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범 대표의 '창업 스토리'
  • 바퀴 달린 모든 것, IT기술로 연결
  • 집콕 덕에 올 2600억 매출 전망
올해는 코로나19로 미래가 일상화되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소비가 자리잡으면서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한 소비가 폭증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 거래액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4조244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 증가했으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안 그래도 온라인쇼핑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비중 확대가 가속화한 것이다.

소비 트렌드가 옮겨가자 유통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너도나도 먹거리, 생활용품, 패션·뷰티 온라인몰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배달·물류 서비스 사업이 전례없는 호황을 맞게 됐다. 일찍부터 배달업에 눈을 뜬 기업들은 눈에 띄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가 대표적이다. 메쉬코리아는 프랜차이즈 버거킹·맥도날드, 대형마트 이마트·홈플러스, 편의점 CU·GS25,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까지 오토바이·트럭으로 기업의 물건을 소비자와 점포에 배달하는 B2B(기업간거래) 서비스를 하는 IT 기반 물류 스타트업이다.

[사진=메쉬코리아 제공]

코로나19 만난 메쉬코리아 폭발적인 성장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은 준비된 메쉬코리아의 성장 기폭제가 됐다. 2013년부터 배달 대행업과 배달 중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온 메쉬코리아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배송을 최적화하면서 오토바이 배달뿐만 아니라 콜드체인(저온 유통망)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약 280개 고객사와 함께하고 있는데 자체 통합 물류관리솔루션 '부릉 TMS(운송관리시스템)'와 '부릉 OMS(주문관리시스템)'를 고객사에 제공한다.

올해는 특히 '집콕' 트렌드에 따라 식품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들과 손을 맞잡았다. 프레시지, 띵굴(OTD코퍼레이션), 쿠캣, 설로인, 대주수산 등 소문난 음식 브랜드들이 줄이어 부릉의 강력한 배달 서비스를 택했다. 덕분에 메쉬코리아는 2014년 1억원 매출 달성 이래 지난해 1614억원에 이어 올해는 50% 이상 성장해 26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본다. 직원은 올 연말 기준 280명이 넘는데, 이 중 3분의 1 이상이 IT 개발자다. 

23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39)는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그와의 대화 속에서는 코로나19로 바뀐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가치창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쉼없는 고민이 묻어났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유 대표는 "100명 이상의 구성원이 IT 개발자들이다. 배달은 부가가치가 낮은데 왜 이렇게 하이테크(고도한 과학기술)를 많이 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면서 "오토바이, 다마스, 레이, 트럭 등 물류·배송과 관련한 모든 것을 IT기술로 연결하는 것, 이게 우리가 살아남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드만삭스 리포트의 '배송행복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가나보다 지수가 낮다"면서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우리가 손익분기점(BEP)을 낸다는 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것이며 해외시장까지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그 일환으로 지난 2일에는 경기 김포와 남양주에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부릉 물류센터'를 열었다. 두 곳의 물류센터를 합치면 8264㎡(약 2500평) 규모다. '퀵보다 싸고 택배보다 빠르게'라는 목표로 260여대의 전용 트럭을 활용해 신선식품에 최적화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사진=메쉬코리아 제공]

메쉬코리아는 아버지의 '유산'
'라이더들이 일한 만큼 벌어갈 수 있는 가장 깨끗한 1원의 가치를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메쉬코리아 사무실에 크게 적혀 있는 문구다. 유 대표도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건 아니었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때마다 유 대표를 붙잡은 건 다름아닌 아버지의 유언이다. 그 유언을 회사 내부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20대 때 대부분의 시간을 유학생활로 보냈으며, 본인 중심으로 살아온 유 대표는 29세 인생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2011년 암 투병 끝에 임종을 맞은 아버지와 3개월의 시간을 보내며 완전히 달라진다. 유 대표는 "'밥먹었냐', '자라' 두 마디만 주고받았던 아버지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아버지는 제 이름 뜻인 '정치 정. 비범할 범'을 되새겨주시며 재능을 열심히 갈고 닦아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 쓰임받으라고 당부하셨다"고 회상했다.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고 나서는 더욱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는 "다들 제 손을 잡고 너희 아버지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고 했다"면서 "'아버지처럼 살아라'라는 말만 3000번을 들은 것 같은데 아버지의 유언과 겹치면서 제게 큰 깨달음을 줬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생각만 하고 지나쳤던 배달기사들이 눈에 박힌 것도 이때다. 화환 배달을 하고 다음 콜을 기다리며 마냥 시간을 때우는 기사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유 대표는 "기획개발 세계에 한창 빠져 있던 때라 알고리즘을 써서 최단거리 배차를 해준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휘어진 곡선을 직선으로 펴주면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났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서는 유 대표와 뜻이 맞는 몇몇이 머리를 맞댈 기회도 있었다. 유 대표의 과외 제자 3명과 산업기능요원(병역특례)으로 함께 근무했던 1명을 포함해 창업멤버로 5명이 모였다. 김형설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지훈 운영기획실장 등 이들은 지금도 메쉬코리아의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부탁해'서 겪은 실패, '부릉'으로 키우다
5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첫 사업은 부릉의 전신인 '부탁해'다. 혁신 기술로 배달기사들이 모두 정당하게 벌어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고객-상점-배달기사 세박자를 IT기술로 묶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는 "부탁해는 2014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야말로 대차게 말아먹었다"고 말했다.  

부탁해는 부릉의 B2B 서비스와 달리 B2C 배달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에 몰두했다. 유 대표는 "밥집마다 찾아다니며 부탁해를 이용해달라고 했다"면서 "이때 모텔 주인들한테 전단지를 나눠주던 이수진 야놀자 창업자, 부동산중개인들을 찾아다니며 영업하던 안성우 직방 창업자들과 선릉역 4번 출구 앞 스타벅스에 모여 '진짜 모바일 시대가 오긴 오는 거냐'고 한탄했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열심히 노력한 것과 달리 부탁해는 몰락했다. 배달비 출혈 경쟁에 빚만 늘었고 배달기사들은 모두 이탈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같은 당시 경쟁업체들의 마케팅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더이상 사업을 지속가능할 수 없게 됐다. 유 대표는 "쓴 돈이 20억원 정도였는데 80%를 나가는 기사를 잡는 데 썼다"면서 "우리 인건비는 2년 동안 3~4억원 밖에 쓰지 않은 걸 보면서 우리가 역순으로 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시스템을 현실화하는 것을 많이 배운 시기"라면서 "​저희는 나름대로 최초로 물류 IT화에 성공했고 기술적으로 앞서나갔다고 생각했다. 우린 21세기 로빈훗이고 기술로 너희를 구원하겠다고 말하고 다녔을 정도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최우선 고객인 배달기사들이 뭘 원하는지 자세히 안 듣고 우리 포부만 너무 앞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메쉬코리아는 "우리의 고객은 '라이더'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부릉'으로 우뚝 섰다. 우선 유 대표와 개발자들은 현장에 직접 나가 배달기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50cc 오토바이를 125cc로 바꾸고, 배달박스를 규격화해 데이터를 쌓아갔다. '라이더 실시간 정산 시스템'을 도입해 배달기사 수익모델도 바꿨다. 업계 최초로 라이더 재해 보험도 지원한다.

모든 것이 배달기사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점점 배달기사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4만명의 기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유 대표는 "결국에는 현장에서 만나는 배달기사들과 직원들이 최우선"이라면서 "앞으로도 배달기사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제 목표"라고 말했다. 돌고 돌아 아버지의 유언에서 다시 한번 답을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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