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강군②] "내일이라도 전쟁이 날 것이라 생각하고 기술을 개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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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0-10-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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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호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국방과학기술수준 세계 6위 목표"

  • "민군협업 통해 첨단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박차 가해야 할 때"

정찰 위성과 드론이 찍은 적 지형과 건물 등 공격 표적 영상이 군 통합 지휘통제실로 전송되는 시대. 저격 조준경과 관측 쌍안경 장비에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K-14 저격총에는 각종 분석 센서를 달아 좁은 실내에서도 400m 가상 전장을 구현하는 시대. 전장에 파고드는 4차 산업혁명 기술. 군사력의 첨단 과학화와 국방행정 효율화로 요약되는 스마트 국방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은 핵 및 생화학 등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하는 탄도미사일과 SLBM 개발로 위협을 날로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작전범위와 기습 속도가 크게 향상돼 수 분 내 우리 군의 대응능력을 순식간에 무력화 시킬 수 있을 정도다.

이를 극복하려면  '4차 산업혁명을 통한 디지털 강군과 스마트 국방'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토대로 민·관·군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사례와 디지털 강군과 스마트 국방을 위해 매진하는 국방과학기술의 현주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는 자주국방의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방과학기술은 왜 중요한가.


"국방과학기술은 국방력 건설의 원천이며, 방위산업의 기반이다. 국방력 건설의 관점에서 볼 때 국방과학기술은 첨단무기 연구개발로 이어져 우리 군의 전력증강에 기여할 뿐 아니라 전쟁 수행 양상의 변화를 주도한다. 인류역사의 발전을 전쟁기술의 발명과 발견으로 설명하는 학문적인 견해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화약의 발명이다. 창과 칼이 부딪치던 근접전과 성벽을 기어오르던 공성전이 자연스레 화포에 의한 원거리 전투로 변화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원자탄 개발도 하나의 예라 할 수 있겠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걸프전이나 이라크전에서 보듯이 정밀타격 기술발전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단시간에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전쟁수행 방법이 진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인공지능, 무인자율, 초연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미래전쟁의 모습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방위산업은 기술적 난도(難度)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도 중공업 중심의 구조로 돼 있어 타 산업에 비해 고용창출효과가 크기 때문에 경제발전의 성장 동력으로서 얼마든지 역할이 가능하다. 지속적인 국방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방위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시장을 넓혀나가야 한다." 

-주요 선진국의 국방과학기술 동향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9위로 평가되고 있고, 미국‧프랑스‧러시아‧독일‧영국‧일본‧중국‧이스라엘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국방과학기술 보유국으로, 2018년 국방부 내에 연구공학 차관실을 신설하여 체계적인 국방기술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자율‧사이버‧생물‧초음속‧지향성무기 등 미래 국방과학기술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의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 외에 국방혁신단(DIU)을 신설하여 실리콘밸리 등 민간에서 연구하고 있는 최첨단 기술을 신속하게 국방에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8년 국방혁신국(AID)를 설립하여 민간에서 개발한 혁신기술을 국방에 신속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오픈이노베이션에 방점을 두고 에너지 및 자율, AI 및 로봇, 양자 응용 등의 기술개발에 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8년 연례 국정연설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극초음속탄두 아방가르드를 포함한 신개념 무기 5종을 발표하는 등 국방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능 구현 면에서 전문가 사이에서 논란은 있으나 신개념 무기에 대한 연구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독일은 2019년에 임기가 시작된 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의 주도로 효율적인 획득절차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 대학에서는 군사 목적의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선언 하에 물밑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최근 EU의 군사 분야 연구과제 제안 요청에 독일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방과학기술의 파급효과는 무엇인가.

"올해 산업연구원(KIET)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국방과학연구소는 41조2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11배인 442조7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여기에는 국가예산 절감 효과 362조5000억원, 각 군의 전력증대 효과 66조9000억원, 사회적 연구개발 비용절감 효과 10조5000억원 등이 포함돼 있고 국방기술이 민간 및 방산 분야로 이전된 기술파급 효과 2조8000억원을 창출하는 등, 국방과학기술은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 군 전력화를 선도하는 수단으로만 여겨지던 국방과학기술은 이제 산업경제 측면에서도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원동력으로 인식돼 무한경쟁 시대의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정된 국가적 재원을 고려할 때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국방연구개발 체제 구축과 민간으로의 개방 및 민·군 협업을 통해 첨단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미래 전력발전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미래 전력발전 추진에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하나는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과 불특정 전방위 위협에 대한 강력한 억제전력 확보이고, 다른 하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전장환경 변화에 발맞춘 첨단과학기술기반전력 개발이다. 강력한 억제전력이란 적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전력을 공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전쟁 준비단계를 인지할 수 있는 그물망 감시정찰체계, 도발징후 표적에 대한 정밀타격체계, 대국민 신속 경보를 위한 탄도탄 조기경보체계, 교전확률이 높은 다층방어 요격체계, 지휘부 주요시설 제거를 위한 신속대응 대량응징보복체계 등을 서둘러 전력화해야 한다."

