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차기 총리에 리즈 트러스 유력…경제 악화 등 험난한 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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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9-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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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 감면 내세운 트러스 "재분배 아닌 성장이 우선"

영국 총리 후보인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지난 8월 16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퍼스의 퍼스 콘서트홀에서 열린 보수당 대표 선거 운동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누가 되든 영국 차기 총리는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짊어져야 할 책임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차기 총리가 이끌 영국 경제 상황이 매우 암울하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리 시간으로 5일 오후 8시 30분 영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총리가 발표된다. 영국 언론들은 리즈 트러스(47) 외무부 장관을 유력 후보로 점친다. 트러스 장관이 총리가 될 경우 그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은 역대 3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영국은 의원내각제로,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겸하는 구조다. 영국 보수당 당원 약 16만명은 지난 8월 1일부터 한 달간 우편과 인터넷 등을 통해 투표를 했다. 이날 결과가 나오면 당선인은 보리스 존슨 총리의 자리를 승계하게 된다. 현지 여론조사 업체들이 트러스 장관의 지지율이 과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할 정도로 큰 이변이 없는 한 트러스 장관이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 장관은 옥스퍼스대학교에서 철학·정치·경제를 전공했으며, 환경부 장관, 재무부 장관, 국제통상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지한 강경 브렉시트(Brexit)파다.
 
누가 되든 가시밭길
시장은 차기 총리가 죽어가는 영국 경제의 숨통을 터줄 수 있을 것인지에 주목한다. 영국 통화인 파운드의 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고강도 긴축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잡힐 기미는 보이지 않아서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 약 15% 하락했다. 지난 2016년 브렉시트 투표 이후 최악의 하락세다. 더구나 BOE가 6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지만, 물가상승률이 매달 역대급을 기록하는 등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BOE는 10월 물가상승률이 13.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본다. 고강도 긴축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날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아시아 시장에서 0.3% 하락한 1.147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8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파운드화의 약세는 수입 비용을 증가시켜 이미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한다.
 
마켓워치는 “(파운드화 가치 하락은) 영국 경제의 심각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영국의 차기 총리가 제시할 경제 정책과 BOE의 인플레이션 통제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파운드화의 약세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블루베이 애셋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다우딩은 “영국 경제가 직면한 경제적 도전은 아마도 우리가 살아 있는 기억에서 본 것 가운데 가장 클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은 차기 총리 선정 결과가 나온 뒤 영국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략가들은 트러스 장관이 총리직에 오른 뒤 공약대로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펼친다면 영국 정부의 재정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탠더드뱅크의 스티븐 바로우 리서치 헤드는 “그(리즈 트러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 경제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감면 내세운 트러스 "재분배 아닌 성장이 우선" 
에너지 급등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에 세금 감면과 경제 성장을 내세운 강경 보수가 영국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트러스 장관은 경제 성장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금 감면을 국정 운영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트러스 장관은 전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보수당의 정책이 경제 성장에 실패했다고 언급하면서, 세금 감면을 통해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돈을 돌려주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보험료 인상분을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러스 장관은 BBC에 “재분배의 렌즈를 통해 모든 것을 보는 것은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하려는 것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며 경제 성장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경제 정책 논쟁의 중심에는 소득 분배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으나, 지금부터는 이러한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트러스 장관은 “평균 1% 이상을 넘지 못한 낮은 성장률이 국가의 발목을 잡았다”며 “세금 감면을 통해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돈을 돌려주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했다.
 
이는 경쟁자인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는 다른 입장이다. 수낙 전 장관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옳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러스 장관은 총리가 된다면 에너지 비용 급등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즉각 발표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트러스 장관의 공약대로 국민보험료 세금을 감면할 경우 소득이 가장 낮은 가구는 7.66파운드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소득이 가장 높은 가구는 1800파운드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트러스 장관은 정책 성공 여부를 빈곤 가구에 즉각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 투자 및 고용 촉진 측면에서 정책의 영향을 볼 것이라고 했다.
 
IFS의 스튜어트 아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BC에 “감세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두 가지가 문제”라며 빈곤 가구를 위해 어떤 정책을 도입할 것인지와 줄어든 재정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트러스 장관은 법인세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그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더 많은 기업이 이 나라에 투자하도록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수낙은 법인세율을 기존 현행 19%에서 25%로 인상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트러스 장관이 BOE의 권한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BBC에 “BOE의 독립성을 크게 믿는다”며 “정치인이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30년도 더 전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BOE가 결정하는 기준금리와 관련해서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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