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무역대국] 4개월 연속 무역적자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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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2-07-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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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오전 부산 신선대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무역대국'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4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데다 적자 폭은 한층 커지고 있다. 누적 무역적자는 이미 상반기에 100억 달러를 돌파하고, 7월 들어서는 158억 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 개입이 어렵고, 적자 배경이 국제 에너지값 급등 등 외부에 있는 만큼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7월 1~10일 무역적자 55억 달러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1∼1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이 기간 통관 기준 수출 잠정치는 157억8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7일로 1년 전(8일)보다 하루 적었다. 이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19.7% 증가했다.

이달 1∼10일 수입액은 213억11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4.1%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55억28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36억11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이 늘어난 것이다.

주요 품목별 수출액을 보면 반도체(10.4%), 석유제품(96.7%), 승용차(6.1%) 등은 1년 전보다 늘었지만 정밀기기(-20.4%), 가전제품(-27.2%), 자동차부품(-14.6%) 등은 뒷걸음질쳤다.

같은 기간 원유(95.4%), 반도체(31.6%), 석탄(125.8%), 가스(11.0%) 등의 수입액은 증가했다. 반면 석유제품(-1.4%), 기계류(-3.2%), 반도체제조장비(-33.4%), 승용차(-44.1%) 등은 수입액이 줄었다.
 

정부 유류세 추가 인하분이 반영된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알뜰목화주유소 앞에 유가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
7월 초부터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무역수지는 47억4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월에는 9억 달러 흑자로 전환하며 지난해 12월(-4억2600만 달러)부터 2개월째 이어지던 무역적자 고리를 끊었다. 지난 3월에도 2억1200만 달러 흑자를 거두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애초 3월 무역수지는 1억4000만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으나 확정치에선 2억1000만 달러 흑자로 정정됐다.

하지만 4월 들어 다시 무역적자로 돌아섰다. 수출은 578억58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2.6% 늘고, 수입은 603억2300만 달러로 18.6%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24억65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5월 수출액은 615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3% 늘었다. 5월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출액이다. 역대 모든 월 기준으로도 올해 3월(637억9000만 달러) 이후 두 번째로 높다. 그러나 수입액도 급증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에 머물렀다. 수입은 32% 증가한 632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7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6월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수출액은 577억31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4% 증가하고, 수입은 602억300만 달러로 19.4% 늘었다. 이로써 6월 무역수지는 24억7200만 달러 적자에 머물렀다. 무역수지가 3개월 이상 연속 적자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6∼9월) 이후 14년 만이었다.

통상 월말로 갈수록 수출액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수입액이 이를 앞지를 경우 무역적자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누적 무역적자도 점점 불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58억840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 1~6월 무역적자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인 103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29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중국 상하이 예원 일대 거리의 상점 문이 닫혀 있다. 지난 3월 28일부터 시작된 상하이 봉쇄는 두 달 넘게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

대중 무역도 적자 전환…정부 해법 고심
전망도 밝지 않다. 수출 증가율은 계속해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지난 6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4% 늘며 20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간 이어지던 두 자릿수 성장률은 꺾였다. 7월 1~10일도 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기에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 폭을 웃돌고 있다.

수입 규모가 커지는 주요 원인인 국제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달 1~10일 3대 에너지원(원유·석탄·가스)의 합계 수입액은 64억9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6억6200만 달러)보다 77.4%나 급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원유 수입액은 43억69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95.4% 증가했다. 이 기간 석탄은 125.8% 증가한 10억6900만 달러, 가스는 11.0% 늘어난 10억58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 5월 11억 달러 적자를 냈다. 1994년 8월 이후 27년 9개월 만에 첫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어 6월에도 12억1400만 달러 적자를 보이며 2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달 1~10일에도 수입액(43억900만 달러)이 수출액(34억6500만 달러)을 앞지르며 8억44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하자 정부도 고심에 빠졌다. 수출 둔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기획재정부도 지난달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우리 경제와 관련해 "투자 부진과 수출 증가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 역시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상황이) 답답하다"며 "여러 가지 경제지표의 최말단 지표인 수출 (문제) 등은 인위적으로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단계적 현장 애로 해소와 수출 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 등을,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키워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며 "이달에 있을 업종별 단체 회의에서 같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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