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붐 틈타 '갈아타자'...빌라 업계약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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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2-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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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원짜리 빌라를 1억5000만원 전세로 둔갑

  • 컨설팅 업체 직원들이 돌려막기 하면서 전셋값만 부풀리는 구조

공공재개발 이슈로 서울 빌라 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빌라 업계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빌라와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서울 도봉구에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A씨는 고민이 많다. 가지고 있는 빌라가 2년째 팔리지 않아 직거래 사이트에 매물을 내놨는데 올리자마자 10여 곳의 컨설팅 업체에서 팔아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A씨가 내놓은 금액보다 2000만~5000만원 더 높은 금액에 전세를 놓는 조건으로, 별도의 중개수수료 없이 매매가를 초과한 금액은 컨설팅업체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그의 처지에서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지만 세입자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찜찜함 때문에 매도를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공공재개발 이슈로 빌라 매수 수요가 높아진 틈을 타 '빌라 컨설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빌라는 시세파악이 어렵고, 전세대출이 보증금의 80%까지 가능하다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소유자는 수년째 팔리지 않은 빌라를 빠르게 처분할 수 있고, 컨설팅 업체는 높은 수수료를 챙겨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짬짜미' 거래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빌라 매매시장에서 컨설팅을 통해 전세 보증금을 매매가보다 부풀려서 계약하는 빌라업계약이 횡행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에서 컨설팅 업체와 연계하거나 집주인들이 직접 컨설팅업체를 소개받아 '매매가격+컨설팅비용=전셋값'으로 집값을 설계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방식이다.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나 직방, 다방처럼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이 같은 계약은 더 활발해지는 추세다.

컨설팅 매매가 활발해지는 건 매도자와 컨설팅업체의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정상적인 방식의 거래보다 컨설팅을 통한 거래가 훨씬 빠르고 가격 조건도 좋다고 항변한다. 최근 B씨는 "아파트 갭투자를 위해 가지고 있던 빌라는 지역 중개업소 몇 곳에 내놨는데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6개월 동안 한 명도 없어 거래가를 낮춰야 하나 고민이었던 차에 컨설팅을 추천받았다"면서 "플랫폼에 올리자마자 이틀 만에 팔아주겠다는 연락이 왔는데, 매도 조건이 얼마에 팔든 차익은 모두 컨설팅 업체가 가져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매매가를 기존보다 2000만원 정도 올렸는데 일주일 만에 깔끔하게 팔아줘서 만족했다"고 했다.

컨설팅업계는 공공재개발 이슈로 빌라 시장이 붐을 탄 현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A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매매가가 1억원인 빌라를 1억3000만원에 전세로 내놓고, 세입자를 먼저 구한 뒤 매수자를 찾는 방식"이라며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선 직원들 명의로 돌려놓는데 전세금은 대출할 수 있어서 계속 올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팔아달라는 사람도, 전세를 구해달라는 사람도 많다"면서 "전세반환금보증제도를 활용하면 세입자 피해도 없어서 사기라는 말보다는 컨설팅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에선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빌라 전세금이 매맷값을 넘거나 매매가와 비슷해지자 무갭투자자들이 한 지역에서 한꺼번에 수십, 수백 채씩 매입하면서 시세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이 크지 않은 빌라는 여러 가구에 투자해야 임대료를 올릴 때 돌아오는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다방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달 투·스리룸(전용면적 60㎡ 이하) 월세는 86만원으로 전년(70만원)대비 22.9%나 올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순가중개계약 거래를 알선한 중개인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만큼 명백한 불법"이라면서 "매도자들도 당장은 이익일 수 있지만 향후 문제가 생기면 세입자로부터 사기죄로 고발이 될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는 부동산 시세 조작, 주거 불안정성 강화, 깡통주택 등의 직간접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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