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갈라파고스에 갇힌 민주당의 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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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논설위원·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
입력 2021-06-2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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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 배지를 단 더불어민주당 김남국(39)과 김용민(45) 의원. 21대 총선이 있던 해 각각 38세, 44세였다. 국회의원은 장관급 예우를 받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삶이다. 그런데 국회 입성 이후 보여준 말과 행동에서 많은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은커녕 기본적인 균형감마저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그동안 언행을 반추하자면 이 같은 비판에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민의를 대변하는 선출직 공직자다. 한데 두 사람은 개인적 호오(好惡)를 신념이나 소신으로 착각한 나머지 줄곧 논란을 자초했다. 초선, 젊은 정치인에게 기대되는 패기나 비판 대신 강성 지지층에 영합하는 행보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의견을 표시하는 동료 의원을 공격하는 퇴행적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노회한 정치인 흉내를 내거나, 철부지 홍위병 식 행태는 되레 정치 혐오감만 키웠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때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김남국은 이 대표가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 복무할 때 국가사업에 허위로 참여했다며 병역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국가사업에 지원할 자격이 없는데 수혜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김용민도 “아주 수상한 특혜다. 재학생이라고 기재했다면 사기다”며 동조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한데 많은 이들은 11년 전 병역 기록을 꺼내든 뜬금없는 의혹 제기에 시큰둥하다.

이에 대해 2030세대는 이준석 바람을 깎아내리기 위한 시도로 의심하고 있다. ‘따릉이’ 출근을 쇼로 비하하고, ‘페라가모’ 구두라며 호도했던 연장선상이다. 이 대표는 구두 깔창 사진을 공개하며 국산 브랜드임을 확인시켰다. 국민들은 정치 교체를 주문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는 신발 깔창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웃픈’ 현실이다. 균형감도 상실했다. 조국 자녀 입시 비리나 추미애 아들 논란 당시 공정한 잣대를 들이댔는지 의문이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병역 특혜 논란이 일자, 당시 국가산업연수생 선발위원장을 맡았던 황대산 대표는 ‘음모론’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당시 SW 마에스트로 과정은 현업 종사자를 제외하고 누구든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었다. 음모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생생히 알 수 있다”는 말로 후진적인 정치 행태를 비난했다. 이러니 당 내부와 지지층에서조차 비판적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익명 게시판에 민주당 소속이라고 밝힌 A씨는 “똘마니 정치 그만하라”며 두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어떻게든 상대 당대표 까 내리기 바쁜 우리 당 청년 배지 둘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A씨는 “해묵고 변변찮은 의혹을 물고 뜯는 모습이 눈물겹게 창피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당신들을 제지할 수 있는 건 결국 또 민의(民意)”라는 말로 경고했다.

김남국은 ‘조국 키즈’로 불린다. 그는 조국 수호를 내건 ‘개싸움운동본부’를 앞장서 이끌었다. 서초동 집회를 주도하며 친문 지지층에게 이름을 알렸다. 조국백서 집필자로, 또 조국백서추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에게 조국 수호는 곧 검찰개혁이었다. 진영논리에 기초해 조국은 무조건 감싸고, 윤석열은 저격했다. 조국에 비판적인 금태섭 전 의원도 공격했다.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서인지 김남국은 전략공천으로 수월하게 국회에 입성했다.

김용민 또한 다르지 않다. 그는 친문 진영의 입맛에 맞는 행보로 주목받았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이 문자폭탄 폐해를 거론하자 “적극적인 의사 표시는 당연히 권장돼야 한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했던 DJ 말도 왜곡했다. DJ가 욕하라고 했던 대상은 서슬 퍼런 권력이었다. 김용민은 당내 비주류 정치인을 향한 언어폭력을 두둔하는 데 DJ를 동원했다. 김용민 또한 이 덕분인지 최고위원 1위로 선출됐다.

국회의원이란 직책은 가볍지 않다. 두 사람이 보여준 행보는 국민 정서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진보진영 소속 젊은 정치인들이라고 보기 어려운 퇴행적 행태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정당이라면 생산적인 논의와 다양한 의견 제시는 장려되어야 한다. 더구나 여야 가릴 것 없이 보수화한 정치판에서 초선, 청년, 소장파는 소금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 거꾸로 행동하고 있으니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

당내에서조차 두 의원을 X맨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뒤 가리지 않는 돌발 행동은 민심 이반과 지지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고전하고 있다. 지난 18일 갤럽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민주당 31%와 접전을 보였다. 국민의힘 30%는 2016년 국정농단 이후 갤럽 여론조사에서 최고 지지율이다. 리얼미터 6월 3주차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39.7%, 민주당 29.4%로 국민의힘이 10.3% 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은 “오늘 아침 국민의힘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라던데. 이게 다 김용민·김남국, ‘김 브러더스’ 덕분인 듯. 추미애는 윤석열 지지율 끌어올리기, 김 브러더스는 국힘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으니 이런 자기희생적 협치 정신은 정치사에 귀감이 될 만하다”고 조롱했다.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지금 행보를 고집한다면 두 의원은 외면 받고 퇴화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재집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시대정신은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는데 언제까지 갈라파고스에 갇혀 있을 것인지 국민들은 묻는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학교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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