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라라랜드' 엔데버 콘텐트 품었다…"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도약"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오수연 기자
입력 2021-11-19 13:0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문화 사업 시작 이래 최대 규모…9200억원 빅 딜

  • 멀티 장르 콘텐츠 스튜디오 설립…글로벌 역량 강화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 ENM 제공]

CJ ENM이 약 9200억원을 투입해 '라라랜드'로 유명한 미국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한다. K콘텐츠 글로벌화 거점을 확보하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아울러 멀티 장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해 콘텐츠 공급을 확대한다.

CJ ENM은 19일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 '엔데버그룹홀딩스(Endeavor Group Holdings)' 산하의 제작 스튜디오인 '엔데버 콘텐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CJ ENM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엔데버 콘텐트사의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약 80%를 7억7500만 달러(약 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전체 기업가치는 8억5000만 달러(약 1조원)로 책정됐다.

이번 인수는 CJ ENM이 문화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를 통해 CJ ENM은 전 세계 대중문화 중심인 미국에 글로벌 제작기지를 마련하게 됐다. 기획·제작 역량은 물론 전 세계 콘텐츠 유통 네트워크까지 단숨에 확보하게 됨으로써 글로벌 톱 스튜디오로 발돋움할 수 있는 초격차 역량을 갖췄다.

인수 이후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남은 지분은 기존 대주주인 엔데버가 보유한다. 엔데버 콘텐트의 공동 대표인 크리스 라이스(Chris Rice)와 그레이엄 테일러(Graham Taylor) 등 주요 경영진과 핵심 인력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이다. 양사는 내년 1분기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엔데버는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엔데버 제국'이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드웨인 존슨, 마크 월버그 등 전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와 스포츠 스타를 비롯해 7000명 이상의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약 4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손꼽히는 독보적인 제작사다.

엔데버가 지난 2017년 설립한 엔데버 콘텐트는 웰메이드 영화, 방송,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글로벌 대형 스튜디오다. 유럽, 남미 등 19개 국가에 글로벌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드라마, 영화의 기획부터 제작·유통까지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과 폭넓은 탤런트·크리에이터 네트워크와 유통망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설립 이후 단기간 내 HBO, BBC 등 각국의 대표 방송 채널과 넷플릭스, 애플TV+, 아마존프라임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유통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인기 영화를 비롯해 영국 BBC 인기 드라마 '킬링 이브', '더 나이트 매니저' 등 전 세계적인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프로젝트 투자·제작과 유통·배급에 참여했다. 탁월한 기획력과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에미,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등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시상식에서 총 180회 이상 수상 또는 후보작으로 선정되며 '프리미엄 콘텐츠 명가'로 자리 잡고 있다. 곧 제작을 앞두거나 기획개발이 진행 중인 글로벌 프로젝트만 해도 300여건이 넘는 등 탄탄한 미래 성장동력과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를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전 세계 소비자를 타깃으로 CJ ENM이 보유한 히트작 리메이크 등 K콘텐츠 확산을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CJ ENM은 자사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리메이크를 활발히 추진해왔다. 이번 엔데버 콘텐트 인수를 통해 제작은 물론 글로벌 OTT·채널 유통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드라마·영화·예능 등 CJ ENM의 IP를 지속적으로 현지에서 선보일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 글로벌 사업을 한층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오리지널 IP 확보와 이에 따른 수익성 확대도 장점이다. 엔데버 콘텐트가 확보하는 IP는 CJ ENM이 전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IP 유통은 물론 사업모델 다양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도 가능해진다.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글로벌 OTT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티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엔데버 콘텐트가 기획개발 중인 작품에 CJ ENM의 국내·아시아 IP가 더해질 경우 동서양을 포괄하는 풍성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한국, 미국 등에서 양사가 보유한 PD, 작가 등 폭넓은 크리에이터 풀은 제작 역량 글로벌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크리에이터들의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다양한 글로벌향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엔데버 콘텐트의 공동 대표인 크리스 라이스와 그레이엄 테일러는 "이번 계기를 통해 우리의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 사업 파트너들 모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CJ ENM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엔데버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아리엘 에마누엘(Ariel Emanuel)은 "우리는 아티스트들이 창작의 자유와 오너십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지향해왔다"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 덕분에 CJ ENM이 엔데버 콘텐트의 이러한 가치를 지속시키는 한편 글로벌로 성장시킬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전했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미국, 유럽을 거점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엔데버 콘텐트의 기획·제작 역량과 CJ ENM의 K콘텐츠 제작 노하우, 성공 IP가 결합해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동서양 문화권을 포괄하는 초격차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중기비전'을 발표하고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 등 4대 성장엔진 분야에 오는 2023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컬처 분야에서는 글로벌 가속화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수년간 북미의 스튜디오와 우수 제작사 인수 기회를 모색해왔고 발 빠른 결정으로 대형 스튜디오 인수에 성공해 단숨에 글로벌 플레이어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CJ ENM 관계자는 "엔데버 콘텐트와 같은 우수한 기획·제작 역량을 가진 글로벌 스튜디오가 M&A 시장에 나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엔데버 콘텐트의 뛰어난 역량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덕분에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자마자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하고 인수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대거 참여한 치열한 인수경쟁에서 모기업인 엔데버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서 CJ ENM이 보유한 IP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월부터 CJ ENM은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본팩토리'와 엔데버 콘텐트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진했고, 양사의 IP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진행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멀티 장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설립…글로벌 역량 강화
같은 날 CJ ENM은 물적 분할을 통해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멀티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별도의 스튜디오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공시했다. 설립 추진 목적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효율적인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 구축과 글로벌 콘텐츠 확대 통한 IP 유통 등 수익사업 극대화다.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해 글로벌 스튜디오·유통 파이프라인을 확보함과 동시에 스튜디오드래곤 급의 멀티 장르 스튜디오를 추가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K콘텐츠 공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향후 국내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 신설 멀티 장르 스튜디오를, 글로벌로는 엔데버 콘텐트를 거느리는 멀티스튜디오 체제를 갖추게 된다. 스튜디오드래곤과 멀티 장르 스튜디오 산하에는 모호필름, 문화창고, 밀리언볼트, 블라드스튜디오, 엠메이커스, 지티스트, 화앤담픽쳐스, JK필름 등 업계 최고의 제작 역량을 가진 제작사들이 포진하게 될 예정이다. CJ ENM의 스튜디오들은 콘텐츠 기획·포트폴리오 전략 수립, 콘텐츠 투자 등 제작 컨트롤타워 역할을, 산하 제작사는 기획·제작, 크리에이터 육성 역할을 맡게 된다.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를 CJ ENM의 글로벌 베이스캠프로,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외 방송 및 OTT에 K드라마를 기획부터 제작, 공급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전문 스튜디오로, 신설 추진 중인 스튜디오는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컨버전스가 가능한 멀티 장르 스튜디오로 육성해 완결형의 자체 제작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강 대표는 "엔데버 콘텐트 인수와 스튜디오 추가 신설을 통한 멀티 스튜디오 체제로의 변신은 CJ ENM이 글로벌 토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의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주저하지 않고 글로벌 도전에 앞장서며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