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난제보다 주목받는 외교부 장관 배우자의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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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0-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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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경화 남편' 이일병 교수 美여행 '부적절' 논란 지속

  • "공직자 가족 행보로 부적절"vs"과도한 사생활 침해"

  • 정치권 앞다퉈 논평 발표, 외교문제보다 더 주목받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해외여행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1월 미국 대선, 미·중 갈등 심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한 외교 난제보다 강 장관 가족의 사생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 일정이 돌연 연기됐다. 이로 인해 오는 8일로 예정됐었던 한·미 외교장관 회담도 미뤄졌다. 당초 두 장관은 회담에서 한·미 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글로벌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었다.

양국 외교현안 최대 과제인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은 지난해 9월부터 이뤄졌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10월에 아시아를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5일 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이 다시 논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없다”고 답했다.
 

남편 미국행 논란에 “국민은 해외여행 자제하는데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저녁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20위권에는 ‘강경화’, ‘강경화 배우자’. ‘이일병 교수’ 등이 포함됐다. 지난 3일 KBS가 이 교수의 미국 여행을 최초로 보도한 이후 강 장관과 이 교수의 이름은 계속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들며 이슈가 되고 있다. 

외교부는 이 교수의 미국 여행 논란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 논란이 퍼지자 강 장관은 4일 오후 실·국장이 모인 간부회의에서 “국민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3일 외교부가 코로나19 사태 속 국민에게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황에서도 요트 구매를 위해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가 발령한 특별여행주의보는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것으로 여행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정부가 추석 명절 연휴 기간 국민의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에서 고위공직자의 배우자가 해외여행을 떠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2017년 청와대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강경화 장관과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사진=연합뉴스]


정치권도 이 교수의 해외여행이 부적절하다는 것에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런 비판에 대해 ‘사생활 침해’라고 이 교수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 일병(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후임은 이일병”이라며 “(나라가) 단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교수의 해외여행 논란에 대해”이건 개인의 사생활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부인이 공직자라는 이유로 남편의 사생활을 억제하거나 구속할 수 없다”며 이 교수를 향한 비난이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은 “강 장관 남편 해외여행 뭐가 문제인지.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강 장관은 사생활 침해 지적을 받은 방역 당국의 코로나 확진자 추적 체계를 옹호하며,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 불이행을 비판했다. 외교부 수장이 일부 국민의 정부 비협조적 형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배우자의 ‘비협조’ 행보는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진=이일병 교수 블로그 캡처]


이 교수는 자신의 해외여행 논란이 거세지자 이날 새벽 운영하던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직접 운영하던 블로그 ‘일병씨의 행복여행’에 여행, 문화생활, 가족 이야기 등을 주제로 쓴 글을 공개했었다. 그러나 현재 이 교수의 블로그는 ‘이 블로그는 초대받은 독자에게만 공개됩니다’라는 안내 글과 함께 모든 글을 볼 수 없는 상태다.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오전 폼페이오 장관의 요청으로 한·미 외교장관 전화통화를 가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한 연기 배경과 우리 측 양해를 구했고, 강 장관은 방한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했다. 두 장관은 한·미 관계,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대면 기회를 지속해서 조율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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