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지역민이 만든 '관광두레'… 현지 기획자 안내받으며 색다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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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안성·파주(경기)=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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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두진의 시 '해'를 담은 안성 '목금토크래프트'

  • 분단 아픔 딛고 평화를 향한 소리 '파주오르골'

  • 지역 특색 살린 작은 관광지...주민이 직접 나서

으뜸두레로 선정된 안성 목금토크래프트 주민 사업자들[사진=목금토크래프트 제공]

지역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지역민이 주도하는 관광 상품은 여행자에게 신뢰를 안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는 2013년부터 '관광두레' 사업을 추진해왔다.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관광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다.

지역 주민이 지역 고유의 특색을 지닌 관광사업체를 창업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한다. 지역의 특색을 담은 상품을 생산·판매하고, '체험'까지 가능하게 해 많은 이가 지역을 몸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 목표다. 창업과 활동 면에서 우수한 주민사업체는 으뜸두레로 선정해 추가 지원한다. 사업성과를 높이기 위해 만든 일종의 '포상 제도'다.

물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그만큼 관광두레 지역 PD의 역할도 중요하다. 관광두레 PD는 두레 활동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관광두레 사업단과 주민사업체, 지자체와 주민사업체, 고객과 주민사업체 사이에서 중간자적 역할을 수행한다. 

만 8년이 흐르는 동안 공사는 지역 내 다양한 사업체를 육성했다. 여행객의 소비가 곧 지역발전으로 이어지고, 지역이 활성화하면 더 많은 관광객 유입이 가능해지는 '선순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의 우수한 활동이 인정돼 으뜸두레에 이름을 올린 경기 안성 목금토크래프트와 파주 평화오르골에 다녀왔다. 직접 다녀오니 확신이 생겼다. 전통문화 '두레'와 '관광'의 결합은 지역을 더욱 반짝반짝 빛낸다는 확신이. 
 

목금토크래프트 도자기 공방에서 진행되는 도자기 빚기 체험.  [사진=기수정 기자]

◆과연 장인의 고장답구나··· 안성 목금토크래프트

첫 번째 목적지는 안성. 남사당공연장을 비롯해 박두진문학관, 천문과학관, 공예문화센터, 야생화단지가 자리한 '안성맞춤랜드' 안에 '으뜸두레'로 선정된 업체가 있었다. '목금토크래프트'가 그 주인공이다.

'장인의 고장'이라 불리는 안성에 관광두레 '목금토크래프트'가 정점을 찍었다. 사업체 명칭도 공예를 상징하는 재료인 나무와 쇠, 흙에서 따와 이름붙였다.

도자기와 한지, 가죽, 천연 염색, 금속, 직조, 향초에 이르기까지 일곱 가지 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이 박두진문학관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주민 사업자들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완성된 공예품도 판매 중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공방은 퍽 조용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찾는 이의 발길이 뜸하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이한원 목금토크래프트 대표는 "학생들 대상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서 목금토크래프트 주민 사업자들은 거의 학교에 계신다"고 답했다. 코로나 시대에 이처럼 반가운 소식이 또 있으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위기도 겪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며 오히려 소규모 체험활동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다시 활기를 찾았다고 귀띔했다. 

방문자들은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공방에서 나만의 공예품을 만들고, 이 공예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상세히 들어볼 수 있다. 

목금토크래프트는 박두진의 시 '해'를 모티프로 '안성, 안녕해'라는 주제로 공예품을 개발했다. 해의 색감과 형상을 차용해 도자기 버너 램프와 가죽제품, 한지 접시, 동판 책갈피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공예품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도영 PD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 대표는 "김 PD님이 없었으면 우리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며 추켜세웠다. 

지역 공예 기념품 개발을 넘어 지역 내 다른 주민 사업체, 지자체, 학교와 협업하며 활동 능력을 키워온 목금토크래프트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오는 5월 상점 시범 운영을 통해 방문객 구매 욕구와 만족도를 높이고, 기념품 판매와 시내관광을 연계해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할 방침이다. 
 

오르골 만들기 체험을 하는 아이[사진=기수정 기자 ]

◆평화의 오르골 소리, 파주 전역에 퍼지길

다음 행선지는 파주. 파주 초입에서도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에는 오르골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졌다. 분단의 아픔을 떨치고 평화를 염원하는 듯한 소리임을 직감했는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역시 으뜸두레로 선정된 (주)평화오르골 주민 사업자들은 파주가 우리나라 대표 통일안보 관광지라는 특성을 십분 살려 관련 상품과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논의한 끝에 결정한 것은 '오르골'. 

지난해 6월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본격 개시한 평화오르골은 구성원들이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 체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파주의 소리를 담는다는 주제로 시작해 도자기·목재· 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오르골 재료를 달리 해서 관광 기념품 등을 다양하게 생산했다. 

파주지역 특산물을 담은 오르골부터 연필꽂이나 보석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오르골까지 종류는 무척 다양했다.지뢰와 철모가 어우러진 오르골처럼 상징적이면서 차별화된 기념품도 생산한다.

평화오르골은 오르골에 국한하지 않고, 파주의 모든 소리, 분단의 아픔을 달랠 평화를 소망하는 모든 소리를 담겠다는 생각에 '파주소리'란 브랜드도 만들었다. 

이곳 역시 관광객과 소비자가 직접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오르골 만들기 체험에 야영장 이용, 각종 농촌 체험활동, 숲해설까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코로나에 지친 자녀 동반 여행객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숲해설과 오르골 만들기를 연계한 프로그램은 특별했다. 카트를 타고 숲 곳곳을 누비는 숲 해설 시간. 김정호 평화오르골 대표는 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달라 얽히고 설킨 칡과 등나무를 분단의 현실에 빗대 설명했다. 분단의 현실을 실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화를 되새기며 갈등을 치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생각해낸 '특별한' 해설이다. 숲해설이 끝나고 내려와 나만의 오르골을 만드는 시간, 김 대표는 "꽉 조인 태엽이 서서히 풀리듯, 갈등을 겪는 남북의 상황도 서서히 풀어내자'는 메시지를 꼭 전달한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얘기한다. 평화오르골과 함께 하는 송영철 PD는 평화오르골을 비롯해 파주의 모든 주민사업체의 상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매장과 체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 공간이 많은 여행객이 찾는 '임진각'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관광공사 경인지사(지사장 김배호)에 소속돼 지원을 받지만, 이외에 파주시의 지원 또한 절실하다"는 송 PD는 "평화오르골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파주시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가진 의지와 열정은 '성공'을 가늠케 했다. 지역을 넘어 전 국민에게 주목받을 그 날은 머지않은 듯하다. 모든 채비는 마쳤다. 마음을 가다듬고, 달콤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뛰는 일만 남았다. 
 

목금토크래프트 한지공예 공방에서 만든 완성품 [사진=기수정 기자 ]

파주 평화오르골의 오르골 작품. 지뢰와 철모가 어우러진 평화오르골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목금토크래프트에서는 도자기 빚기 체험도 가능하다.[사진=기수정 기자]

목금토크래프트 금속공예작품[사진=목금토크래프트 제공]

목금토크래프트 한지공예 작품[사진=목금토크래프트 제공]

목금토크래프트 '안성, 안녕해' 기념품[사진=목금토크래프트 제공]

지뢰와 철모가 어우러진 평화오르골[사진=(주)평화오르골 제공]

평화오르골 주민사업체 대표들[사진=(주)평화오르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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