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비트코인 금지] 비트코인이 '코로나 반등' 막는다?...'스트롱맨' 印 모디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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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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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 모디 印 정부의 경제 개혁 로드맵에 암초될 수도

  • 암호화폐, 계좌 연동 전자 신분증-자체 디지털 화폐와 경쟁

  • 비트코인 열풍으로 '부양책 지원금-국채 투자금' 유출 우려

"인도 정부는 자체 암호화폐를 발생하길 바라면서도, 경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브렌트 존슨 산티아고캐피탈 최고경영자)
 

'포괄적금융지원계획'(PMJDY) 홍보물 속 나렌드라 모디 총리. [사진=인도 포괄적금융지원계획(PMJDY)]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자국의 민간 암호화폐 시장 퇴출을 본격화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인도 정부가 자국에서의 (민간) 암호화폐 거래는 물론 보유하는 것에도 벌금 등의 법적 처벌을 내리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직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둬 암호화폐 청산 기회를 준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같은 '유례 없는' 법안이 현실화한다면, 인도는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소유를 금지하는 세계 첫 국가가 된다. 앞서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암호화폐의 채굴과 거래를 금지하긴 했어도, 자산 보유까지 막는 일은 사상 최초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도 현지에선 이미 지난달부터 정부가 암호화폐와 관련한 강경한 규제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모디 정부는 일찌감치 반(反) 암호화폐 기조를 세우고 관련 규제를 추진해왔기 때문에 예정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18년에도 모든 민간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위반하는 혐의에 최고 10년형을 선고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자국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사기 범죄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인도 대법원은 개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위반한다는 지적과 함께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 금지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판결은 행정명령을 무효화하진 않고, 명확한 법률로 대체할 것으로 요구하며 '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올해 1월 인도 정부는 인도중앙은행(RBI)의 디지털화폐 발행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아다하르-잼-INVN'...모디의 '트리니티' 개혁
지난달 17일 인도의 유력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지는 "아다하르(Aadhaar) 카드가 인도 정부의 암호화폐 금지 움직임의 이유일 수 있다"면서 "모디 총리는 집권 초기 '잼(JAM ·Jan Dhan-Aadhaar-Mobile) 트리니티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면서 의도치 않게 이미 수년 전부터 암호화폐 금지의 토대를 다졌다"고 분석했다.

'아다하르 카드'란 인도 정부가 지난 2010년 새롭게 도입한 '전자 주민등록증' 시스템이다. 인도에선 기존 주민등록증 시스템으로 1972년부터 '팬카드(Pan Card)' 제도를 운용하고 있었다.

팬카드는 18세 이상의 인도인과 인도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무 발급하고 주로 금융거래를 위한 목적에서 활용됐지만, 시골이나 빈곤층에선 낮은 출생신고 비율(당시 50% 미만)로 신원을 증명하지 못해 팬카드를 발급받지 못하고 금융거래는 물론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은 빈곤층 앞으로 나오는 정부의 복지 지원금을 노리고 일부에서 이를 대리 신청해 편취하는 경우도 생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다하르 카드는 자국민의 출생과 동시에 의무적으로 발급하고 이름·생일·주소·사진·지문·홍채정보 등을 전자정보로 저장해 신원 증명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2014년 출범한 모디 정권은 이를 '잼 트리니티'로 발전시키면서 아다하르 카드 도입에 박차를 가한다. 이는 아다하르 카드와 휴대전화, 금융 거래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정책으로, 모디 총리가 집권과 동시에 추진한 '포괄적금융지원계획'(PMJDY·Pradhan Mantri Jan Dhan Yojana) 일환이다.

특히, 모디 총리가 추진 중인 금융개혁 정책인 '잔 단 요자나'(Jan Dhan Yojana·국민과 재산 계획)가 핵심인데, 이는 전 국민이 1인당 최소 하나의 은행 계좌를 개설함으로써 빈곤층의 복지 혜택 수혜율을 높이고 지하경제도 양성화하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빈곤층이 국가 금융 서비스에 직접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모디 정부는 복지 정책에 '직접혜택전달제도'(DBTS·Direct Benefit Transfer Scheme) 원칙을 수립하고 화폐·조세제도 개혁에도 착수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16년 500루피와 1000루피 지폐의 사용을 일시에 중단하고 신권으로 교체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고, 3~10% 수준에 불과한 소득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2017년 7월부터는 소득신고를 아다하르 카드에 의무적으로 연계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인도 전기전자정보부 산하 고유신원권한기관(UIDAI)은 지난해 3월 기준 인도 전체 인구(13억5500만명)의 90% 수준인 12억2000만개 이상의 아다하르 카드를 발급했으며, 인도 내 11억개에 달하는 은행 계좌 중 9억6000만개의 계좌와 아다하르 카드의 연동을 완료했다고 집계했다.
 

