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베트남, '위드(With) 코로나' 논의 점화하나?

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입력 : 2021-08-06 00:10
장기봉쇄에 따른 피로감...일부 시민들 "코로나19와 상생 모색해야" 타국가 대비 사망률 낮아...2달 강력봉쇄 후, 3C전략 등 다른 해법 제시 백신 접종률이 관건..."연이은 호재에 자체대량생산 가능성도 높아져"

팜민찐 총리가 지난달 10일 하노이의 한 군병원에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베트남의 강력봉쇄정책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확산된 지 100일째. 사실상 자택연금과 다름없는 상항이 지속되면서 많은 베트남인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에선 베트남도 이제 포스트코로나(종식)가 아닌 서구권처럼 코로나19와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에 대한 의견이 개진되기 시작했다.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는 최근 외국학자들의 언급을 인용해 전면봉쇄 중심의 현 정책과는 다른 코로나19 방역 해법을 전했다. 홍콩 대학의 진등옌 교수에 따르면 소위 ‘3C(밀폐된 공간, 붐비는 장소, 밀접접촉 설정)’ 전략이 베트남에 적용 가능하다.

그는 “베트남의 상황을 보면 일본과 대만 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며 “엄격한 폐쇄없이 경제를 되살리고 강력한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베트남에 이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구획별로 정해진 선택적·제한적 봉쇄를 통해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확보하고 경제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의 전염병학자인 딕키 버디맨 교수도 호찌민의 전면봉쇄 상태가 계속해서 지속하기는 어렵다며 코로나 최대 잠복기인 4~6주 동안만 봉쇄정책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호찌민시가 인구 밀도와 의료여건으로 3C 전략을 올바르게 구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등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에서도 봉쇄 완화에 대한 의견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모습이다. 한 베트남 누리꾼은 베트남도 이제 코로나와 공존을 모색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를 주도하는 델타 변이 체제에서는 백신을 맞아도 돌파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며 베트남 정부가 예방접종에만 매달리지 말고 방역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베트남의 치명률에 대해 언급하면서 “베트남의 코로나19 사망률은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라며 이제는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보건당국에 따르면 3일 기준, 베트남의 총 누적확진자는 16만5339명으로 사망자는 1881명, 치사율은 약 0.8%다.

호찌민에 거주한다는 한 누리꾼은 지나친 봉쇄정책이 정신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도 말했다. 그는 “장기적이고 강력한 폐쇄는 심신불안,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발생시킨다”며 “부정적인 여파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 정부는 코로나19보다 정신 질환의 중요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영국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방역정책의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19일을 ‘자유의 날’로 선포하고 모든 제한사항을 완화했다. 미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도 같은 대열에 동참했으며 일본과 대만도 델타 변이의 확산 속에서도 방역 강도를 크게 높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연변이를 거듭하면서 인류가 결국 코로나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위드코로나의 인식이다.

아직까지 베트남은 봉쇄완화보다는 강화에 무게중심을 놓고 있다. 앞서 당국은 호찌민시와 남부전역에 총리령 16호 연장안을 발표하며 봉쇄의 고삐를 더욱 높였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전날 회의를 통해 “여전히 봉쇄정책에 허점이 많다며 공공 또는 민간에 관계없이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 모든 의료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다수는 여전히 베트남이 미국·영국처럼 위드코로나식 봉쇄완화 정책을 적용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베트남의 열악한 의료 수준과 사회인프라, 국민적 성향을 살펴봤을 때 봉쇄완화보다는 강화가 베트남 특성에 더 잘 맞는다는 것이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아 섣부르게 봉쇄정책을 완화했다간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자칫 사회시스템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2일 기준, 베트남의 백신 1차 접종자는 624만6333명이다. 2차접종자는 71만2864명으로 접종완료율은 인구 대비 아직 7.2%에 불과하다. 결국 위드코로나로 인식전환은 백신접종률의 문제로 돌아온다. 하노이의 한 소식통은 “베트남에서 위드코로나 여론은 결국 접종률에 비례해 상승할 것”이라며 “베트남이 코로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백신이라는 '무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목할 건 연이은 호재로 올 4분기부터는 베트남이 접종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베트남 보건부는 최근 백신기금 확보 등으로 연말까지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최대 5000만회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베트남 빈그룹은 미국 아크투루스 테라퓨틱스(Arcturus Therapeutics)의 백신 기술을 이달부터 이전받아 내년 초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토종백신 중 임상속도가 가장 빠른 나노코박스의 나노젠도 3상A를 완료한다는 조건으로 긴급승인이 2주 내로 재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베트남도 11월부터는 자체백신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당초 목표보다 백신접종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 정부의 현재 계획은 내년 1분기까지 인구 70%에게 예방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에 도달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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