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다이소로 몰린 뷰티 대기업…'초저가 부캐' 전쟁

  • 아모레·LG생건·애경, 별도 브랜드·소용량 제품으로 1020 공략

  • 스킨케어·색조·남성 화장품까지…1000~5000원대 제품 확대

다이소 한 매장 뷰티 코너사진조재형 기자
다이소 한 매장 뷰티 코너[사진=조재형 기자]

19일 서울 중구의 한 다이소 매장 화장품 코너. 평일 오후인데도 스킨케어와 색조 제품을 살펴보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진열대 앞에서 제품 성분과 후기를 검색하던 20대 직장인 A씨는 “요즘은 3000~5000원짜리 제품도 성분이나 사용감이 괜찮다는 후기가 많아 부담 없이 사보는 편”이라며 “유명 화장품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고 하면 가격이 저렴해도 어느 정도 믿고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화장품 수요가 늘면서 대형 뷰티기업들이 다이소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주력 브랜드의 가격을 직접 낮추는 대신 다이소 전용 브랜드와 소용량 제품을 1000~5000원대에 선보이며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다이소 전용 제품을 스킨케어와 색조, 남성 화장품까지 소비층을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2024년 9월 선보인 ‘미모 바이 마몽드’는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 7개월 만에 200만개를 돌파했다. 에뛰드의 ‘플레이 101’도 지난해 3월 다이소에 입점한 뒤 상반기에만 약 100만개가 판매됐다. 남성 브랜드 비레디의 ‘프렙 바이 비레디’는 입점 3개월 만에 10만개가 팔리며 맨케어 카테고리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객이 있는 곳을 간다’는 원칙 아래 다이소에서 소비자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새로운 성분과 제형을 소용량 제품으로 먼저 선보이고, 이를 기존 브랜드의 본품 구매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LG생활건강은 더마 화장품 CNP의 다이소 전용 브랜드 ‘CNP 바이 오디-티디’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스팟 카밍 젤’이 뷰티 인플루언서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넘어섰다. 초저가 채널 전략은 다이소 밖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이마트 전용으로 출시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는 지난해 4월 8개 제품으로 출발해 올해 초 18개 제품으로 늘었다. 누적 판매량은 올해 1월 기준 48만개를 넘어섰으며 필리핀과 베트남, 몽골의 이마트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애경산업은 다이소를 통해 색조 브랜드 ‘투에딧’을 처음 선보인 뒤 7개월 만에 130만개 이상 판매했다. 대표 제품인 ‘트임 아이라이너’는 같은 기간 23만개가 팔렸다. 출시 초기에는 다이소몰에 입고된 28개 제품 중 절반이 5일 만에 품절됐다. 국내 흥행을 바탕으로 미국 미니소와 괌·하와이 돈키호테, 현지 K-뷰티 편집숍에도 진출했다. 트러블 케어 브랜드 ‘에이솔루션’도 다이소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어성초 칼라민 진정콕 스팟’은 세 차례 공급 물량이 모두 팔렸고, 온라인몰 재입고 알림 신청은 2500여건에 달했다. 해당 분기 다이소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배 늘었다. 2000원짜리 트러블 패치도 입점 한 달 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완판됐다.
 
뷰티 기업들이 다이소로 향하는 이유는 ‘낮은 구매 장벽’이다. 소비자는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성분과 제품을 시험할 수 있고, 기업은 판매 속도와 후기, 소셜미디어 반응을 통해 제품의 시장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초저가 제품 확대가 기존 주력 브랜드의 판매를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가 같은 제조사의 3000~5000원대 제품에 익숙해지면 2만~3만원대 제품 가격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어서다. 신규 고객 유입과 기존 브랜드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뷰티 기업들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소 입점이 신규 고객 유치에는 효과적이나 기존 중고가 라인의 가격 저항감을 키울 수 있다”며 “초저가와 프리미엄 브랜드 간의 타깃과 정체성을 정교하게 분리하는 것이 향후 대형 뷰티기업들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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