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철스크랩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국내 철스크랩 가격은 kg당 515원까지 올랐다. 올해 초 kg당 400원 초반대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상승폭이 가팔라진 셈이다.
철스크랩은 전기로 제강의 핵심 원료다. 전기로는 철광석과 원료탄을 사용하는 고로와 달리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전기로 철강사의 생산 원가 중 철스크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안팎으로, 철스크랩 가격 인상은 곧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철스크랩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수급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전기로 확대 움직임 등으로 철스크랩 수요는 급격히 늘었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철스크랩 발생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여기에 수입 물량까지 크게 줄며 시장의 공급 여력이 빠르게 위축됐다.
문제는 철스크랩이 단기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원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철스크랩은 노후 건축물 철거, 폐자동차, 폐가전, 제조 공정 부산물 등을 통해 발생한다. 수요가 늘어난다고 공급을 곧바로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기로 투자가 늘어날수록 철스크랩 확보 경쟁이 심해지고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 여파로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전기로 전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포스코가 이달 전남 광양에 연산 250만t 규모의 대형 전기로를 준공하며 현재 국내에서 전기로를 운용하는 철강사는 11곳으로 늘었다.
시장에서는 향후 전기로 확대가 본격화할수록 국내 철강사들의 철스크랩 수급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전기로 업체들에 더해 고로 중심의 대형 철강사까지 철스크랩 수요를 늘리면 원료 확보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품질 저탄소 철강 생산에는 품질이 일정한 우량 철스크랩 확보가 중요한 만큼, 단순한 물량 경쟁을 넘어 고급 스크랩 확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도 철강사들의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전기로는 고로보다 탄소배출은 적지만 전력 사용량이 많아 전기요금이 오르면 생산원가도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전기로 확대가 기대만큼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로 전환은 탄소중립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안정적인 철스크랩 조달과 합리적인 전력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가 부담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생산설비 경쟁보다 원료 확보 경쟁이 철강사들의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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