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규제 본격화 예고…시장 또 흔들리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혜인 기자
입력 2021-05-31 10:0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미국 규제당국 OCC "암호화폐, 그림자금융 위기 초래"

  • OCC 청장대행 "연방기관 협력해 규제경계선 마련해야"

  • SEC "재무부 '불법금융'만 초점, 투자자 보호방안 필요"

미국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가상(암호)화폐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암호화폐 규제 본격화를 예고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재무부 산하 기관인 통화감독청(OCC)의 마이클 쉬(Michael Hsu) 청장 대행이 인터뷰에서 "미국 금융당국은 1조5000억 달러(약 1673조700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OCC는 1200여개의 은행과 14조 달러의 자산을 감독하는 미국의 주요 규제 당국이다.
 

[사진=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누리집 갈무리]


쉬 청장 대행은 암호화폐 규제 마련을 위한 미국 연방기관 간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기관 간의 조정이 정말 필요하다. 다른 기관들도 의견을 조율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미국 규제 당국자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경계선'을 마련해 협력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면서 OCC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공사(FDIC) 등 3개의 기관이 암호화폐와 관련된 조직인 '스프린트(sprint)'를 구성하고, 암호화폐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FT는 "(미국 당국의) 이런 새로운 노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와의 단절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금융당국의 암호화폐 규제 방침이 바이든 행정부의 '트럼프 흔적 지우기'와도 연관된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달리 금융규제완화를 선호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임명됐던 브라이런 브룩스 전 OCC 청장은 최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US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대형은행에 상당히 친화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던 OCC 청장 자리에 쉬 청장대행을 앉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마이클 쉬 미국 통화감독청(OCC) 청장 대행. [사진=미국 재무무 산하기관 통화감독청(OCC) 제공]


이와 관련 쉬 청장대행은 "OCC의 목표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의 성장을 추적하면서 연방기관들에 몇 가지 참신한 생각(아이디어)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쉬 청장대행은 지난주 미국 의회에서 암호화폐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을 촉발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새롭고 개선된 기술이 규제가 덜한 대규모 그림자 금융 체계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각종 핀테크와 기술 플랫폼이 결제시스템 분야 등에서 유망하지만,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투자자 보호를 논의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지난주 하원 위원회에서 암호화폐 시장 규제에 '빈틈'이 있다고 지적하며 암호화폐 거래소를 감독하는 규제기관 명시가 담긴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 시장처럼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재무부는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자금 세탁 방지'와 '불법 활동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종종 '불법 금융'에 사용된다는 것을 언급하며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FT는 최근 중국 규제 당국의 감독 강화로 암호화폐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의 규제당국도 연이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지난 2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15억 달러 투자 발표에 치솟기 시작했고, 지난 4월에는 6만 달러 이상의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채굴 금지 등 단속을 강화하고, 테슬라가 환경 문제를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돌연 취소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추락했다. 비트코인 가격 추락은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에도 영향을 주며 암호화폐 시장 약세로 이어졌다. 

한국 기준 31일 오전 9시 54분 현재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코인당 24시간 대비 5.04%의 상승률에도 4월 최고점 대비 약 3만 달러가 빠진 3만5443.34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FT는 미국 연방 기관 간 연대로 암호화폐 규제안이 도출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규제당국이 현재 변동성이 있는 시장을 감독하는 '법적 권한'을 누가 가져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