아다하르(Aadhaar) 카드를 발급받은 인도 여성. [사진=게티이미지]

 
비트코인 열풍에 코로나19 부양책 새어나간다
문제는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기 내놓은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아다하르 카드와 연동해 집행하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모디 정부는 이를 통해 경제·사회구조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재정지출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반복적인 대규모 봉쇄로 경제 성장 정책인 '모디노믹스'의 타격은 물론 수입이 감소한 저소득층의 불만이 고조하며 지지율 하락세로 이어지자, 모디 정권은 경기부양책에 현금 지급 등의 대규모 빈곤층 지원 방안을 포함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3월과 5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경기부양책을 발표했고, 각각 1조7000억 루피(약 26조4860억원), 20조 루피(약 311조6000억원), 2억6500만 루피(약 41억2870만원) 규모다.

저소득층을 위한 직접 재정지원 방안은 △8960만명 농민을 대상으로 한 6000루피의 농업 지원금 △3000만명의 노인·과부·장애인에게 1000루피씩의 위로금 △2억명의 여성이 보유한 잔 단 계좌에 500루피씩의 가계보조금 △건설 근로자를 위한 3100억 루피의 복지기금 긴급 사용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182→202루피) 등이다.

이는 기존 복지 정책 원칙인 직접혜택전달제도(DBTS)에 따라 아다하르 카드와 연동한 개인 계좌로 지원한다.

이와 함께 모디 정부는 지난해 총선 공약이었던 5년에 걸쳐 102조 루피(약 1591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도 올해 1월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모디 정부는 재정 집행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모자란 재정도 충당하기 위한 새로운 화폐 개혁 방안인 자체 디지털화폐(CBDC) 'INVN'의 발행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기 정권에서 아다하르 카드를 중심으로 '잼 트리니티'(Trinity·3자 일체) 개혁을 추진했다면, 올해 출범한 2기 정권은 이에 디지털화폐를 추가한 '쿼디니티'(Quadinity·4자 일체)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특히, 인도중앙은행은 2012년 구축한 디지털 뱅킹 플랫폼인 'e-쿠베르(e-Kuber)'를 통해 개인투자자들도 자국의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도록 투자의 문턱을 낮춰놓은 상태다. 이에 향후 INVN을 국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디지털화폐와 국채시장이 긴밀히 연계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는 인도 정부가 비트코인 열풍으로 인해 자국 국채로 유입될 자금을 유출한다는 경각심을 자아냈을 대목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월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코로나19 부양책의 시행을 통해 내년 10~11%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 향후 2개월 동안 8000억 루피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상태다. 그만큼 모디 정부로서는 자국의 국채 시장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지난해 인도의 투자 자금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에 몰리는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700만명의 인도인이 1억 달러(약 1132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지만, 민간의 비공식 집계에서는 800만명이 1000억 루피(약 1조5600억원)를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추산하기도 한다.

실제 정부의 재정부양책 직접 지원금이 비트코인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정황도 나온다. 코로나19 부양책에서 현금 직접 지원을 받는 주요 대상 중 하나인 여성들에게도 비트코인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여성들의 암호화폐 투자금은 지난해 3~8월 30만 루피에서 지난해 9월~올해 2월 57만 루피로 증가했다.

이는 신문이 인도의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3곳의 자료를 분석한 내용이다. 전체 암호화폐 투자자 중 여성 비율은 지난해 15%에서 올해 들어 20%로 급등했으며 올해 안에 이 비율은 25%까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여성의 50~60%는 18~34세 젊은 층이며, 500루피·1000루피·1만 루피 등의 소규모 투자를 통해 평균 8000~1만 루피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스위치는 자사 내 여성 투자자들 중 최대 투자액은 50만 루피 수준이며 전체 여성 투자자들의 총 거래액은 45억~50억 루피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시장 혼란·지하경제 양성'...비트코인 전면금지가 불러올 후폭풍
이런 상황에서 인도 정부의 암호화폐 전면 금지라는 초강경책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장 혼란은 물론 지나친 규제로 정책 효과가 경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향후 처벌 유예기간인 6개월 동안 인도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금이 쏟아져나올 경우,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가격의 급락은 물론 인도 금융 시장 일대도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6일 블룸버그는 "암호화폐의 블록체인은 원하지만, 민간 암호화폐를 원하지 않는다는 인도 정부의 입장은 공항에 면세점을 조성해놓고 항공편은 열지 않은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해당 규제가 모디 정권의 최대 경제 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실패로 이끌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정부가 암호화폐의 보유를 금지하더라도 보유자들을 단속할 만한 기술과 방법이 마땅치 않기에, 인도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투자 사실을 숨기면서 지하경제가 재활성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잔단 계좌와 연결된 atm 카드 [사진=인도 포괄적금융지원계획(PMJ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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