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출 막혀도 버티는 이란…경제 '생존 체제'로 전환

  • 美 제재·해상봉쇄에 7월 원유 수출 사실상 중단

  • 물가 80% 넘자 식량·의약품 등 필수품 공급 집중

  • WSJ "경제난 심해져도 지도부 양보 가능성 낮아"

이란 테헤란의 타즈리시 시장 사진EPA 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의 타즈리시 시장 [사진=EPA 연합뉴스)]
미국이 제재와 해상봉쇄로 이란 경제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란 지도부는 경제를 사실상 ‘생존 체제’로 바꾸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경제 회복보다 식량·의약품 등 필수 물자와 국가 기능 유지에 집중해 미국 압박을 최대한 오래 버티겠다는 전략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부족한 물자를 배급하고 외화 사용과 투자를 줄이는 대신 필수품 수입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난 부담 상당 부분은 가계가 떠안고 있다.
 
미국 해상봉쇄는 이란 최대 돈줄인 원유 수출에 직격탄을 날렸다.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6월 45억달러였던 이란 원유 수출액은 7월 사실상 ‘0’으로 떨어졌다.
 
생활고도 빠르게 심해지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80%를 넘어섰고 닭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190%, 우유는 150% 뛰었다. 전쟁 여파로 일자리 200만~300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은 한정된 외화를 생필품 확보에 우선 투입하고 있다. 밀·의약품·분유 등 수입에 필요한 달러 35억달러를 시중보다 싼 환율로 지원하고 있다. 전력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공장은 휴일에도 가동할 수 있도록 했다.
 
저소득층 지원도 늘렸다. 생필품을 외상으로 살 수 있도록 하고 식품 구매 지원금도 인상했다. 생활고에 따른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난이 결국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높은 물가와 자금난을 거론하며 “대이란 경제 압박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WSJ은 “경제난 심화가 곧바로 지도부 양보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경파 영향력이 커진 데다 이란이 수십년간 제재에 적응하며 경제 통제 체제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 하디 카할자데 연구원은 “미국 압박이 이란 경제를 최소 기능만 유지하는 ‘생존 체제’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적 고통이 커져도 지도부 안보 정책을 바꿀 정도의 압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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