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임대시장 붕괴 위기…구로·가산 등 빌라 전·월세 1년 새 30% 하락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지연 기자
입력 2021-02-18 16:3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신입 채용 없고 정규직 단기 알바로 대체…기업 밀집한 산업단지 신규 임대수요 '뚝'

[사진=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중견·중소기업 채용이 줄면서 원룸 시장에 신규 유입이 뚝 끊겼어요. 작년에 60만원(전용 39㎥)쯤 하던 월세가 지금은 40만원 합니다. 무보증 월세나 1개월 단위로 쪼갠 단기계약도 늘어나는 추세예요."(독산동 J공인중개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면서 산업단지 인근 주택임대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중견·중소기업들이 밀집한 가산·구로산업단지 인근 임대료가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 났다. 반면 대기업들이 입주한 마곡, 수원(경기) 산업단지 인근 주택 임대료는 고공행진 중이다. 고용의 질이 부동산 임대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본지가 서울의 대표적인 산업단지 밀집 지역인 마곡, 구로, 가산 등 서울산업단지 인근 주택임대시장을 둘러본 결과 이들 지역 빌라 전세, 월세보증금은 코로나19 촉발 전인 지난해 2월과 비교해 평균 20~3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섬유·IT·전기전자 등 1만1880여개 기업이 입주한 구로·가산 디지털 단지 일대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폐업하거나 정규직 자리를 단기 알바로 대체한 업체들이 늘면서 원룸 임대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독산동, 가산동, 구로동 원룸 월세 임대료는 1년 전 50만~60만원(전용 30~40㎡)에서 최근 반토막 났다.

구로동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근근이 버티던 제조업도 거의 다 나갔고, 지금은 IT업체 일부만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신입사원을 뽑아야 원룸시장이 유지되는데 채용은커녕 있는 사람도 줄이고 있으니 신규 임대 수요가 다 죽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림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조선족들이 코로나19로 입국이 금지되면서 저렴한 월세를 찾는 수요도 뚝 끊겼다"면서 "50만원짜리 월세가 무너지면서 그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20만~30만원짜리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공항동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여행사 직원들과 인천공항직원들이 방을 빼면서 오피스텔 원룸 공실률이 작년보다 2배 늘었다"면서 "연평균 5% 이상 성장하던 이 일대 임대수익률이 작년부터 10%씩 역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래 공실로 놔둘 수 없어 임대료를 10~20% 조정하면서 버텨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대기업들이 버티는 수원산업단지, 마곡일반산업단지, DMC디지털단지 등의 임대시장은 상황이 낫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열사별 대규모 공개채용 계획을 밝혔고, 마곡단지에는 LG그룹이 이동하면서 계열사를 비롯한 136개 기업이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실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있는 권선동, 매교동 일대와 화곡동, 마곡동 오피스텔·원룸 시세는 1년 전보다 20~30%씩 올랐다.

이는 코로나19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용 양극화가 심화된 탓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1만8000명 줄어든 2690만4000명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실업자 수(110만8000명)와 실업률(4%)도 2001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고용의 질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시장 개입이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 사회, 정치, 문화 등 전 영역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경제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외부적인 충격 요소에 정부의 부동산 '정치'까지 개입하면서 부동산 자산 양극화 현상이 공고화되고 있다"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청년층이 많아지고,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를 통해 볼 수 있듯 갈등의 요소가 누적되면서 거시경제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