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고 법인세 26.5%·소득세율 39.6%...민주당 하원, 증세 조정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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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9-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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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세금 개혁 방안'을 공개했다. 4000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하는 인프라(사회 기반시설) 법안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방안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증세안보다는 인상폭이 일부 완화한 모양새지만, 야당인 공화당과 월가 등 금융시장은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외신은 미국 민주당 하원이 총 3조5000억 달러(약 4113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안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날 하원 세입위원회는 2022년부터 최고 법인세율과 개인 소득세율을 각각 기존 21%에서 26.5%로, 37%에서 39.6%로 상향하는 증세안을 제안했다.

26.5%의 최고 법인세율은 연 5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기록한 법인에 해당하며, 처음으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구간인 연 40만 달러의 소득을 올린 법인에는 18%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 사이인 40만 달러~500만 달러 구간에 대한 법인의 소득에는 21%의 세율이 부과된다.

또한, 민주당 하원은 연 5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린 개인이나 부부에 대해서는 3%의 추가 세수가 붙는 '부유세' 과세 방안도 포함했으며,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 조목인 양도소득세 역시 현행 20%에서 25%로 인상할 것을 제시했다. 아울러, 다국적 기업의 해외 소득에 대한 최저 과세율 역시 종전 10.5%에서 16.6%로 상향했다.
 

미국 백악관과 민주당 하원의 증세안 비교.[자료=월스트리트저널(WSJ) 갈무리]


다만, 해당 조정안은 앞서 미국 백악관이 제안했던 것보다 대체로 인상폭이 작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의 최고 법인세율과 양도소득세율을 각각 28%와 39.6%로, 기업의 해외 소득에 대한 과세율 역시 21%까지 상향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기업에 대한 증세 방안이 다소 완화했다. WSJ은 이날 발표안이 석유·가스회사에 대한 세금 감면 철회 방안을 제외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안만큼 광범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으며,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민주당이 제시했던 웅장한 계획에 미치지 못한 온건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방안은 백악관의 제안과 엇비슷하거나 기준이 다소 강화했다. 두 방안의 최고 소득세율은 동일했지만, 과세 대상 연 소득 기준이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최고 소득세율에 대해 부부 합산 50만 달러와 개인 45만 달러의 연 소득 기준을 제시했지만, 하원 세입위원회는 이를 각각 45만 달러와 40만 달러로 낮췄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예고했던 대로 연 소득 40만 달러 미만인 노동자에 대한 증세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NYT는 "자산 소득에 대한 부가세를 일회성이 아닌 매년 부과하는 방안이 배제됐다"면서 "하원 민주당이 부자 증세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방안을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신문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같은 최고 부유층은 급여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주식·채권·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 증가로 매년 재산을 증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과세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상원 재무위원회가 해당 과세안을 추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같은 날 상원 재무위원회와 은행위원회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2% 과세안도 제안했다.
 
추가 조정 가능성 남아...금융시장은 강한 거부감

해당 증세안은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인프라 법안에 포함돼 의회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에 대해 '예산조정절차'를 발효해 단독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원은 오는 15일까지 2차 인프라 법안에 대한 표결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며, 이후 하원은 앞서 상원을 통과한 1조 달러 규모의 1차 법안과 함께 이달 27일까지 표결할 예정이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상원 표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을 얻어야 하기에 당내 이탈표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현재 상원은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50석씩 동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증세안 역시 다소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상원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 중도파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당 세력을 대표하는 조 맨친 상원의원은 기업 최고 법인세율로 25%를 주장하고 있다.

금융시장 역시 민주당의 증세안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월가와 금융시장에 우호적인 성향인 WSJ은 이날 편집위원회 명의의 사설을 통해 강경 비판을 쏟아냈다.

'바이든의 증세 법안이 온다'는 WSJ의 편집위원회 사설에선 "민주당 하원 지도부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정치 교수대'로 향하고 있다"고 비난한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패배에 이어 증세안으로 '경제 패배'도 선언했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CNBC에서 민주당의 세금 개혁이 연말까지 미국 주식시장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같은 기간 5%가량 조정될 것으로 분석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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