한영웅'은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개개인의 서사를 나열하거나 고백하기보다 몇몇 정보를 흘리고 관객들이 그를 유추할 수 있게끔 만든다. 이 작품에 '드라마 덕후'가 몰리는데도 한몫하는 부분이다. 홍경과 '오범석'의 서사를 나누고 작은 디테일을 짚으며 '옷장 신'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범석'은 집에서조차 편히 쉴 수 없는 거죠. 두려움을 느낄 때 옷장에 숨어드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집 안에서 유일하게 도망칠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마저도 발각되고 말았지만요. 제게는 이런 디테일이 참 중요했어요. 옷장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의미를 두고 연기했는데 시청자분들께서 그 부분들을 알아봐 주셔서 참 좋았어요."

홍경은 박지훈, 최현욱과 함께 한 현장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치열했고 뜨거웠다"라고 말하며 애정을 가득 담아 표현했다.

"저도 그렇지만 (박)지훈이, (최)현욱이 모두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해주었어요. 그게 고스란히 전달되더라고요.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고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 넣었어요. 땀과 노력을 쏟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는 '또래 배우'와 호흡한 소감을 묻자 "그들은 저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 배우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아 "많은 걸 배웠다"라고 전했다.

"'시은'이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그려내는 게 참 힘들었을 텐데. 지훈이가 그걸 잘해주었어요. 많은 걸 하지 않아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존재감을 잘 보여주었죠. 같이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현욱이 같은 경우는 참 유연한 배우예요. 하지만 그 유연함을 위해 많이 노력해왔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함께 연기 할 때도 놀라웠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어요. 다들 어떻게 이렇게 잘할까? 하하하. 좋은 충격을 받았죠."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클래스1' 배우 홍경[사진=웨이브]


지난 2017년 데뷔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홍경. 데뷔 5년째인 그에게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해 질문했다.

"요즘 '내가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해요. (직업적인) 생명력에 관한 고민이라기보다는 에너지에 관한 고민이에요.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이만큼의 에너지를 쏟아내는데 다음 작품도 이만큼 쏟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 거죠. 이렇게 다 쏟아내고 다시 출발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때 어떤 두려움을 느껴요. 아직 데뷔 5년밖에 되지 않은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조금 그렇지만…. 꾀부리지 않고 전력투구하고 있거든요. 익숙해지지 않고 진심을 쏟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죠."

온 마음을 다해 전력투구하는 배우들에게는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에게 충전하는 시간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작품이 끝난 뒤 쉬는 동안 하고 싶은 일"에 관해 물었다.

"평소에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여행을 가곤 해요. 그런데 '약한영웅'이 끝나고는 시간이 밭아서 여행 가기가 어렵네요. 주변에 영화 일을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서 시간 보내는 일이 참 좋아요. 같이 고민 나누고 하다 보면 충전되는 거 같아요. 이제 작품도 마쳤으니 다시 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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