-첨단과학기술기반전력 개발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국내 과학기술 자원들을 모두 모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산·학·연·군·관·민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 국가적인 에너지를 국방연구개발에 모으기 위해서는 미 국방부와 유사한 거버넌스의 변화가 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내에 신설된 방위산업담당관 부서에서 그 역할을 감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국가연구개발과 국방연구개발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기초연구에서부터 무기개발까지에는 너무나 많은 연구개발 징검다리들이 존재한다. 어느 한 기관이 징검다리 모두를 연결할 수 없다. 국방과학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로봇과 드론, 전장사물인터넷, 무인자율화, 양자기술로 대표되는 첨단과학기술이 전장을 주도하는 상황은 먼 미래가 아니다. 우리도 인구절벽이 병력자원 감소로 이어지기 전에 첨단과학기술기반전력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방과학기술력 세계 6위권 진입을 목표로 연구역량을 비닉·비익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적극 개발하여 첨단 국방과학기술 역량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산·학·연·군·관·민을 아우르는 열린 플랫폼으로 연구소의 모습을 혁신하고 우리 군에 최고의 과학기술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집단지성의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국방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해 무기개발을 방산업체가 주도하는 뉴디펜스 시대를 앞당겨 열고, 국방과학연구소는 첨단 국방과학기술을 개발해 국산무기에 주입하는 형태로 국방연구개발 절차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마크가 붙어 있는 컴퓨터가 시장을 점유했듯이 'ADD inside' 로고가 부착된 국산 무기체계가 세계 방산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날을 목표로 해야 한다. 또한, 새로이 신설된 미래도전국방기술 예산 꼭지를 적극 활용해 아직 소요가 예정되어 있지 않은 미래 무기체계에 필요한 기술을 도전적이고 혁신적으로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올해 580억원 배정돼 있는 미래도전국방기술 예산을 5년 뒤에는 국방연구개발 예산의 5% 범위에 해당하는 3000억원까지 늘려서 급격하게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국방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발전을 위한 지원 사항이 있다면.

"먼저 연구 자율성 보장이 중요하다. 행정업무 부담을 최소화하고 연구실적 창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결과에 대한 사후평가는 철저히 하되 연구 진행 중에서의 관리·통제·감사·감독은 최소화해야 한다. 연구소 내외부의 과제관리 절차에 대해 연구 자율성을 해치는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연구 특수성 인정도 중요하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보안상 주요 연구결과의 대외발표가 제한돼 경력 산정에 불이익을 받게 되고, 시제품 개발 및 체계종합시험을 위한 위험업무 수행과 빈번한 장기출장 등으로 연구 몰입도가 떨어지는 등 타 정부출연기관과는 다른 국방연구개발만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연구소원의 사기와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적절한 보상책도 필요하다. 경력단절 방지대책도 논의해야 한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며 최근 유엔이 다시 정한 중년 나이는 66세에서 79세까지다. 아마 몇 년 뒤에는 70대에도 일한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 타 정부출연기관이 시행하고 있는 우수연구원 제도, 국방과학연구소가 시행해 왔던 전문계약직 재채용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활성화하고 퇴직 후 취업제한 기관을 조정하여 국방연구개발 종사자들이 경력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연구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 및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들었다. 

"지난 50년간 국방과학연구소는 척박한 국방의 불모지 위에서 첨단 국방과학기술을 창조해냈다. 우리의 연구성과가 ‘자주국방의 초석’이며 ‘우리 국방 우리 과학의 힘으로 지킨다'는 사명감 하나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향후 50년도 연구소는 ‘과학기술로 승부하는 국방과학연구소’를 향해 전진할 것이며 이를 위해 연구소원 모두가 혁신적인 연구개발에 전념하면서 한발 한발을 내디디리라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서 등을 두드려 주시며 칭찬해 주실 때 그 에너지를 받아 국방과학연구소 소원들은 연구개발로 애국한다는 일념으로 매진할 것이다."

◆주요 경력

1979.12~2014.06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1991.07~1992.06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방문연구원
2014.07~2016.01  국방과학연구소 부소장
2016.02~2017.12  국방과학연구소 소장
2018.01~현재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위원
2018.09~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주요 수상 경력

2010.12 올해의 ADD인상(국방과학연구소)
2015.10 보국훈장 천수장
2016.10 한국을 빛내는 70인의 서울공대 박사(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김인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국방과학연구소장) 인터뷰[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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