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골 넣고도 MOM 못 받은 손흥민...도대체 기준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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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재 기자
입력 2020-09-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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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5골을 넣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오점'이 없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야말로 '원맨쇼'였다. 사우스햄튼은 '손흥민과의 대결'에서 완벽하게 패배했다.

지난 20일 8시(한국시간) 토트넘은 영국 세인트메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짜릿한 대역전 드라마를 그렸다. 스코어는 5-2.

이날 손흥민은 그야말로 절정에 다다른 득점 감각을 자랑했다. 후반 31분 토트넘은 사우샘프턴의 공격수 잉스에 선제골을 내주며 리드를 빼앗겼지만 전반 46분 손흥민의 동점골이 터지며 경기의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은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후반 18분엔 또다시 케인의 패스를 받아 세 번째 골을 넣으며 프리미어리그 이적 후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사우스햄튼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지만 손흥민은 해트트릭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27분 케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이번에는 왼발로 네 번째 골을 폭발시키며 골 행진을 이어갔다. 이후 토트넘은 후반 36분 골대를 맞고 나온 라멜라의 슛을 케인이 마무리하며 한 골을 더 추가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4골을 넣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동료들과 해리 케인이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골을 넣지 못했을 것이다. 승점 3점이 가장 중요하다. 4골보다 승리가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이 자신의 득점에 모두 기여한 케인을 칭찬하던 도중, 무리뉴 감독이 불쑥 나타나 이상한 말을 외치고 사라졌다. “맨 오브 더 매치(MOM)는 해리 케인이다!”라고 소리친 것.

손흥민도 “케인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내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던 건 케인의 패스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가 MOM”이라고 덧붙이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유럽의 대표적인 평점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과 케인에게 모두 '10점'의 평점을 주었다. 경이로운 플레이를 보였지만 손흥민은 4골을 넣었고, 케인은 이를 전부 다 어시스트했다. 거기에 한 골을 더했다. 

공격 포인트의 숫자로만 보면 케인이 5개(4어시스트+1골)로 손흥민보다 앞선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고 승부를 결정지은 주인공을 MOM으로 선정하지 않은 것이 올바른 판단인지에 대해선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경기를 본 팬들의 의견은 '손흥민이 경기를 지배했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EPL 홈페이지에서 팬 투표로 실시한 토트넘-사우스햄턴전 '킹 오브 더 매치'에 손흥민이 선정된 것.

손흥민은 투표 중 7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킹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1골 4도움을 기록한 케인은 19.6%의 지지를 받으며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EPL 홈페이지에서도 경기 종료 후 한참이 지나서 MOM을 '케인'으로 확정했다. 결국 축구계는 공격 포인트가 하나라도 더 많은 케인을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지만 득점보다 연계에 집중하며 경기의 흐름에 물꼬를 튼 '슈퍼 조력자'의 역할을 해낸 케인은 특히나 '한 명의 스타보다 하나의 팀'을 강조해 온 무리뉴의 전술 철학에도 더 걸맞은 선수일 수도 있다.

손흥민의 '공격 포인트 4'가 골이었기 때문에 그 가치를 더욱 중히 여기고, 케인의 '공격 포인트 5'가 어시스트 4개라는 이유로 승리의 기여도를 함부로 평가절하할 수도 없다. 하지만 축구계는 기록을 선택했고, 팬들은 스코어를 기억했다.

하지만 해외는 물론 국내 해축팬(해외축구팬)들 사이에서도 MOM이 왜 손흥민이 아니냐는 주제로 오전 내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의 경기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MOM을 놓친 아쉬움을 단순히 '국뽕'에 기댄 생떼로 치부하기엔, 박지성 이후 실로 오랜만에 보는 경이로운 플레이가 아니었을까.
 

당신은 이미 우리 마음 속에 MOM으로 저장됐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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