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부터 암 진단 키트까지…바이오 산업 노리는 식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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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1-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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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제일제당, 983억원에 바이오기업 ‘천랩’ 인수

  • 롯데칠성음료도 ‘비피도’에 17억 규모 지분 취득

  • 대상, ‘대상셀진’ 신규 설립…의료소재사업 시동

  • 오리온, 중국에 대장암 진단키트·결핵 백신 공급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왼쪽)와 지근억 비피도 대표이사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 본사에서 ‘헬스케어 균주 개발 및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식품업계가 최근 급성장하는 바이오 산업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바이오 사업을 키워 본업과의 시너지는 물론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식품기업들은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 기업들과 협력, 지분 투자뿐만 아니라 인수까지 나서며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2019년 4502억 달러(약 518조원)에서 2024년 6433억 달러(약 74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 식품업계 “핵심 소재 떠오른 ‘마이크로바이옴’ 잡아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다. 사람, 동·식물, 토양 등에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 집단을 말한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영양분 흡수나 대사작용, 면역체계, 신경계, 약물 반응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몸무게가 70㎏인 성인은 약 38조개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익균을 분리해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연구·개발(R&D)이 한창이다.

건강기능식품부터 화장품,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적용 분야도 다양하다.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19년 811억 달러(약 91조원)에서 2023년 1087억 달러(약 121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식품기업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주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1일 바이오 기업 천랩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983억원이다.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천랩은 2009년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설립한 마이크로바이옴 특화 기업이다. CJ그룹은 이번 인수로 CJ헬스케어를 2018년 매각한 뒤 3년 만에 CJ제일제당을 통해 다시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외부 투자와 협업을 지속해 왔다. 2019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 고바이오랩에 투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천랩·아주대의료원·마이크로바이오틱스와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가진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용한 마이크로바이옴은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 적용할 예정이라는 게 CJ제일제당 측의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 3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비피도’의 지분 1.61%를 취득하며 전략적 제휴 관계 강화에 나섰다. 취득 지분은 비피도 주식 6만6007주, 취득 금액은 약 17억원 규모다.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피도는 비피더스균 연구 및 제품 개발을 핵심역량으로 기능성 균주, 제약, 화장품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미생물 연구개발 기업이다. 비피더스균 기술을 통한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지근억 비피더스’와 화장품 브랜드 ‘비피도랩’ 등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분 투자로 롯데중앙연구소의 식물성 유산균 연구·제품개발 역량과 비피도의 인체 유래 유산균(비피도 박테리움) 연구·제조기술 역량의 시너지를 통해 헬스케어 기능성 균주를 발굴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월 비피도와 함께 ‘헬스케어 균주 개발 및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인체 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관성에 대한 공동 연구 및 기능성 음료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 국내외 바이오 사업 드라이브 거는 식품기업들
대상그룹도 바이오 관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이달 2일 대상셀진을 신규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6월 25일 설립된 신생법인이다. 대상홀딩스가 지분 100%를 소유한다.

대상셀진은 의료소재사업을 벌인다. 구체적으로 생명공학을 이용한 화장품·의약품 제조판매업,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연구개발 및 제조, 단백질 의약품 개발 및 생산, 식품 및 건강보조식품 제조 및 판매 등이다.

대상은 2018년 ‘뉴케어’, ‘클로렐라’ 등 건강식품 사업을 분리해 대상라이프사이언스를 만들었다. 2018년 분리 당시 5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300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30억원대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도 11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처럼 건강기능식품에서 가능성을 본 대상은 의료 및 바이오 분야 진출을 염두에 두고 대상셀진을 신설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리온은 중국 내 간편대용식·음료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현지 바이오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5월 암 진단키트 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진단키트 기술 도입 본계약을 체결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 국유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각각 65%, 35%의 지분을 투자해 산동루캉오리온바이오기술개발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이달 산둥루캉의약의 생산 본거지인 산둥 지닝시에 대장암 조기 진단키트 양산을 위한 생산설비 구축을 시작했다. 연내에는 임상 사전허가를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오리온은 지난 4월 국내 백신 기업 큐라티스와 결핵 백신 기술 도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중국 내 결핵 백신의 임상 비용을 50%씩 분담하는 데도 합의했다.

리온은 합자법인을 통해 중국 내 임상 및 인허가를 추진하는 등 현지 결핵 백신 상용화를 추진한다.

오리온은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진단키트, 큐라티스의 결핵 백신을 중국 현지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부회장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동시에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술을 중국 현지 시장에 선보이는 등 국내 바이오 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용운 산둥루캉하오리요우 대표이사(왼쪽)와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이사가 대전 유성구 지노믹트리 본사 대회의실에서 대장암 진단키트 기술도입 본계약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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