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조 시장 잡아라…전통 강호 은행 vs 증권사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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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7-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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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비대면 가입서비스로 점유율 확보

  • 증권사, 특정금전신탁 외 틈새시장 공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00조원으로 늘어난 신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과 증권사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령화시대에 빠르게 접어들면서 상속과 관련한 신탁상품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잇단 규제 강화로 비이자수익 부문에선 신탁 부문이 사실상 마지막 남은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영상통화 등을 활용한 비대면 신탁서비스를 내놓으며 점유율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먼저 비대면 신탁서비스를 출시한 건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 ‘신탁 비대면 센터’를 설립하고 영상통화를 활용한 비대면 신탁서비스를 내놨다. 센터 내 전문 상담직원으로부터 신탁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영업점 방문 없이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할 수 있다. 특정금전신탁은 금융기관이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자금을 고객이 지정한 운용 방법과 조건에 따라 운용한 뒤 운용 수익을 배당하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국민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모바일 앱을 통해 주가연계신탁(ELT), 상장지수펀드(ETF) 등 신탁상품을 신규로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하나은행은 모바일 앱을 통해 원화 및 외화 ELT, 국내 상장 주요 ETF 가입은 물론 유언대용신탁 상담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들의 비대면 신탁서비스 강화 경쟁은 신탁 가입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상 은행들은 신탁 판매보수로 0.5%가량의 수수료를 받아가는데, 비대면 신탁상품은 인건비가 적게 드는 만큼 판매보수가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영업점 직원들의 권유 없이 고객이 신탁상품에 대해 숙지한 후 가입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불완전판매 문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독특한 형태의 신탁상품을 출시해 차별화에 나선 은행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출범한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통해 자산의 규모와 관계없는 맞춤형 신탁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신탁상품인 안심행복신탁에 자산운용 기능을 추가한 ‘100년 운용 치매대비 신탁’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신탁 활성화를 위한 셀렙 마케팅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기존 증여신탁의 운용자산인 국고·통안채 및 가치주에 ETF를 추가한 ‘신한 S 라이프 케어(Life Care) 증여신탁’을 출시했으며, 국민은행의 경우 1500만 반려인을 타기팅해 ‘KB반려행복신탁’을 내놨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더 이상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부양자에게 양육자금을 이전해 지속적인 보호·관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은행의 강세에 대응한 증권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신탁서비스 강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영증권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종합재산신탁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종합재산신탁이란 하나의 계약으로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동산, 특수재산까지 여러 유형의 재산을 함께 수탁해 통합 관리·운용할 수 있는 신탁이다. 현재 은행권이 특정금전신탁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신탁을 포함해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기업체 규모의 자산가들이 개인자산관리 회사를 설립해 자산을 관리하는 ‘싱글 패밀리오피스’에서 시작된 자산관리 특화 서비스를 말한다. 이 일환으로 미래에셋증권은 가업 승계와 상속, 신탁 등에 강점이 있는 법무법인 가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산관리 분야에서 협업하기로 했다.

고령화 심화에 따라 향후 신탁상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과 증권사의 점유율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양적 성장에만 주목하다 보니, 현재 신탁 시장이 ‘재산관리 목적’이라는 본래 기능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탁의 본질적 기능은 타인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며 고객의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투자기능 쪽으로 쏠리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탁은 불특정금전신탁, ELT 등 주요 금전신탁 상품이 규제 차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 유언대용신탁, 장애인 신탁, 상속 증여 신탁과 같은 고령화시대에 부합하는 상품은 부족한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탁 시장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매년 100조원이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안정형 상품 위주로 운용되는 탓에 고객들의 투자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신탁이 노후 자산관리의 핵심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상품 다양화 등 질적 성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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