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人] ① “여행업 그만두고 배달 전문점...월 매출 1억 바라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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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04-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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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 첫 도전...비비큐 배달전문점 창업

  • 오픈 반년 만에 월 매출 1억 코앞

  • 8평 매장, 초기 비용 줄이고 본사 매뉴얼 엄수

  • “친절‧소통 핵심...고객 니즈 반영하며 단골 늘려야”

  • “퇴근하면 새벽 2시지만 할 일 있음에 행복”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비비큐 배달전문 매장. 8평(26.4m²) 남짓한 공간에는 손님이 머무를 테이블이 단 하나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원유필‧윤희영 부부가 운영하는 부천중앙점엔 치킨을 튀기고, 포장하는 동선 외에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여행업에 종사하다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부부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자영업이었다. “이렇게 작은 매장에서 돈을 얼마나 벌겠어?”라는 주변의 냉소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고, 오로지 배달과 서비스에 집중해 창업 8개월 만에 월 매출 1억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지금은 일손이 부족해 아르바이트생도 2~3명씩 고용 중이다. 영업 종료 후 청소까지 마치면 새벽에서야 일과가 끝나지만, “내일도 할 일이 있어 기쁘다”고 말하는 두 점주. 성실과 친절로 무장한 그들의 성공 비결을 직접 찾아가 들어봤다.

 

[비비큐 부천중앙점 원유필‧윤희영 점주. 여행업에 종사하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지난해 8월 배달전문매장을 오픈했다.(사진=신보훈 기자)]


-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달라

“우리 부부가 여행업에 오래 종사했다. 둘 다 가이드 일을 했는데, 한 명은 일본 가이드였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일년 전부터 일본 불매 운동이 일어나서 힘든 시간이 조금 더 일찍 찾아왔다. 수입은 3분의 1토막 나면서 보험 일도 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영업이 힘들어졌다. 우리 부부 둘 다 서비스 직종이라 손님 대하는 일이 익숙하긴 했다. 고객을 만족시키고, 관리해야 한다는 마인드는 몸에 배어 있었다. 물론, 자영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전에는 장사를 해 본 적이 없다.”

- 자영업은 언제 뛰어 들었나

“지난해 8월 25일 가오픈했다. 지인 중에 비비큐 동대문스타점을 운영하는 분이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배달 매출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월급 받으며 일할 때는 안 들렸는데,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 되니 솔깃하면서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 그게 시작이었다. 내점객도 받고, 배달까지 하면 집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처음부터 배달 전문점을 선택했다. 동대문스타점만 봐도 손님과 배달 기사분이 계속 들어왔다. 마치 치킨 공장 같았다. 코로나19 정국에는 배달만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시작하려면 빨리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매장을 오픈했다.“

- 초기 비용이 궁금하다

“8평 매장 기준, 보증금 제외하고 5000~6000만원을 투자했다. 매장 인테리어와 전반적인 가맹비가 포함된 가격이다. 예산을 적게 잡으면 5000만원 미만도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는 조금 더 넓게 꾸렸다. 매장 인테리어 전에는 음식점을 차릴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허름한 상가였다. 간판도 20~30년은 돼 보였다. 덕분에 권리금과 임대료가 비싸지 않았다. 온라인 주문 비중이 크기 때문에 대로변이냐 골목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부천은 전국에서 치킨집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다른 브랜드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우리만 잘하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선배 점주의 조언도 많이 받았고, BSK(비비큐 배달전문매장) 1호점이 오픈 준비하는 과정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신감을 가졌다.“

- 한 달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인터뷰 전날인 22일 기준) 7600만원 정도다. 이 추세면 3월에는 매출 1억원도 가능해 보인다. 처음 3~4달은 잘 하는 건지, 돈이 남기는 하는 건지 어리둥절했다. 카드값, 주문 앱, 본사 행사, 부가가치세 등 계산해야 할 것도 많았다. 본사에서 잘 하고 있다고 말해도 판단이 안 돼 앞만 보고 달렸다. 실제 수익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조금 적다. 우리 매장은 고객 만족을 위해 음료도 업그레이드 하고, 서비스를 많이 제공한다. 배달이 늦어서 식으면 반품 처리하고 새롭게 배달해주기도 한다.

-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배달 주문이 많아졌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 다시 오프라인 매장만 찾는 손님이 많아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불안감은 없나

“사람은 한 번 익숙해지면 쉽게 안 바뀐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치킨을 드시는 분도 있겠지만, 아이가 있거나 나가기 귀찮은 분들은 계속해서 배달시켜 드실 거다. (고객 수요가) 바뀌면 다시 쫓아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결국은 고객 니즈에 맞춰서 대응해야 한다.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투자해야 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홀 매장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공간을 인수할 수도 있다. 주문을 마감한 뒤, 설거지와 바닥 기름을 청소하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 2시 30분이다. 주 7일 일하고, 한 달에 하루만 쉰다. 개인 생활에 있어 포기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틈틈이 여행을 다닌다. 우리는 코로나19에 일할 기회를 박탈당해 봤다. 지금은 매장에서 새벽까지 일하지만, 행복하다. 오늘도, 내일도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좋다. 바닥을 찍고 와보니, 어려움이 있어도 계속 걱정만 하는 것보다 다른 방법들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천중앙점 내부. 8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조리와 포장에 최적화돼 있다.(사진=신보훈 기자)]


- 여전히 많은 소상공인이 힘든 상황이다. 직장을 잃고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에게 조언해줄 말이 있다면

“저희도 개인 사업자로 창업했으면 망했을 거다. 자영업 경험이 없다면 프랜차이즈도 충분한 장점이 있다. 비비큐 창업한다고 했을 때 창업 안 해본 지인은 다 말렸다. 반면, 장사하는 분들은 잘 선택했다고 하더라. 프랜차이즈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마진율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이왕이면 소규모 회사보다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길 추천한다. 물론, 개인적인 노력도 많이 해야 한다. 단골을 만들고,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친절하게 손님을 맞고 있다. 직접 얼굴을 보진 못하지만, 리뷰에 답글로 소통한다. 고객이 보이진 않지만, 전화가 걸려오면 웃으면서 받는다. 비대면이라고 기계처럼 대응하면 안 된다. 친절을 기본으로 하고, 모든 고객을 단골이라고 생각하며 유대감을 쌓으려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장사가 힘들어지면서 배달 대행을 뛰시는 분들이 많다. 모두가 힘들지만, 전염병이 잡혔을 때를 대비하고 있는 거다. 나이가 많으신 사장님들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서비스와 기술을 습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순간 매출이 급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도 항상 손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이 우리 가게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투잡을 뛰고, 정부의 재난지원금도 받으면서 다 같이 버티자고 말씀 드리고 싶다. 언젠가 다시 좋은 날이 오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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