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권리"vs"형사처벌 시기상조"…'음성권 보호'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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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2-10-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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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의없는 대화녹취 최대 10년형 법안발의

  • 법원, 음성권 전제 손해배상 판례 늘어

  • 형사처벌 땐 피해자가 증거 수집 어려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20년 공무원 A씨와 B씨는 한 공익재단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 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이를 관련 행정소송 증거로 제출했다. 재단 관계자들이 국가와 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이달 초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가 재단 관계자에게 위자료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동의 없는 대화 녹취 때 최대 10년 징역형을 규율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장으로 최근 '음성권' 보장 방식을 두고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법원도 판례를 통해 음성권 침해를 민법상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다. 반면 음성권 보호를 위한 형사처벌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적잖다. 또 다른 기본권 침해 가능성과 함께 범죄 피해자가 증거 수집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음성권 성립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례가 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당사자 일방이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해 녹취서를 소송 증거로 제출되도록 한 행위"를 상대방 음성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판시했다.

음성권은 개인 음성이 동의 없이 녹음되거나 배포·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2013년 서울중앙지법은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과 이를 소송의 증거자료로 제출한 행위 모두를 불법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법원은 음성권을 헌법상 인격권에서 파생되는 기본권 중 하나로 본다. 2018년 서울중앙지법이 음성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항소심도 긍정하면서 이를 인정한 판례가 계속해서 등장 중이다.

과거 비밀녹취 유포에 대한 징계를 긍정하는 수준에서 음성권 침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인정하는 등 판례의 보호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서초동 소재 변호사는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음성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대법원은 아직까지 음성권 침해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있어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음성권 침해를 형사적으로 처벌하자는 논의도 일고 있다. 지난달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동의 없는 통화·대화 녹음 시 최대 10년 징역형이 가능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해외 일부에서는 음성권 침해에 대해 형사 처벌을 도입한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민사소송 등 개별 절차를 통해 이를 보호해 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음성권 보호를 위한 형사처벌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형사 실무적으로 비밀 녹취는 피해자들이 증거 확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무적으로 동의 없는 녹취를 범죄로 규정하면 피해자들이 범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할 때 굉장한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비밀 녹취에 대한 범죄화가 헌법상 또 다른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밀 녹취를 범죄로 규정하면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기본권인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음성권 보호 방식을 두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교수는 “음성권 역시 중요한 권리”라면서 “공개 목적으로 녹음 시 상대방 동의를 의무적으로 얻는 규정 등 보완 입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무조건적인 형사 처벌은 녹취자 권리와 사생활 비밀에 대한 권리 간 균형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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